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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환경 ④]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 어렵다? 개선 나선 뷰티 업계

종이 포장재·재활용 1등급 용기 등 … 아모레·LG생건, 친환경 용기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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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4호 옥송이⁄ 2020.09.03 09:32:37

지속가능성을 아시는지. 현재의 생태계를 훗날에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만든다는 뜻이다. 기후나 국가정책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기업들의 ‘친환경’ 활동들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나 LG화학,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속속 친환경 인증을 받고 있다. 환경 문제에 둔감한 기업은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외면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4편은 친환경 용기로 전환하고 있는 뷰티 업계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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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 섞지 않는다’
환경부가 발표한 분리배출 원칙이다. 단 네 단계만 걸치면 쓰레기를 종류에 맞게 버리고, 폐품을 갱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화장품 용기는 유난히 분리배출이 어렵다고 알려졌다. 왜일까.

화장품 용기, 아름답지만 분리배출엔 취약해

분리수거함 앞에 선 당신. 다 사용한 화장품을 어떻게 버려야 할지 고민 중이다. 용기를 구성하고 있는 재질이 다양한 것 같아서다. 고심 끝에 뚜껑과 펌프는 플라스틱에, 본체는 유리로 분리했다. 과연 정답일까?

이 중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쓰레기 종류에 따른 배출은 정답. 그러나 내용물을 헹궈서 버리지 않은 건 감점 요인. 해당 사례는 화장품 용기의 분리배출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화장품 용기는 내용물로 오염되거나, 혼합 물질로 제작된 경우가 많아 분리배출 및 재활용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발표한 분리배출 원칙 4가지. 사진 = 환경부 홈페이지 


화장품 용기는 기능과 심미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 제작된다. 외부 충격으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고 성분 변질을 차단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디자인이 더해져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화장품 용기가 다양하고 복잡한 재질로 제작되는 이유다.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은 소재뿐만 아니라, 제조부터 폐기까지 수명이 짧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률이 높다.

UNEP(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지난 2018년 기준 3.59톤에 이른다. 이 가운데 79%가 매립되거나 방치되며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9%에 불과하다. 특히 화장품 용기는 약 60%가 플라스틱이다. 수치로 환산하면 연간 150억 병 이상의 플라스틱 용기가 생산된다. 화장품 용기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부상하자 화장품 업계는 플라스틱 포장재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뷰티 업계, ‘친환경 용기’ 전환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화장품 용기에 메탈 제로(metal zero) 펌프 도입 및 100% 재생 플라스틱 용기 활용 등 친환경 제품을 내놓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약 700톤의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감축하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레스 플라스틱(Less Plastic)’의 일환이다.

대표적으로 생활용품 브랜드 해피바스는 ‘메탈제로 펌프’를 적용했다. 금속 스프링을 사용하지 않아, 다 쓴 뒤 별도의 분리 작업 없이 그대로 분리배출 할 수 있다. 용기는 100% 재생 플라스틱이며 겉면 포장재인 수축 필름에 절취선을 넣어 재활용이 쉽다.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메라는 '지속가능한 종이 패키지'를 선보인 바 있다. 사진 =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는 종이 포장재를 적용했다. 이는 기존 용기 대비 플라스틱 함량을 약 52% 감량한 수치다. 캡과 숄더에는 재생 플라스틱을 10% 사용했다. 프리메라는 유리 용기와 재생 플라스틱 캡을 적용하고, 사탕수수 부산물 및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지류 사용량을 최소화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총 1736톤의 화장품 공병을 수거했고, 작년 기준 159톤의 플라스틱을 감량했다. 지난해 6월에는 환경기업 테라사이클(TerraCycle)과 플라스틱 공병 재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3년간 매년 플라스틱 공병을 최소 100톤 재활용하고, 오는 2025년까지 공병 재활용 100%, 제품 집기 적용 비율 50%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아모레퍼시픽 안세홍 대표이사 사장은 “플라스틱 이슈는 기업들도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공동의 사회적 문제”라며 “아모레퍼시픽은 수거한 공병의 재활용뿐 아니라 친환경 소재 개발 등으로 ‘NO 플라스틱’ 시대를 앞서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 제품인 피지 파워젤, 한입 베이킹소다 담은 세제, 한입 허브담은 식초세제 등 6종은 한국 포장재 재활용사업 공제조합으로부터 ‘포장재 재활용 1등급’을 획득했다. 재활용 1등급은 포장재의 몸체, 라벨, 마개 등이 모두 동일한 재질로 제작된 경우만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친환경 기업 테라사이클과 공병 재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6월에는 테라사이클과 화장품 공병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벤치'를 제작했다. 사진 =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제품 포장재에 대한 안정성과 재활용 측면을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면서 “향후 지속적인 친환경 제품 개발을 통해 재활용률을 제고하고 친환경 생활문화가 확산되도록 그린 패키징 구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화장품 연구개발 생산(ODM) 기업 코스맥스는 친환경 용기 제작업체 이너보틀과 재활용이 쉬운 용기 개발에 착수했다. 글로벌기업 로레알은 오는 2025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사용하거나 퇴비화하겠다고 밝혔다. 에스티로더는 친환경 제품 개발을 위한 자체 팀을 구성했다.

오는 25일부터 자원재활용법 본격 시행

화장품 시장의 플라스틱 감축은 점차 탄력받을 전망이다. 각 업체의 정책뿐만 아니라, 정부의 ‘친환경 법안’이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환경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데 따른 대책이다. 다만 혼란을 우려해 9개월의 계도기간을 운영했다.
 

계도기간은 오는 9월 24일 만료되며, 이후부터는 재활용이 어려운 폴리염화비닐(PVC) 등이 함유된 용기를 사용할 수 없다. 포장재도 재활용 난이도에 따라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급을 매기게 되며, 기업에서는 어려움 등급을 받은 제품 겉면에 ‘재활용 어려움’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또 등급에 따라 환경 부담금을 최대 30%까지 내야한다.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 6종은 한국 포장재 재활용사업 공제조합으로부터 ‘포장재 재활용 1등급’을 획득했다. 사진 =  LG생활건강 


등급 평가 및 표시제도 시행으로 환경보호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소 화장품 업체들의 경우 단기간 개선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높아진 환경 의식을 비롯해 국가 차원의 친환경 법률이 시행되면서 화장품 용기가 변화하고 있다”며 “환경 측면에서 분명 좋은 방향인 것은 맞지만, 계도기간이 짧아 적합한 대체재를 마련하지 못한 중소업체들의 제품은 ‘재활용 어려움’ 평가 등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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