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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열전 ②] “지상파 펀치” 웨이브 vs “케이블 재미” 티빙 … K드라마로 승부

'급성장' 아시아 시장, 한류 잡아야 공략 가능…넷플릭스도 먼저 손 내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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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7호 윤지원⁄ 2020.05.23 08:36:50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이 ‘뉴 노멀’이 된 시대, 대표적인 비대면 서비스인 OTT(동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글로벌 OTT 선두주자 넷플릭스(Netflix), 콘텐츠 공룡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Disney+) 등 미국 발(發) 기업들이 1분기 좋은 실적을 거두는 동안 웨이브(wavve)와 티빙(TVing) 같은 우리나라 토종 OTT 서비스도 글로벌 시장을 넘볼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문화경제는 복잡하게 확장되고 있는 국내외 OTT 시장 구도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관련기사
① '넷플릭스 내민 손' 거절한 웨이브 vs 맞잡은 티빙, 대결 어디로?


 

영화 '기생충' 홍보용 이미지. (사진 = CJ ENM)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K방역’과 KBO 프로야구 리그가 새로운 한류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에 중독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국내 상륙 직전에 이러한 자부심을 폭발시킨 사건이 있었다. 바로 봉준호 감독과 그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 국제영화상 등 주요 4개 부문에서 수상한 일이다.

비슷한 시기, 넷플릭스에서는 김은희 작가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가 공개되어 다수 국가에서 인기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등 우리 뮤지션들의 세계적인 팬덤은 또 어떤가. K드라마, K팝, K무비, 심지어 K좀비와 K방역, KBO ‘빠던’까지,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류는 이미 아시아를 넘어 유럽, 중남미 등 해외 곳곳의 시장에서 향유되고 있다. 이젠 심지어 ‘빌보드’, ‘그래미’, ‘아카데미’ 등 세계적인 명예와 권위가 따르는 타이틀까지 거침없이 정복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의 세력 확장을 눈여겨보는 이들 중에는 OTT 기업들이 있다. 국내 토종 OTT인 웨이브와 티빙 등이 주요 한국 콘텐츠 공급자들과 연합을 공고히 할 뿐 아니라,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업체도 한국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박인제 감독 등 한국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의 한 장면. (사진 = 넷플릭스)


콘텐츠 수급 능력이 핵심 경쟁력

OTT는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공급하는 플랫폼 사업이다. 해당 플랫폼 가입자는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PC,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PC, TV 등 기기를 가리지 않고 해당 서비스가 공급하는 콘텐츠를 맘껏 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OTT 서비스로 미국의 막강하던 케이블TV를 넘어서고, 글로벌 OTT 시장을 앞장서서 확장해 나가고, 장악하면서 미디어 산업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데에는 해마다 십수조 원을 투자해서 만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절대적인 역할을 해 왔다.

OTT 같은 미디어 플랫폼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그래서 이러한 콘텐츠를 다량으로, 꾸준히 공급해줄 수 있는 콘텐츠 공급자(CP), 즉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 같은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 배급사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이 거물 CP들에게 지급하는 콘텐츠 비용이 해마다 늘어나고, 이로 인해 가입자의 월정액 인상이나 광고 영업을 고민할 바에, 자신들이 독점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에 넷플릭스가 매년 세계 각지의 콘텐츠 제작자들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데 들이는 비용은 연간 100억 달러가 넘는다. 할리우드에서는 올해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는 돈이 173억 달러(한화 약 20조 5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5월 22일 현재 대한민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목록 일부. (사진 = 웹페이지 화면 캡처)


어느덧 수년 전부터 할리우드 최대의 큰 손으로 부상한 넷플릭스는 이제 아카데미상, 에미상 같은 주요 시상식을 자신들의 작품들로 도배할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조선 배경의 K-좀비물 ‘킹덤’처럼 세계 각국에서 독특하고 독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 공개하는 영화나 시리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코미디 등이 1주일에도 몇 편씩이나 된다. 그런데 극장, 케이블TV 등등 다른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작품들을 볼 수 없으니, 가입자는 더욱 많이 모여들게 된다. 투자액이 늘어나고, 콘텐츠도 늘어나며, 가입자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계속된다. 2028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액은 2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아마존프라임 비디오와 훌루(hulu) 등과의 격차가 이젠 메우기 힘들 정도로 벌어졌는데,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의 양과 질에서 못 미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2020년 이후의 새로운 강자로 전망되는 OTT 서비스는 아마존도, 유튜브도 아닌 디즈니플러스나 워너미디어 HBO가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HBO맥스(HBO Max), NBC유니버설의 피콕 등 후발주자들이다. 그 모체가 모두 막강한 CP인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볼 수 있다.
 

웨이브가 투자한 오리지널 프로그램 '꼰대인턴'이 5월 20일 MBC에서 첫 방송됐다. (사진 = MBC)


웨이브 “콘텐츠에 3000억 투자”

콘텐츠는 국내 OTT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에 사업자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무기를 갈고 닦는 데 전력을 다하는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위한 투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TV 콘텐츠를 서비스하며 SK텔레콤이라는, 국내 가입자 최대의 이동통신사를 업고 있다. 지상파 3사는 한류의 시초가 된 ‘겨울연가’, 걸작 시트콤인 ‘하이킥’ 시리즈 등 수많은 드라마와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 ‘런닝맨’ 같은 예능 프로그램까지 수십 년에 걸친 막대한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막강한 콘텐츠 공급자(CP)들이다.

여기에 웨이브는 지난달 미국의 NBC유니버설과 파트너십을 체결, 미드 ‘디오피스’,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같은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동시에 웨이브의 지상파 3사 및 일부 종편의 콘텐츠를 NBC유니버스를 통해 해외에 유통하게 됐다.
 

웨이브와 NBC유니버설 제휴에 관한 인포그래픽. (사진 = SK텔레콤)


아울러 웨이브는 약 1200편에 달하는 영화 라이브러리를 3300편으로 확대하고 조만간 4천 편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웨이브는 출범 당시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강조한 바 있다. 2023년까지 3천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올해에만 6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4일 웨이브에 따르면, 올해 최대 8편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에 투자한다. 일단 20일 첫회가 방영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을 시작으로 MBC 'SF8(에스 에프 에잇)', SBS '앨리스', 채널A '거짓말의 거짓말' 등 드라마 4편에 대한 투자를 확정했으며, 지상파·종편 드라마와 아이돌 예능 프로그램 3~4편을 오리지널 라인업에 추가한다.

지난해 웨이브 출범 직후 처음 선보인 오리지널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의 경우 아시아, 중동, 유럽, 미주지역 등 전 세계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tvN, jtbc 등에서 방영되며 올해 상반기 내내 큰 화제를 이어가고 있는 프로그램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태원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부부의 세계',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5' 포스터. (사진 = tvN, jtbc)


티빙,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

티빙은 CJ ENM 계열의 여러 케이블 채널들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종편 중 가장 히트작이 많은 JTBC와 지난해 손을 잡았다.

티빙은 CJ ENM이 보유한 티빙 담당 사업부를 분할해 JTBC가 2대 주주에 오르는 방식으로 올해 안에 합작법인을 출범한다. 이를 위해 CJ ENM은 티빙 사업부문 물적분할을 6월 1일부로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함 심사에 걸리는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해 최근 이를 8월 1일로 연기했다.

티빙의 콘텐츠는 국내 방송사의 TV 콘텐츠를 주무기로 한다는 점에서 웨이브와 비슷하지만,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차이만큼 그 성격이 다르다. CJ ENM의 핵심 케이블TV 채널인 tvN, OCN 등은 수사물, 오컬트물 등 다양한 장르 드라마와 시즌제 프로그램에 꾸준히 강점을 보여 왔고, Mnet은 ‘MAMA’, ‘쇼미더머니’, ‘프로듀스 101’ 등 K팝과 관련한 콘텐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JTBC는 현재 최고의 화제를 몰고 있는 ‘부부의 세계’, 지난해의 히트작 ‘SKY 캐슬’ 등 드라마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으며, ‘아는형님’, ‘슈가맨’, ‘히든싱어’ 같은 예능에서도 지상파 못지않게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SBS의 자회사인 SBS미디어넷 산하의 케이블TV 채널 4곳이 이달부터 티빙에서 서비스 되면서 웨이브를 떠났다. SBS는 지상파 방송사지만 SBS미디어넷은 SBS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케이블TV 사업자로, 콘텐츠 성격 및 이해관계가 티빙과 더 잘 맞기 때문에 웨이브에서의 서비스를 종료한 것으로 보인다.

티빙은 넷플릭스와도 손을 잡았다. CJ ENM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부터 3년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JTBC콘텐트허브도 3년간 넷플릭스에 자체 드라마를 공급하고, 20여 편의 드라마 공동 프로덕션을 진행한다.
 

지난해 1월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제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류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 진출 무기

토종 OTT 선두주자들이 이처럼 국내 지상파/케이블(종편) 방송국 중심으로 양분되어 있지만, 국내 시장을 나눠 먹는 데만 급급한 것이 아니다. 이들의 목표는 더 먼 곳에 있다. 일례로 지상파들과 손잡고 웨이브를 출범시킨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아시아 전체가 협업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또한, 국내 및 아시아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 등 미디어 본류까지 진출할 것”이라는 야심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박 사장은 지난해 말 사내 송년 행사에서 넷플릭스의 제휴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거절 이유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 OTT와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강자들에게 국내 시장이 잠식당하지 않도록 체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문화혁신포럼에 연사로 나서 ‘한류’를 넘어서는 ‘아시안 무브먼트’ 개념을 제시하며,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쳐 글로벌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콘텐츠 연합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시장 1위인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통해 얻어질 당장의 수익을 거절한 자신감이나 미국 진출의 비전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상파건 케이블이건 종편이건 국내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들이 이미 아시아 전역의 미디어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건 우리가 아니라 오히려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다. 북미 시장은 이미 포화되어 있고, 새로운 수요가 있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면 아시아에서 인기 상위권을 장악한 한국 콘텐츠를 꼭 잡아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 중 93%는 아시아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최근 아시아 국가별 넷플릭스에서 꼽은 ‘가장 많이 본 작품’ 순위에는 ‘킹덤 시즌2’를 비롯해 ‘이태원클라쓰’, ‘더킹: 영원의 군주’, ‘하이바이마마’ 같은 한국 드라마들이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아시아 OTT 시장이 한류 콘텐츠에 의해 돌아가는 중인 모양새다.

(위로부터) 한국, 홍콩, 대만, 태국 등 각국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톱10.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클라쓰', '킹덤: 시즌2' 등 한국 드라마가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단, 한국(5월)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지난 2월 자료. (사진 = 웹페이지 화면 캡처)


유진투자증권은 “미국 시장이 자리 잡게 되면 아시아로 향하는 OTT 사업자가 증가할 것이고, 이들의 경쟁은 곧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급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티빙과 웨이브가 넷플릭스, NBC유니버설 등 해외 유력 업체들과 맺은 제휴 역시 해외의 우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내 CP들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해외에 유통하는 발판으로 이들을 활용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글로벌 OTT 시장에서 우수한 콘텐츠를 가진 토종 업체들이 ‘갑’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웨이브와 티빙이 미국 플랫폼 사업자들과 제휴하는 것은 이미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을 입증받은 아시아 OTT 시장을 넘어 유럽과 북미 등 글로벌 시장으로 콘텐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토종 OTT 사업자들 및 CP들과 미국 플랫폼들과의 제휴가 더 활발하고 깊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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