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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인수 실패 애경, 잃고도 얻은 것은?

2라운드 개막 … 진짜 목표는 에어부산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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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9호 도기천 기자⁄ 2019.12.02 11:49:13

애경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낙마를 두고, 오히려 ‘알짜’ 회사인 에어부산을 인수할 기회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울 마포구 홍대역 애경 본사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애경그룹이 인수 실패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둡지 않다. 올해 처음 대기업집단(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에 진입한 체급으로 재계 33위 HDC그룹과 증권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를 경쟁상대로 삼아 명성을 떨치면서, 향후 예상되는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인수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될 뻔했던 자금 리스크도 부담을 덜었다. CNB가 표정관리에 나선 애경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경쟁자이자 동반자로서 아시아나항공이 이른 시일 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뤄 항공산업 발전에 지속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탈락한 직후인 지난 12일 내놓은 입장문이다. 이날 아시아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강력한 경쟁상대로 꼽혔던 ‘제주항공(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은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애경이 아시아나와의 경쟁자·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며 자신감을 내비친 이유는 뭘까.

우선 ‘플랜B’를 가동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애초부터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이 아니라 아시아나 소속 저비용항공사(LCC)들을 노렸을 가능성이다.

이번 매각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와 함께 묶어서 파는 ‘통매각’이 원칙이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경우에 따라서는 자회사 개별 매각도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매각이 어떤 방식으로 협의될지 알 수 없으며, 분리매각 가능성도 열어놨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는 처음부터 아시아나 인수 예상가를 2조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유동성 자산은 지난 1분기 말 연결 기준 1조3833억원이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550억원에 불과하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이번 입찰에서 매입 가격으로 2조4천억∼2조5천억원 정도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애경이 제시한 금액보다 1조원 가량 높다.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과 임직원들이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닝보 노선 신규 취항을 기념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에어부산 제공

더구나 애경 소속 LCC인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산, 보유 항공기수 등에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런 점에서 애경이 애초부터 분리매각을 염두에 두고 뛰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애경 입장에서는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부산 또는 에어서울만 가져와도 제주항공이 독보적인 LCC 1위에 오를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CNB에 “제주항공(애경)이 자신보다 몇십배 덩치가 큰 아시아나를 가져간다는 건 처음부터 말이 안되는 시나리오였다”며 “결국 에어부산·에어서울 2곳을 노린 포석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우선협상자로 낙점된 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을 인수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을 인수하게 되면 HDC그룹(HDC지주회사)-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HDC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에어부산은 HDC지주회사의 증손회사가 되는 것이다.

정몽규 손에 달린 에어부산 운명

문제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로 편입될 경우 지주회사가 2년 이내에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 지분 44.2%를 갖고 있으므로 나머지 지분(55.8%)를 사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에어부산 시가총액(14일 종가기준 3864억원)과 경영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최소 3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다른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서울은 에어부산과 달리 100% 지분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어 공정거래법 규정을 저촉받지 않는다.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인수 자금도 부담이지만 ‘부산’이라는 지역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에어부산은 출범 당시 부산시와 지역 상공인들이 전체 지분의 54%를 보유할 정도로 지역성이 강하다. 따라서 지분을 전부 가져오게 되면 ‘부산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희석될 수밖에 없다.

 

애경그룹의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을 인수하게 되면 제주항공은 LCC업계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CNB포토뱅크, 연합뉴스

이런 점에서 재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 인수를 거부(분리매각)하거나, 일단 인수한 뒤 다른 계열사에 지분을 넘길 가능성 등 여러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CNB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항만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아시아나를 인수한다고 밝힌 만큼 아시아나항공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며 “수천억원을 더 투자해 에어부산까지 편입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애경(제주항공)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주항공이 품으면 항공업계 지각변동

에어부산이 별도 매물로 나올 경우, 애경이 인수후보 ‘0순위’로 꼽힌는 이유는 이번 아시아나 매각 과정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한데다 자금력에 있어서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때는 사모펀드와 손을 잡았지만 에어부산 만을 인수한다면 독자적으로도 실탄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애경홀딩스의 자금력이나 제주항공의 재무상태로 볼때 에어부산 인수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항공은 2011년 첫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 3411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1조2594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LCC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을 기반으로 32개 국제선 노선을 운영하며 김해국제공항에서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따라서 제주항공이 자신들이 확보하지 못한 노선을 에어부산을 통해 갖고 올 경우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승자의 저주 피한 것만도 다행”

애경의 에어부산 인수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애경 내부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도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아시아나의 부채는 9조5989억원으로 부채비율이 700%에 육박한다. 총차입 규모는 5조9147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최근 일본 노선 여객 급감과 국제유가 상승, 원화 약세 등으로 항공업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대한항공과 달리 항공기 대부분을 리스(임대)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수익률이 낮다는 점도 단점이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1월 1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런 우려 탓에 증권가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를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KTB투자증권은 “현재 현대산업개발이 추진 중인 자체 개발사업 추진 계획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기업 사업모델(BM)과 손익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어 기업가치 변화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DB금융투자는 현대산업개발 목표주가를 종전 3만8천원에서 3만원으로 낮췄다. 우선협상자 발표 직전까지 3만1000원대를 유지했던 현대산업개발 주가는 발표 이후 줄곧 내려가 28500원(14일 종가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애경 사정에 밝은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CNB에 “애경산업 등 애경 구성원들 사이에 이번 인수전을 보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지금은 표정이 밝다”며 “부실덩어리인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지 않게 된 것만도 다행인데, 알짜회사인 에어부산을 가져온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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