제657호 김금영⁄ 2019.10.25 09:51:31
스티키몬스터랩부터 피너츠의 인기 캐릭터들까지 잠실 석촌호수와 롯데뮤지엄에 모였다. 이 만남은 달 착륙 50주년, 스누피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성사됐다. 그리고 그 현장엔 전시 기획에 참여한 구혜진 ‘롯데뮤지엄’ 수석 큐레이터·로즈 노위키 ‘피너츠 월드와이드’ 부사장도 함께 있었다.
-피너츠와의 이번 협력 전시는 어떻게 성사됐나?
구혜진 큐레이터(이하 구 큐레이터) “스누피 탄생 65주년 때 롯데백화점이 피너츠와 전시를 함께 마련해 선보인 바 있다. 그때 전시 반응이 꽤 좋았고, 70주년 전시도 같이 꾸려보자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번 전시가 열리기 약 1~2년 전부터 전시 기획에 들어갔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스누피 캐릭터와 전시 참여 작가들의 고유한 작업 영역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특히 신경을 기울였다.”
-피너츠와 나사의 특별한 관계가 이번 전시에서 부각된다.
로즈 노위키 부사장(이하 로즈 부사장) “1968년 나사가 스누피 캐릭터 사용을 먼저 요청하고 협업을 제안하면서 스누피가 나사의 안전 마스코트가 됐다. 1967년 1월, 우주비행사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폴로 1호의 비극적인 화재는 미국의 우주 탐사 계획과 직원들 사기에 큰 타격을 줬다. 당시 스누피 캐릭터는 친숙한 이미지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는데, 나사는 스누피의 이 이미지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동시에 보다 안전 의식을 높이고자 했다.
나사와의 협업은 특히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달 탐사에 참여했던 비행사 또한 스누피의 팬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1968년 3월 ‘우주비행사 스누피’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시작됐고, 나사의 우주 비행사들이 스누피 모양 배지를 달고 우주 탐사를 떠났다. 또한 나사는 1968년부터 해마다 일반 직원 중 우주 비행에 크게 기여한 1%의 직원에게 수여하는 ‘실버 스누피 어워드’도 만들었다.
찰스 슐츠 작가도 ‘수년 동안 만화가들이 우주로 떠나는 등장인물을 그렸지만, 진짜 달에 다녀온 건 스누피가 처음’이라며 이 협업에 기뻐했다. 그는 스누피가 친근한 캐릭터이지만 단지 그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의 아이들이 발전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하기를 바랐다. 수학, 공학 기술, 과학 등이 집약된 나사와의 협업이 그래서 더 의미가 깊었던 것 같다.”
-석촌호수에서 진행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루나 프로젝트’엔 스누피와 스티키몬스터랩의 캐릭터가 함께 등장한다.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인가?
구 큐레이터 “스티키몬스터랩이다. 석촌호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처음으로 손잡은 한국 작가이기도 하다. 스누피 캐릭터의 대형 풍선도 스티키몬스터랩이 사전에 조율을 거쳐 작업했다. 여기에 스티키몬스터랩의 고유 캐릭터에 스누피의 친구 찰리 브라운 캐릭터의 옷을 입히는 등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조화를 이뤘다.”
-루나 프로젝트와 롯데뮤지엄 내부의 전시에서 연계성이 느껴진다. 각각이 지닌 특징 및 구성은?
구 큐레이터 “달 탐사를 모티브로 루나 프로젝트와 롯데뮤지엄 전시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루나 프로젝트는 지구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도 담았다. 대형 풍선 중 스누피 작품은 롯데케미칼과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의 공동 연구로 탄생한 재활용 플라스틱 섬유로 제작됐다. 감상 포인트는 낮과 밤이다. 낮엔 유유자적한 캐릭터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해가 지면 풍선에 불빛이 들어와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롯데뮤지엄 전시는 스누피와 나사의 관계를 설명하는 내용부터 시작해 한국 현대미술 작가 19명이 스누피를 모티브로 만든 신작들과 케니 샤프, 앙드레 사라이바 등 해외 작가의 작품들로 이어진다. 귀여운 스누피 캐릭터에 작가 개개인의 개성이 묻어나 색다른 매력으로 재탄생했다.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작품이 설치된 가운데 ‘스트리트 아트 앤 스누피’ 공간에선 전시장 벽면에 직접 작가들이 그린 작품이 분위기를 활발하게 반전시킨다.
아트 피규어로 탄생한 스누피도 마련됐다. 아트 피규어 또한 롯데첨단소재의 지원으로 플라스틱 대체 소재인 에버모인 ABS로 만들어져 환경보호 메시지를 전한다. 아트 피규어는 롯데뮤지엄 티켓박스에 비치된 응모권에 희망 입찰가를 적어 내년 2월 3일까지 응모한 뒤 최고가 응모 고객에게 낙찰되는 방식으로 판매되는데, 판매수익금은 전액 월드비전에 기부할 예정이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스누피 런웨이’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스누피, 찰리 브라운, 루시의 의상을 직접 제작해 선보인다. 50cm 크기의 인형 옷으로 제작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의상들을 볼 수 있다. 작은 패션쇼를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루나 프로젝트’와 스누피 전시의 궁극적인 목적은?
로즈 부사장 “1950년 피너츠 만화가 7개 신문에 연재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수의 신문사가 피너츠 코믹스 연재를 거절했지만, 이후 타임지 커버를 장식하기도 하고, 50년 동안 가장 많은 신문매체에 연재되며 기네스북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사랑하는 캐릭터가 된 스누피는 나사와 협업을 맺어 우주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우주비행사 모습을 한 스누피 거대 풍선이 백화점 앞에 등장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과 만났다.
스누피의 행보는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해 전 세계 유명 아티스트들과 컬래버레이션 전시를 열었고, 공공미술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 또한 그 맥락을 이어가는 중요한 자리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누피와 함께 행복을 공감하고 느끼길 바란다.”
구 큐레이터 “이번 전시는 달 착륙 50주년, 스누피 탄생 70주년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바로 꿈이다. 미지의 세계였던 달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인류의 원대한 꿈이 이뤄지며 우리에게 또 다른 꿈과 희망을 품게 했다. 이번 전시가 인류의 꿈이 이뤄진 그 순간을 다시금 기념하면서 행복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런 자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