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끓는 물에 짜파게티면, 너구리면과 후레이크를 넣고 4분 30초간 끓인다.
② 면수를 150mL(약 2국자) 남기고 나머지 물을 버린다.
③ 짜파게티 분말스프 1개, 너구리 분말스프 1/2개, 올리브 조미유를 넣고 비빈다.
④ 골고루 섞어주며 약한 불에서 30초간 볶는다.
⑤ 완성된 짜파구리를 즐겁게 먹는다.
요즘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짜파구리 레시피다. 최근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영어가 아닌 외국어 영화로 작품상 4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운 가운데, 영화에 등장하는 짜파구리도 화제가 된 것. “짜파구리를 직접 만들어 먹어봤다”는 후기가 유튜브, SNS 등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번지고 있다. 영화를 타고 흐르는 케이푸드 열풍이 거세다.
이 열풍에 웃음꽃이 활짝 핀 곳은 농심이다. 짜파구리는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어 만든 음식으로, 2009년 농심이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자신만의 이색 레시피로 소개했다. 이후 소비자가 취향대로 제품을 요리해 먹는 모디슈머(Modify와 Consumer의 합성어) 트렌드가 번지며, 짜파구리가 다시금 주목받았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짜파구리에 대한 세계 각국의 거래선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농심은 자사 유튜브 채널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이달 바로 업데이트하며 짜파구리 마케팅에 불을 붙였다. 농심 관계자는 “영화에 나온 짜파구리를 손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로 짜파구리 조리법을 안내하는 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1분 남짓의 짧은 영상엔 짜파구리를 끓이는 모습이 단순하게 담겼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농심은 세계 각국의 영화관에서 짜파게티와 너구리 제품을 나눠주며 짜파구리를 홍보하고 있다. 2월 7일부터 상영을 시작한 영국에서는 ‘기생충’ 영화 포스터 패러디와 조리법을 넣은 홍보물을 제작해 제공했다.
영화 ‘기생충’ 효과에 올라탄 건 농심뿐만이 아니다. 편의점 GS25와 CJ ENM은 매출 상승효과를 이뤘으며, CJ프레시웨이는 단체급식장 메뉴에 짜파구리를 올리며 관심을 독려했다. 편의점 GS25는 영화제 시상식 직후인 2월 10~11일 양일간 매출을 살펴본 결과, 너구리와 짜파게티 봉지면 매출이 같은 기간 대비 전년 61.1%, 전월 22.5%, 전주 16.7%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GS25에 따르면 봉지면 뿐 아니라 짜파게티와 너구리 컵라면의 매출도 같은 기간 비교했을 때 전년 33.7%, 전월 10.9%, 전주 10.8% 늘었다. 영화에 나온 필라이트 500ml 매출도 같은 기간 대비 전년 21.4%, 전월 15.7%, 전주 13.6% 증가하며 시상식 특수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GS25는 영화와 함께 부는 케이푸드 열풍에 동참하고자 공식 애플리케이션 ‘나만의 냉장고’에서 영화 ‘기생충’과 관련된 음식 상품을 할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2월 14~18일 진행하기도 했다.
문화적 스토리를 입은 음식, 공감 능력을 발휘
영화 ‘기생충’의 투자배급을 담당한 CJ ENM도 ‘기생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CJ ENM은 한국채택국제회계(K-IFRS) 연결기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전년대비 14.5% 상승한 3조 7897억 원, 영업이익은 9.5% 상승한 2694억 원을 기록했다고 2월 13일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1조 141억 원, 영입 이익 427억 원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영화 부문에서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기생충’을 비롯해 자체 기획한 ‘극한직업’, ‘나쁜 녀석들’ 등 박스오피스 매출 고성장으로 연간 매출액 3493억 원, 영업 이익 436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기생충’의 수상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거운 올해, CJ ENM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앞으로도 진행될 ‘기생충’ 효과를 짐작케 했다.
CJ프레시웨이는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기념해 CJ그룹 계열사 구내식당을 포함, 위탁 운영 중인 구내식당 전 점포에서 순차적으로 ‘짜파구리’ 특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시작은 영화 기생충의 투자배급을 담당한 CJ ENM 구내식당으로, CJ프레시웨이는 아카데미 시상식 다음날인 2월 11일 짜파구리 특식 600인분을 준비해 점심 메뉴로 내놓았다. 이날 점심은 배식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모두 소진됐다. 2월 13일엔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센터에 위치한 구내식당에서 ‘짜파구리 특식’ 600인 분을 선보였다.
특히 CJ프레시웨이는 영화와 동일하게 소고기 채끝을 곁들이고, 영화 속에서 기존 가정부를 몰아내고 기택네 가족이 입성하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복숭아는 디저트 메뉴로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CJ프레시웨이 단체급식 본부 관계자는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쾌거를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고객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특식을 마련했다”며 “이달 내 CJ그룹을 비롯한 계열사 구내식당 전 점포를 비롯해 위탁운영 중인 오피스, 산업체 300여 곳에 순차적으로 짜파구리를 특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식수로 환산하면 총 6만인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짜파구리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짜파구리에 관심을 보이는 건 극 중 짜파구리가 그냥 스쳐지나가는 음식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 물론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로 식감을 자극한 측면도 있지만, 빈부격차를 은유하는 상징물로 비중 있게 다뤄져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라면은 일반 대중에게 익숙한 음식이다. 그런데 부잣집에서 탄생한 라면은 달랐다. 부잣집 사모님 연교가 가정부 충숙에게 짜파구리를 만들 것을 지시하는데, 라면에 한우 채끝살을 올리라는 등 일반적인 라면이라고는 할 수 없는, 다소 과하게 느껴질 만한 호화로운 레시피를 아무렇지도 않게 주문한다. 이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 아래 돈으로 나눠진 현실의 계급 격차를 풍자한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 빈부격차를 풍자하는 스토리를 입은 짜파구리는 공감과 흥미를 얻기에 적합했다”며 “단순 비주얼로 승부하는 식으로 등장했다면 이처럼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화적 스토리를 담은 공감 능력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짜파구리라는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의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막도 역할을 했다. 있는 그대로 짜파구리라 번역하지 않고, 라면(Ramyun)과 우동(Udon)을 합친 ‘람돈(Ram-don)’이라 표현되며 이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의 이해를 도왔다. 밥, 죽 등 쌀보다 면이 익숙한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스파게티같이 느껴져 친근하게 다가선 측면도 있었다. 이달 미국 뉴욕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꽃, COTE)엔 짜파구리가 신메뉴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짜파구리 가격은 18달러(약 2만 1200원)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속 과장된 PPL(간접광고)에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낀다. 위트 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흐름을 원한다. 이 가운데 짜파구리에 쏟아진 관심은 영화와 음식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좋은 시너지 효과의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음식을 메인으로 내세운 영화가 아님에도, 음식을 단순 소품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했다. 빈부격차를 풍자하는 이른바 ‘웃픈’ 음식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한때 드라마의 인기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치맥’(치킨+맥주) 바람이 불었던 것처럼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것은 식품한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계 각국의 거래선과 소비자들로부터 짜파구리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짜파구리의 열풍을 이어갈 수 있게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