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0호 김금영⁄ 2019.11.28 16:20:38
지난해 말 김창열, 윤명로, 박서보 작가까지, 국내 거장 화가들의 작품이 와인에 등장해 화제가 됐다. 주류유통전문기업 신세계 L&B가 세 화백과 협업으로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 와인 3종을 한정 수량으로 선보인 것. 이른바 한정판 에디션이었다.
당시 신세계 L&B는 “각 화백의 작품과 잘 맞아떨어지는 와인을 고르기 위해 1년 넘게 각국의 주요 와인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그 결과 최종 세 군데의 와이너리(Winery, 양조장)를 정해 각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 샘플과 작품 도록을 주고받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집약적인 노동과도 같은 과정을 거쳐 40년 넘게 ‘물방울’을 그려온 김창열 작가의 작품은, 30년 이상 포도를 길러 한 방울의 와인을 만드는 노력을 이어 온 ‘이기갈 에르미타쥐 루즈 와인’과 만났다. 단숨에 그려낸 듯한 직관이 강하게 느껴지는 윤명로 작가의 작품 ‘바람 부는 날 Ⅸ-920’은 와인 만드는 사람의 직관과 입맛으로 알려진 ‘투핸즈 싱글빈야드 클레어 밸리 쉬라즈 와인’과 조화를 이뤘다. “그리지 않고 비운다”는 철학을 통찰해 온 박서보 작가의 ‘묘법 No.170903’은 양조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해 온 ‘부커 더 원 리저브 와인’과 맥락이 맞닿았다.
신세계 L&B 측은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오브제와 사람의 마음, 지혜가 만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와인과 예술은 서로 닮았다”며 “좋은 와인과 좋은 예술은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힘을 지녔다. 이 에너지를 함께 공유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를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올해 8월 말에도 선보였다.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시부미 놀’과 협업해, 이번엔 황규백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와인 레이블에 입힌 것.
서울문화재단과 손잡고 공예작가 지원
아트 마케팅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 예술을 통한 사회 공헌에 올해 첫 발걸음을 옮겼다. 신세계 L&B는 서울문화재단과 지난 7월 공예 분야 예술가의 창작 활동 지원에 대한 업무 협약을 맺고, 공공-민간기업, 예술가-고객 관점의 상생 가치 실현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당시 서울문화재단 김종휘 대표는 “재단 메세나 사업은 그동안 예술인의 다양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데 이바지해왔다”며 “신세계 L&B와의 협력은 단순한 예술가 지원 사업을 넘어 예술가와 대중이 더욱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업무 협약의 첫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가 ‘테이스팅, 취향의 발견’전이다. ‘아트 앤 와인’ 프로젝트가 와인 상품에 작가들의 작품을 입혔다면, 이번엔 작가들의 작업을 위한 기부금을 후원하는 동시에 작품을 전시할 공간까지 제공했다. ‘와인과 관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공예상품’을 주제로 공모전을 8월 진행했고, 그 결과 신당 창작 아케이드’의 전·현직 입주 작가가 주축이 돼 4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신세계 L&B로부터 후원받은 지원금과 전시 공간을 발판 삼아 상품으로써의 공예품 개발을 시도했다.
작품 전시는 신세계 L&B의 직영매장인 와인앤모어 청담점에서 포문을 열었다. 금속공예로 만든 와인 버켓(와인을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기 위해 얼음과 와인을 넣어두는 통)을 비롯해 금속과 도자로 이뤄진 접시와 촛대 등 다양한 작품들이 와인 매장의 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신세계 L&B는 작가들 작품 전시 지원에는 참여했지만, 작품 판매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전시를 설명하는 도록에 작가들의 개인 연락처를 기재해 궁금한 점은 작가에게 직접 문의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 L&B CSR팀 정충구 팀장은 “공예작가에게는 작품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들에게는 다양한 용품을 살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며 “국내 와인 문화 및 예술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