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를 대표하는 철학자 10명과 그들의 철학이 특별한 관계를 맺었던 화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책이다. 예를 들어 ▲다빈치의 꿈에서 동성애 성향을 읽어낸 프로이트 ▲고흐가 그린 ‘낡은 구두’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 하이데거, 샤피로, 데리다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에서 시선의 관력 관계를 읽어낸 푸코 ▲클레의 ‘새로운 천사’에서 미래 세계에 대한 희망을 읽은 벤야민 등의 일화를 비롯해 니체와 표현주의, 퐁티와 세잔, 들뢰즈와 베이컨, 아도르노와 피카소 등 철학사와 미술사에서 좀 더 심오하고 난해한 주제도 다룬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 미술의 태동과 개화를 알린 다양한 작품, 특히 팝아트 작가들의 작업을 풍부한 도판을 통해 소개한다. 그렇게 독자들은 달리와 마그리트와 워홀의 작품은 물론 미술 분야의 헤게모니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시점의 작품들과 관련해서 현대 철학자들의 해석을 참고할 수 있다.
아울러 유럽 철학을 전공한 철학교수인 저자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철학자들의 이런저런 일화들, 화가들 삶의 간과할 수 없는 사연들을 소개해 읽는 재미를 더해 ‘진실은 디테일에 있다’는 속설을 실감나게 한다.
이하준 지음 / 2만 2000원 / 이숲 펴냄 / 3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