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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 ②] 명품 시장, “큰손 젊은세대 잡아라”

라이브 방송·프리미엄 배송 서비스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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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3호 김금영⁄ 2020.09.04 09:42:26

“불황기에 고가 상품이 더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 단지 속설만은 아니다. 예컨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체적으로 소비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명품 시장은 오히려 활성화를 띠고 있다. 롯데쇼핑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 기피 및 긴급재원지원금 사용처 제한 등으로 할인점과 컬처웍스 매출 부진은 심화됐지만, 백화점은 해외 명품이 소비 회복 흐름을 타고 매출 6665억 원, 영업이익 439억 원의 실적을 기록해 지난 1분기(매출 6063억, 영업이익 285억) 대비 소폭 개선된 양상을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급 자동차가 더욱 주목받고, 쓸 때는 팍팍 쓰자는 ‘플렉스(자신의 부와 능력을 과시하거나 라이프 스타일을 자랑하는 의미)’ 소비 트렌드가 번지며, 이를 주요 콘셉트로 한 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코로나19 속 빛을 발하는 ‘코로나 플렉스’ 현상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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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 ①] “코로나19 불황? 명품은 더 잘 나간다”

가치 소비 중요히 여기는 젊은 세대,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대형 쇼핑몰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20대 김지은 씨는 최근 생애 첫 명품 가방을 구매했다. 그는 “TV만 틀면 ‘집값이 올랐다’ ‘취업이 어렵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났다’ ‘감염의 위험이 있으니 가능하면 집에만 있어라’ 등 어두운 이야기만 나온다. 손에 들어올 것 같지 않은 것들과 오지 않은 시간들만 올려다보고, 집밖에도 잘 나가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을 한탄하고만 있기보다는, 지금 내 손에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사치를 누리며 조금이나마 즐기고 싶었다”며 “가방을 사고 대리만족을 느꼈다. 친구들도 명품 가방 하나씩은 다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시장에서 아낌없이 팍팍 소비하는 플렉스 트렌드가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생활 영위를 주요 목적으로 소비에 집중해 온 기성세대와 달리, 소비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신념을 드러내는 ‘가치 소비’에 가치를 두는 경향은 젊은 세대에게 두드러지게 보인다. 이 중 ‘플렉스’도 주요 가치로 떠오른 것.

 

구인구직사이트 사람인이 올해 초 20~30대 3064명을 대상으로 ‘플렉스 소비문화’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52.1%가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자기만족이 중요해서’(52.6%), ‘즐기는 것도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서’(43.2%),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 것 같아서’(34.8%),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 생각해서’(32.2%), ‘삶에 자극이 돼서’(22.2%), ‘멋있어 보여서’(7.3%) 등을 들었다. 이들 중 절반 이상(54.5%)은 “앞으로 플렉스 소비를 할 의향이 있다”고도 밝혔으며, 플렉스 하고 싶은 것으로는 ‘고가의 명품’(40.8%)이 1위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이탈리아 럭셔리 가구 브랜드 ‘폴리폼’을 오픈했다. 사진 = 현대백화점

실제로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 이하와 30대 명품 매출 신장률은 각각 25.7%, 34.8%로, 40대(13.7%)와 50대(10.5%) 수치를 크게 앞지르며 명품의 큰손인 주요 고객으로서의 영향력이 눈에 띄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20~30대 명품 매출 신장률이 30.1%로 지난해(20.3%)보다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누구나 씀씀이가 좋기 때문에 명품을 사도 그렇게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불황일 때 명품을 사면 더 주목받는다”며 “힘든 상황 속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들은 비싼 물건을 사면 덩달아 자신의 가치도 높아지는 듯한 보상 심리를 느끼기도 한다. 소비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난 남들과 달리 어려운 상황에도 주눅 들지 않고 괜찮다’는 것을 뽐내려는 과시 의욕도 강한 성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과 공포 심리가 장시간 만연한 특이적 상황에서,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펑펑 쓰는 데 무엇보다 가치를 크게 두는 플렉스 트렌드가 명품 소비를 활발하게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품 소비자 VIP에게 시크릿 라이브 방송까지

 

신세계TV쇼핑은 7월 MCM 브랜드와 함께 네이버 쇼핑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사진은 MCM 백팩 이미지. 사진 = 신세계TV쇼핑

이에 발맞춰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명품 시장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리빙에 관심이 많은 30~40대 젊은 VIP 고객을 잡기 위해 리빙관에 이탈리아 럭셔리 가구 브랜드 ‘폴리폼’을 선보이며 럭셔리 리빙 브랜드 유치에 나섰다. 대표 상품인 피닉스 키친은 2억 9000만 원 대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무역센터점의 전체 VIP 매출에서 30~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5.0%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평균(39.1%)보다 높았다. 특히 이들의 전체 매출에서 리빙이 차지하는 비중은 39.7%로, 다른 연령대 VIP의 리빙 매출 비중(27.1%)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리빙에 관심이 많고 소비력까지 갖춘 젊은 고객이 많다는 얘기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한 마케팅도 펼쳐지고 있다. 롯데온은 7월 ‘명품 위크’를 열고, 일주일 간 순차적으로 롯데면세점 재고 명품, 병행수입 명품 등을 할인 판매했다. 이는 앞서 6월과 7월 롯데면세점과 손잡고 온라인 명품 수요를 확인한 결과로 마련된 자리였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세루티 1881’과 여성복 브랜드인 ‘세루티 1881 펨므’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8월 20일 론칭 상품을 홈쇼핑을 통해 선보였다. 사진 = CJ ENM 오쇼핑부문

롯데온 측은 “재고 명품을 판매한 결과 첫 날에만 준비한 물량의 70% 가량을 소진하는 등 명품에 대한 인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롯데온과 롯데면세점은 7~8월에 걸쳐 총 4번 명품 재고 판매를 진행했고, 특히 4차 판매에서는 지난 차수보다 2배가량 많은 약 70억 원의 물량을 준비하는 등 규모도 넓혔다. 롯데온 측은 “매번 준비 물량의 70% 이상이 판매됐으며, 이에 힘입어 롯데온의 7월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61.5% 증가했다”고 밝혔다.

 

라이브 방송, 홈쇼핑에도 명품이 진출했다. 신세계TV쇼핑은 7월 MCM 브랜드와 함께 네이버 쇼핑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제품 판매를 비롯해 비대면 콘셉트의 패션쇼도 선보였다. 신세계TV쇼핑 측은 “최근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라이브 커머스가 새로운 유통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번 네이버 쇼핑 라이브 입점 및 협업 방송을 통해 명품 브랜드사들의 라이브 커머스 방송 참여 확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세루티 1881’과 여성복 브랜드인 ‘세루티 1881 펨므’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8월 20일 론칭 상품을 홈쇼핑을 통해 선보였다. 홈쇼핑의 패션 고급화를 목적으로 두는 CJ ENM 오쇼핑부문은 지난해엔 칼 라거펠트와 손잡고 칼 라거펠트 파리스를 국내에 전개하고 있으며, 국내 디자이너 지춘희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CJ ENM 오쇼핑부문 패션본부 측은 “세계적 전문 브랜드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그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상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7월 시크릿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명품 스타일링 클래스를 진행했다. 사진 = 롯데백화점

7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를 입점시킨 롯데백화점은, 8월 라이브 방송 채널 100라이브를 통해 태그호이어 한정판 및 신상품을 선보였다. 앞서 7월엔 시크릿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명품 스타일링 클래스를 VIP고객에게 링크를 전송해 비공개로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방송은 5000여 회의 조회수와 8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관련해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고가의 상품 훼손 및 분실 등 불안 요소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주요 콘셉트로, 특수화물 전문 수송 업체인 발렉스의 보안 배송을 이용한다. 발렉스 배송 차량 내부엔 전용 금고, CCTV, GPS 추적기, 경보기 등이 설치됐다. 이밖에 상품 결제 후 롯데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의 ‘스마트픽 데스크’를 방문해 상품을 수령하는 ‘스마트픽’ 서비스도 마련하는 등 점점 명품 판매와 관련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와 관련해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측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있었지만, 명품 구매 고객층이 젊어지면서 명품 산업도 온라인 판매에 있어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는 추세”라며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가속화 되고, 명품 온라인 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명품 브랜드들도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활용한 상품 홍보와 판매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도 태그호이어를 시작으로 추후 시계·주얼리 등 고가 명품 브랜드들을 유치해 점차 확장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홈쇼핑은 7월 ‘심야 럭셔리 명품 브랜드 특별전’을 꾸려 선보였다. 구찌, 프라다, 버버리 등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 인기 상품을 특가 판매했다. 현대홈쇼핑은 6월 진행한 ‘영스타그램 럭셔리 에디션’ 방송에서 자정이 지난 시간임에도 1시간 동안 총 주문 매출액 13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홈쇼핑 측은 “최근 플렉스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 확산되며 명품 소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며 “20~30대 젊은 고객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는 트렌디한 명품을 선보이는 심야 명품 브랜드 방송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명품 시장이 고객층이 젊어지고, 이 고객층을 중심으로 한 플렉스 트렌드에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 변모하는 모양새”라며 “불황기에 명품이 잘 팔리는 현상은 시대마다 트렌드의 이름만 바뀔 뿐,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현재는 플렉스라 불리는 이 현상은 미래에도 꾸준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7월 ‘심야 럭셔리 명품 브랜드 특별전’을 꾸려 선보였다. 사진 = 현대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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