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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다시, 새롭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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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1호 김금영⁄ 2020.02.10 10:20:24

위대한 미술 작품은 관람자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다. 심상하게 보고 지나칠 수 없도록, 시선을 잡아채고 발길을 잡아끄는 것. ‘생경함’이란 여러 번 보고 또 보면 익숙해지고 마는 그런 종류의 새로움이 아니다. 오히려 작품이 제작된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살아남는 강력한 무엇이다. 뛰어난 작품에는 반드시 고갈되지 않는 생경함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 세부, 특징이 있다. 이것이 없으면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마음을 울리는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기에 명작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저자는 지난한 시간과 반복된 노출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보는 듯한 생경함을 간직한 것이 ‘명작의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하며, 바로 그런 조건을 갖춘 작품을 이 책에 선별해 소개한다. 단순히 생경함을 지닌 작품들을 선별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와 장소, 장르를 넘나들어 해당 명작과 영향을 주고받은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고대 아시리아의 화살에 맞은 사자를 묘사한 석부조를 현대 중국 작가 차이궈창의 작품과 나란히 등장시키고, 송대의 중국 작가 범관의 ‘계산행려도’와 19세기 프랑스 예술가 세잔의 생트빅투아르산 그림의 공통점을 짚어내는 식이다.

작품의 숨은 의미도 전한다. 예를 들어 진시황의 병마용에서 눈고리는 병사들의 ‘귀’에 있다고 짚는다. 7000점에 이르는 테라코타상은 그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에 대규모 제작 라인에서 부품을 조립함으로써 만들어졌으리라고 추측됐으나, 2014년의 런던 고고학자들의 연구 결과, 단 하나의 귀도 똑같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 실재했던 인물과 같은 유일무이함을 보여주는 귀가 병마용의 위대함을 입증하는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책은 200점이 넘는 컬러 도판으로 구성됐다.

켈리 그로비에 지음, 주은정 옮김 / 2만 3000원 / 아트북스 펴냄 / 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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