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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앵그리 ① 먹을거리] 화날 땐 매운 게 제맛? 빨간 맛 열풍

BGF리테일·농심·롯데칠성·이마트 등 ‘자극적 맛 마케팅’에 소비자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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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5호 김금영⁄ 2020.09.19 08:41:59

‘코로나 블루’를 넘어선 ‘코로나 앵그리’ 시대다. 감소 추세를 보였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재확산, 장기화되면서 사회·경제 활동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이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증에서 더 나아가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 것.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 연구단’이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을 주제로 8월 25~28일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7.5%가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느끼는 감정으로 ‘불안’을 꼽았고, ‘분노’가 25.3%로 뒤를 이었다. 특히 ‘분노’는 8월 초 응답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이로 인한 분노로 시비, 폭력 사태가 불거지는 일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이런 코로나 앵그리를 해소하기 위한 업계의 마케팅이 눈길을 끈다. 매운 음식이 불티나게 팔리고, 집에서 마음을 정화하며 즐길 수 있는 놀거리와 볼거리까지, 스트레스 해소를 겨냥한 제품 및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맵게 더 맵게”…편의점 업계 ‘맵부심’ 마케팅

 

CU는 매운 상품을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매운 맛 간식인 ‘자이언트 시리즈’를 9월 초 리뉴얼 출시했다. 사진 = BGF리테일

최근 MBC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유이가 맵부심(매운 것을 참고 잘 먹는 것을 과시할때 사용하는 언어)을 드러내 화제가 됐다. 매운 음식에 훨씬 더 매운 소스를 뿌려 먹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건강이 우려된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유이는 “매운 걸 먹을 때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방송 이후 유이는 삼양식품 ‘불닭소스’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이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건강을 챙기기 위한 웰빙 상품 수요가 늘어난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쌓인 스트레스를 매운 맛, 단 맛, 톡 쏘는 맛까지 ‘자극적인 맛’으로 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열을 열로써 다스리는 이열치열같이, 스트레스에 더 큰 자극을 줘 분노를 해소하는 방식 중 하나로 자극적인 맛 선호가 소비 패턴에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 맵부심(매운 것을 참고 잘 먹는 것을 과시할때 사용하는 언어)을 드러낸 유이는 삼양식품 ‘불닭소스’ 모델로 선정됐다. 사진 = 삼양식품

특히 매운 맛이 인기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입안에 생기는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뇌에서 진통 효과를 지닌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엔도르핀은 통증 완화를 비롯해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또 심장박동을 빨리 뛰게 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다소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매운 음식을 찾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매운 맛 음식에 도전하는 콘텐츠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발견된다. BGF리테일 소속 편의점 CU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 최근 2주 동안(8월 16~31일) 식품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매운 맛 상품의 매출이 전월 동기 23.7%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락에서 백종원 매콤불고기 도시락이 치킨, 돈가스, 떡갈비, 소불고기 도시락 등 20여 가지가 넘는 CU 전체 도시락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위 상품인 직화고기 참피언 도시락보다 17.9%나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격차를 보였다. 또 최근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많은 찾는 냉장안주에서도 매콤 닭강정, 매운 곱창볶음, 화끈 불닭발, 불곱창 짜글이 등 매운 맛 상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33.7%에서 최근 42.2%까지 10%p 가량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마트24가 9월 출시한 땡초불고기김밥(왼쪽), 주먹밥. 사진 = 이마트24

이마트24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도출됐다. 이마트24는 최근 한 달(8월 17일~9월 14일)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상품명에 불닭/매운/매콤/화끈/핫(hot)/불 등이 포함된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5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마트24는 이런 흐름에 맞춰 9월 알싸한 맛의 땡초와 불고기를 활용한 땡초불고기김밥/주먹밥을 출시했다.

CU도 매운 상품을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매운 맛 간식인 ‘자이언트 시리즈’를 9월 초 리뉴얼 출시했다. 자이언트 떡볶이는 2014년 첫 출시 이후 6년 연속 CU의 냉장간편식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품이다. 리뉴얼된 제품은 매운 소스에 짜장맛을 가미한 뉴자이언트 라볶이, 삼진어묵의 삼각어묵을 토핑한 떡볶이에 카레가루를 더한 뉴자이언트 어묵떡볶이로 구성됐다. BGF리테일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입맛도 변하며 선호하는 상품에도 변화가 보이고 있다”며 “SNS 버즈량 등을 분석해 소비자의 최신 관심과 선호도에 맞춘 차별화 상품을 지속 연구,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면도 치킨도 ‘빨간 맛’

 

농심은 1월 한정 제품으로 선보였던 앵그리 RtA를 앵그리 너구리라는 이름으로 5월 정식 출시했다. 사진 = 농심

대표적인 매운 음식 중 하나인 라면 업계도 매운 맛 마케팅에 한창이다. 앞선 CU의 8월 매출 분석에서도 매운 맛 상품 매출의 효과는 라면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불닭볶음면, HEYROO 청양고추라면 등 매운맛 라면의 매출이 전월 대비 20.8%로 크게 뛴 것. 해당 조사 기간에 전체 라면 매출이 11.2%인 것에 비하면 매운 맛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매운 맛을 강조한 라면 신제품들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농심에서 매운 맛 상품으로 대표되는 신라면은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4% 성장하며 라면 업계 매출 1위를 지켰다. 이 가운데 농심은 1월 한정 제품으로 선보였던 앵그리 RtA를 앵그리 너구리라는 이름으로 5월 정식 출시하며 매운 맛 라면 라인업을 강화했다.

당시 농심 측은 “앵그리 RtA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 수요에 부응하고자 상시 판매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앵그리 너구리는 고추의 함량을 늘려 기존 얼큰한 너구리보다 약 3배 매운 국물 맛이 특징이다. 라면 포장지에도 매운 맛에 눈을 불태우고 있는 너구리와 다시마 캐릭터의 모습을 담는 등 화끈한 매운 맛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삼양식품은 9월 불닭 브랜드 신제품으로 크림까르보 불닭볶음면(왼쪽)과 김치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사진 = 삼양식품

맵부심 유이를 모델로 기용한 삼양식품은 9월 불닭 브랜드 신제품으로 크림까르보 불닭볶음면과 김치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열무비빔면, 도전!불닭비빔면 등 여름 시즌 제품과 불닭소스 등을 앞세워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한 651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크림까르보 불닭볶음면은 기존 까르보 불닭볶음면보다 크림 성분을 더욱 강화했고, 김치 불닭볶음면은 김치를 불닭볶음면에 접목했다. 특히 김치 불닭볶음면의 맵기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는 4000SHU로, 오리지널 불닭볶음면(4404SHU)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양식품 측은 “더 많은 소비자들이 불닭 브랜드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매운 맛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했다”고 밝혔다.

 

bhc치킨이 8월 출시한 맵소킹 시리즈는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0만 개를 돌파했다. 사진 = bhc치킨

치킨 업계에도 매운 맛 열풍이 한창이다. bhc치킨이 8월 출시한 맵소킹 시리즈는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0만 개를 돌파했다. 맵소킹 치킨은 치킨 위에 고추장과 청양고추, 홍고추를 활용한 양념맵소킹, 인도 고추인 부트 졸로키아를 주원료로 한 맵시즈닝 소스를 버무린 뿌링맵소킹으로 구성됐다. bhc치킨 측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맛을 보다 대중적이면서도 특색 있는 맛으로 치킨과 접목하기 위한 연구 끝에 맵소킹을 선보였다”며 “맵소킹과 관련해 ‘정말 매운데 맛있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는 소비자의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요즘같이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매운 맛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 챙기는 웰빙 상품과 더불어 자극적 음식도 인기

 

마트에서 과자를 구매하고 있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매운 맛과 더불어 단 맛, 톡 쏘는 맛도 인기다. 이른바 ‘맵단탄’(맵고 단 맛에 탄산)의 조화다. 단 맛은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고, 탄산은 일시적인 시원한 맛을 준다. 평소 맵단탄 식단을 선호한다는 30대 김수영 씨는 “이전에 ‘단짠’(달고 짠 음식)이 인기였다면 요즘엔 맵고 달고 톡 쏘는 맛에 더 끌리는 것 같다. 맛 하나하나가 강렬해 먹을 때 다른 생각 없이 먹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며 “매운 걸 먹고 땀 흘리다가, 단 디저트로 매운 맛을 중화하고, 탄산음료로 마무리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 그래서 점점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24의 최근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다양한 상품군에서 매운 맛 상품의 인기와 더불어 달콤한 상품의 매출도 함께 눈에 띄게 늘었다. 빵과 음료에서는 단맛이 강한 도넛과 탄산/과즙음료가 각 104.6%, 27.6% 증가하며, 일반 빵(21%)과 차 음료(11%)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이밖에 마카롱 등 단맛 위주의 디저트 역시 30.7% 증가율을 기록했고, 젤리/캔디/초콜릿 등 정통 단맛 상품 매출도 30% 이상 늘어났다.

 

이마트24가 판매중인 대용량젤리 베베토미니베어 통젤리(왼쪽), 컵젤리 어쏘티드. 사진 = 이마트24

이에 이마트24는 단맛을 찾는 고객을 위해 젤리 종류도 다양화 하고 있다. 9월 초 온라인 마켓, 마트 등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베베토미니베어 통젤리, 컵젤리 어쏘티드, 젤리 스트로우 25입 등 대용량 상품을 도입했고, 대만 인기 상품인 과즙젤리 맛을 국내에서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된 젤리블리 3종도 도입해 판매 중이다.

 

이마트24 측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 상품을 찾는 한편, 또 다른 한편으로는 스트레스 증가로 인해 매콤하고 달콤한 상품과 주류를 찾는 이중적인 구매 패턴이 발생하고 있다”며 “매콤한 먹거리 출시와 달콤한 상품 다양화, 견과류 등 웰빙 상품 지속 확대 등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단맛을 극대화한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을 9월 출시했다. 사진 = 오리온

오리온은 단맛을 극대화한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을 9월 출시했다. 네 겹의 칩에 한 겹 한 겹 초콜릿을 발라 진한 초콜릿 풍미를 살리고 츄러스 특유의 달콤한 슈가토핑을 뿌려 완성한 제품이다. 2017년 국내 제과 시장 출시 이후 2018년 5월 중국에서 8000만 봉 이상 판매되고, 미국, 캐나다 등 총 12개국에 수출되며 수출로만 누적 매출액 100억 원을 돌파한 꼬북칩을 활용했다. 오리온 측은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소비층을 겨냥해 길거리 간식 츄러스에 초콜릿을 더한 신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개발 단계에서 진행한 소비자 조사에서도 ‘진하게 느껴지는 달콤함이 좋다’, ‘맛없을 수 없는 초콜릿과 츄러스의 조합’ 등 호평을 받았다”고 밝혔다.

 

톡 쏘는 탄산도 스트레스 해소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야외 활동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톡 쏘는 청량감을 가진 사이다, 콜라, 탄산수, 에너지음료 등 탄산음료가 일제히 매출 성장세를 이어간 것.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대표적인 탄산음료로 손꼽히는 사이다와 콜라의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 매출은 각 1510억 원, 2712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4%, 12% 성장했다. 또, 탄산을 포함한 탄산수와 에너지음료 매출도 각 494억 원, 1184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9%, 10% 증가했다. 주스 등 다른 음료 카테고리의 매출이 한 자리 수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돋보이는 성과다.

 

롯데칠성음료 대표 탄산 브랜드 이미지. 사진 = 롯데칠성음료

성장하는 음료 제품군의 공통점은 탄산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탄산음료의 성장세를 견인하기 위해 마케팅 강화 및 제품 확대에 나섰다. 칠성사이다는 올해 출시 70주년을 맞아 그룹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캐스팅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펩시콜라는 우리 문화유산인 한글, 풍물놀이 등의 이미지를 담은 ‘대한민국 컬처 에디션’을 선보였다. 탄산수 브랜드 트레비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needs)를 만족시키기 위해 300mL부터 1.2L까지 용량을 다변화했고, 핫식스는 용량과 칼로리를 차별화한 더 킹 제품의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탄산음료 특유의 짜릿한 청량감은 다른 음료로 대체하기 힘들고, 속을 뻥 뚫어주는 시원함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제격인 특징이 있다. 배달 음식 수요가 늘면서 대표 배달 음식인 치킨, 피자, 족발 등이 탄산음료와 궁합이 좋은 것도 매출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며 “올해 상반기 음료 시장을 이끈 탄산이 들어간 음료의 인기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탄산을 활용한 음료 제품군 확대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블루, 코로나 앵그리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엔 건강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웰빙 상품을 주로 찾았지만, 점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런 소비 패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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