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고윤기 법 칼럼] 악플 우습게 알다간 공무원 못 되고 회사에서 퇴출?

  •  

cnbnews 제681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20.08.13 13:53:04

(문화경제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최근에 인터넷 게시물에 달리는 악성 댓글(악플)과 관련한 일들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최근 많은 새로운 악플 자료들을 접하게 되었다. “각도기 잰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이 말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하는 범위에서 교묘히 벗어나는 댓글을 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 인터넷 악플은 익명성을 이용해 진화하고 있다.

악플은 그 성격에 따라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와 일반 형법상 모욕죄로 나뉘는데, 특허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하여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술 마셔서” 변명이 처벌 더 무겁게 만들 수도

법에 7년 이하의 징역이라고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7년의 징역형이 선고되지는 않는다. 7년을 상한으로 두고, 그 안에서 적절한 형량을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이 정해서 판결한다. 물론 법관의 지나친 재량권 남용을 막기 위해서 우리 대법원에는 양형기준이라는 것을 두고 있는데, 여기서 정한 감경 요소 또는 가중 요소를 고려해서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의 형량을 정한다.

명예훼손과 모욕죄의 경우에는 2019년 7월부터 기존의 것보다 가중된 양형기준이 시행되고 있다. 대법원 양형 위원회는 이 기준을 발표하면서 최근 SNS 등을 통한 인터넷 명예훼손 사건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의 양형기준에서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만취 상태에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를 범한 경우에 이 만취 상태를 형의 감경 요소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고, 범행 후에 면책 사유로 삼기 위해서 음주를 한 경우에는 만취 상태를 오히려 형을 가중하는 요소로 반영한다고 규정한다. 즉 “제가 술을 먹고 실수했습니다”,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 글을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따위의 변명은 전혀 통하지 않는 국면이 되었다.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에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되는 악플에 대한 MBC TV의 뉴스 화면. 

예전에는 인터넷 악플의 경우,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초범’인 경우라면 벌금형이 선고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위와 같이 변경된 양형기준에서도 이와 같은 공식은 깨질 전망이다. 실제로 필자가 접하는 사건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 혹은 ‘징역형’이 예상되는 사건이 등장하고 있다.

 

7월 11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가 확정된 경우, 우리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 동안 공무원 결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라면, 4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비단 공무원뿐만이 아니다. 많은 공기업 혹은 사기업에서 직원에게 ‘금고형 이상의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경우를 퇴직 사유로 삼고 있다. 멀쩡한 회사원이 자칫 잘못하다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해외 주요 언론의 댓글 정책 변화상을 보여주는 jtbc 방송 화면. 

악플과 관련된 자료를 정리하다 보면, 정말 이래도 되나 하는 내용이 많이 있다. 그것도 한 사람이 한 차례가 아니라, 정말 징글징글할 정도로 여러 차례 글을 올린다. 때로는 수사기관에서 단 한 번 조회만 하면, 신상을 밝혀낼 수 있는 경우인데도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무모하게 악플을 다는 경우도 있다.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에 악플과 관련한 무용담이 올라온다. “이번에는 ‘벌금형’으로 가볍게 막았다”고. 하지만, 다음에 같은 죄로 처벌 받는 경우에는 집행유예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이 판결을 근거로 피해자는 후속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있고, 가해자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해야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사실적시의 명예훼손은 처벌해서는 안 되며, 허위 사실 적시의 명예훼손과 모욕죄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모욕죄’도 비범죄화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악플을 많이 다루다 보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이 글에도 악플이 달릴지는 모르겠다만, 누가 악플을 다는지를 수사기관은 생각보다 정확히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문화경제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CNB 저널 FACEBOOK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