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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기업] NC강서점에 15m 길이 미끄럼틀 들어선 이유

지역주민 니즈 반영한 휴식 공간 ‘예스24’ 개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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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5호 김금영⁄ 2020.05.02 07:34:59

NC강서점 외부 전경. 사진 = 김금영 기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쭉 올라가다가 다다른 건물 8층. 앞서 지나친,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꼭꼭 들이찬 층들과 비교해 다소 색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매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통유리를 통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도심의 풍경과, 9층까지 뚫린 높은 천장 등 탁 트인 개방감을 전하는 공간에 수많은 책들이 마치 작품처럼 진열돼 있었다. 이랜드리테일에서 운영하는 아울렛 NC강서점이 이달 오픈한 중고서점 ‘예스24’의 풍경이다.

이랜드리테일은 NC강서점 8층과 9층을 연결해 총 430평 규모의 예스24 중고서점을 마련했다. 12만여 권에 달하는 중고도서가 8m 높이로 두 개 층을 채운 책장을 채웠고, 여기에 음반, DVD와 블루레이, 굿즈(goods, 상품) 등 다양한 문화 상품을 함께 선보이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8층에 위치한 중고서점 ‘예스24’ 입구. 사진 = 김금영 기자

NC강서점이 대규모 공간을 할애해 서점을 만든 건 문화 공간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needs, 요구)에서 비롯됐다. 기존 8층에 푸드트럭형 카페와 공용 테이블이 있어 고객에게 쉼터를 제공했으나, 즐길 거리가 없어 공간이 다소 방치된 경향이 있었다는 것.

이랜드리테일 측은 “NC강서점이 위치한 강서구는 마곡지구 개발로 유입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NC강서점을 찾는 고객의 발걸음도 늘어 왔다”며 “이에 고객 및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객 조사 결과, 가족이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게 공간과, 중고서점에 대한 니즈를 확인했다. 이에 2017년부터 NC강서점에 중고서점을 입점하는 프로젝트를 내부에서 진행해 오면서, 예스24 측과의 오랜 협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매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도심의 풍경. 사진 = 김금영 기자

기존 9층에 있던 한식 샐러드바 브랜드 자연별곡이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빈 공간과, 8층의 고객 쉼터 공간을 활용해 중고서점 예스24를 개점했다. 1~7층에서 쇼핑을 하고, 전문식당가, 문화센터가 주로 자리한 8~9층 식당가에서 배를 채운 뒤 자연스럽게 쉴 곳을 찾게 되는 고객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위치였다.

도심 풍경이 훤히 비치는 큰 유리창은 전망대에 올라온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유리창 쪽에 의자도 설치돼 도심의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는 등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망대 쪽 뿐 아니라 서점 곳곳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의자, 테이블이 배치됐는데 거의 누운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쇼파도 마련돼 있었다. 높은 위치에 있는 책을 꺼내볼 수 있는 작은 사다리도 발견됐다. 편안한 휴식 공간에 대한 니즈에 부합되기 위해 신경 쓴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8층과 9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특히 이 공간에서 인상적인 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마련했다는 것. 전망을 즐기며 책을 즐길 수 있는 8층에서 9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올라가자, 다양한 장르의 책 사이 아이들을 위한 책이 마련된 공간도 이어졌다. 이곳의 책장은 다른 곳과는 달리 알록달록한 색과 모양을 지닌 블록을 콘셉트로 이뤄졌다. 여기에 책과 장난감을 함께 진열해 놓았고, 의자 안엔 레고 블록 장난감을 넣어 뒀다. 그 앞에 블록을 끼워 넣을 수 있는 벽이 마련돼 동화책을 읽다가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9층에서 8층으로 내려올 수 있게 만들어진 15m 길이의 미끄럼틀도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안전요원의 관리 하에 운영되는 미끄럼틀로, 키 120cm 이상인 7~13세 아동이 오후 3~4시에 이용할 수 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서점과 이색적인 조화를 이뤘다.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에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점 곳곳에 배치된 의자들. 사진 = 김금영 기자

 

아동 콘텐츠를 부각시킨 서점 풍경

 

8층과 9층 두 개층을 연결하는 15m 길이의 미끄럼틀. 사진 = 김금영 기자

중고서점 예스24가 특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힘을 쏟은 건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층의 특성을 고려한 결과다. NC강서점은 지난해 열렸던 ‘아가방 우리 아이 페스티벌’ 대전이 오픈 반나절 만에 당일 목표한 금액의 80%를 달성하고, 총 2000여 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등 아동 브랜드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팔로워 9.4만의 인스타그램 아동복 셀러 ‘하이미’, 유아 전용 식품을 판매하는 ‘얼라맘마’, 아동 액세서리 전문 셀러 ‘프린세스벨’ 등이 참여해 제품을 선보이는 ‘랄랄라마켓’을 지난 11월에 진행하기도 했다.

서점을 방문한 날에도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이랜드리테일 측은 “NC백화점은 다양한 아동 브랜드를 선보이는 만큼 아동 콘텐츠가 특화돼 있고, 매출 부분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NC강서점은 65개의 아동복 브랜드와 코코몽 키즈랜드까지 함께 있어 아이와 함께 백화점을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그렇기에 부모와 아이가 색다르게 독서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을 꾸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아동 서적이 마련된 공간엔 레고 블록이 들어 있는 의자와, 블록을 끼워맞출 수 있는 벽이 설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아동 서적 공간에 함께 전시된 장난감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 밖에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과 굿즈를 전시 및 판매하는 디저트 카페 ‘모카앤코’를 함께 마련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9층에 위치한 이 카페에서는 임주형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카페 내부에 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어 차를 마시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랜드리테일 측은 “독서와 예술 작품의 조화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예스24 측에서 제안했다.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와 함께 독서를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서점과 잘 어우러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이밖에 정기적으로 유명 작가의 강연회와 원데이 클래스 등 독서 관련 문화 행사 등을 선보이며 예술 콘텐츠를 보다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동 서적 공간의 책장들은 레고 블록을 콘셉트로 알록달록하게 꾸며졌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서점은 변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향유하는 체험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커피를 즐기면서 책을 읽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북카페, 작가들의 작품 전시 공간을 함께 운영하는 예술 서점, 담요를 덮을 수 있는 작은 개인 공간에서 편하게 만화책을 볼 수 있는 콘셉트의 만화 카페, 아담한 분위기의 동네책방,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공간 등 서점의 형태는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규모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의 니즈에 맞춘 콘셉트가 중요하다”며 “오프라인 서점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곳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셉트를 마련하고, 학생들이 주로 찾아가는 대학상권은 학생들을 위한 책을 많이 보유하며, 쇼핑몰 내 서점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읽는 등 주요 타깃층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점 내 배치된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사진 = 김금영 기자

NC강서점에 위치한 중고서점 예스24는 지역주민의 문화의 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스24 김석환 대표는 “서울 지역에 네 번째 중고서점을 오픈할 수 있도록 예스24 중고서점을 애정해준 많은 고객에 감사하다”며 “NC강서점 예스24가 지역주민의 여가 시간을 책임질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랜드리테일 측은 “외식, 패션 쇼핑뿐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찾는 고객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그 부분에서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며 “서점 개관 이래 현재까지는 방문도 꾸준히 이어지는 등 반응이 좋은 편이다. 운영 추이를 지켜보고, NC강서점뿐 아니라 각 백화점이 위치한 지역별 니즈에 맞게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늘려나가며 지역주민 및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티스트의 작품과 상품을 전시 및 판매하는 디저트 카페 모카엔코. 사진 = 김금영 기자
디저트 카페 모카엔코에 전시된 임주형 작가의 작품들. 사진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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