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몰로지의 근세
근대를 맞이하는 19세기 일본인은 무엇을 봤나? 일본 인문학을 다루는 이와나미쇼텐의 ‘근대 일본의 문화사’ 시리즈의 제2권이자, 국내 번역본으로는 마지막으로 발행돼 시리즈를 마무리하게 됐다. 1권인 ‘근대세계의 형성’이 근대 그 자체를 묻는 담론을 다양하게 전개했다면, 본 책인 2권 ‘코스몰로지의 근세’는 일본이 근대의 국민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 과정을 논한다.
이 책은 그 이행 과정이 일본이 근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정이자, 기존의 동양사상과 함께 새로이 받아들인 서양사상이 뒤섞이며 벌어진 단절과 연속의 거듭이었으며, 종교·법·윤리·공간정치 등을 통한 다양한 체제로의 이행이었다고 짚는다. 더불어 이런 변화로 말미암은 생활세계의 변혁이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 시기의 변동을 분야 혹은 주제별로 상세하게 고찰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각 장에서 법과 윤리, 생활상과 젠더상의 변화를 다루며 최종적으로는 국민국가의 내셔널리즘 형성을 구체적 사료로써 제시한다. 이 책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이론을 벗어나 실제 변혁이 일어나던 당시의 시대상을 한 꺼풀 드러내어 보여준다. 그리고 근대 일본의 역사는 과거 사건들의 집적이나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된 서사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것과 과거를 재정의하는 것 사이를 왕복하고 횡단하는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시마조노 스스무 외 지음 / 2만 6000원 / 소명출판 펴냄 / 385쪽
일본 근대 디자인사
의복과 공간, 상품과 포스터 등 우리는 무수히 많은 ‘디자인’ 속에서 일상을 살아간다. 디자인은 쓰는 사람의 감각과 사고의 변화에 작용하며, 따라서 디자인은 우리 삶을 규율한다. 그렇다면 "디자인을 살펴본다는 것은 곧 근대 일본 그 자체를 살펴본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를 맞이한 일본은 디자인사에 있어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며, 처음으로 서구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던 전환기와 ‘생활 개량’이 이뤄지던 1920년대, 내셔널리즘에서 벗어날 수 없던 전쟁기와 전후 소비사회에 이르기까지 각 시기별로 중요한 테마를 통해 일본 디자인사를 소개한다.
일본의 근대 디자인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실행됐으며 어떤 역할을 했는가? 디자인과 사회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근대 디자인은 무엇을 테마로 삼았으며 어떤 문제에서 비롯됐는가? 역사와 디자인, 그리고 시대를 잇는 다양한 물음을 통해 이 책은 근대 일본이 그려낸 디자인, 혹은 디자인이 그려낸 근대 일본을 돌아본다. 본문엔 주요한 디자인 작품을 컬러로 수록해 이해를 돕는다.
또 동시대 서구의 사상적 흐름, 디자인 사조와의 연결성을 살피는 이 책의 작업은 거울상처럼 우리의 디자인사를 비춘다. 국내에서 디자인을 연구하는 경우 흔히 미술공예운동부터 시작되는 유럽 중심의 디자인사를 읽고 수많은 디자이너와 명작으로 평가되는 디자인 작업을 외우지만, 그것이 같은 시대 한국에 어떤 식으로 수용됐으며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가시와기 히로시 지음 / 1만 4000원 / 소명출판 펴냄 / 1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