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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차박’ 트렌드 합승한 대기업, 올바른 캠핑 문화도 이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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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5호 윤지원⁄ 2020.09.30 07:28:15

현대자동차의 차박 체험 플랫폼 '휠핑' 홍보 이미지. (사진 = 현대자동차)

텐트 대신 자동차를 숙소 삼아 캠핑을 즐기는 ‘차박’이 크게 유행하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차박 키워드를 앞세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올해 ‘차박’이 유행하는 데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여행이 금기시되고 있고,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기본 원칙이 되는 가운데, 자동차로 여행지를 다니면서 자신의 차 안에서 식사와 숙박을 해결하는 것은 감염 위험이 훨씬 줄어든다는 믿음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지금 차박에 더욱 주목하는 것도 코로나19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이동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경기 침체로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차박’만큼은 아직도 대중의 자동차 구매욕을 높이는 요인으로 유효하기 때문이다.

캠핑 인구는 수년간 급증해왔다. 도시의 지속적인 팽창, 미세먼지 이슈, 지구 온난화 이슈 등으로 인해 자연, 환경, 숲을 동경하는 심리도 커져 가면서다. 아파트 분양 광고에는 ‘숲세권’이라는 어필이 학군 못지않게 강조되고 있고, 자동차 산업은 점차 친환경 자동차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니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새소리, 벌레 소리를 들으며 생활하는 캠핑이 꾸준히 주목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이 더해지면서 캠핑장에서 해먹는 음식에 관한 공유, 예쁜 텐트와 장비, 은은한 램프 등으로 캠핑 사이트를 꾸미는 ‘감성캠핑’에 관한 공유 등이 새로운 문화로 유행하고, 캠핑 관련 산업을 더욱 빠르게 키우고 있다.

차박 트렌드에 따른 관련 산업 성장에 정부도 캠핑카 개조에 관한 규제를 완화시켰다. 이에 차박 관련 시장은 자동차 개조업에 종사하는 중소 업체들뿐 아니라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기꺼이 수저를 들이밀어 볼 만한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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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시작을 앞둔 29일 도민과 관광객이 제주시 구좌읍 김녕해수욕장 야영장을 찾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캠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소비자만 늘고 문화는 그대로

그런데 차박 인구가 짧은 시간에 급증하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노지 차박’의 유행이 자연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커지고 있다.

캠핑 인구가 늘면서 괜찮은 캠핑장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고, 캠핑장 이용료도 인상되고 있다. 또 캠핑장에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캠핑 매너에 무지한 사람들도 많아지고, 이에 따라 캠퍼들 사이에 갈등이 늘어나고, 또 그에 맞춰 캠핑장 규정도 점점 까다로와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캠퍼들이 사설 캠핑장이 아닌, 사람이 적은 노지를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4인 가족 이상의 숙식을 책임질 대형 텐트와 취침 용품, 캠핑 가구, 조리용품, 식량 등등을 차에 싣고 다니는 캠퍼들에게는 충분히 넓은 부지와 수도 시설 및 전기 시설, 화장실, 샤워실 등을 갖춘 사설 캠핑장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될 캠핑 장소가 없다.

하지만 차박은 다르다. 많은 경우 텐트를 따로 치지 않아도 되고, 싸이트를 넓게 구축하지 않아도 돼서 번거로움이 덜하다. 또, 차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인원은 어차피 한두 명 정도가 적합해서, 차박 캠퍼 상당수는 커플이나 솔로 캠퍼로, 규모가 단촐하다.
 

아늑한 해변에 늘어선 캠핑카들. (사진 = unsplash)


그만큼 차박은 기동성이 좋고, 장소에 대한 구애를 덜 받는다. 캠핑장이 비싸고, 예약도 어렵고, 사람도 많고, 갈등도 많다? 그럼 차라리 돌아다니면서 내가 묵고 싶은 장소를 찾아낸다.

SNS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심지어 방송에서도 차박에 대해 “차를 세우는 곳, 그곳이 오늘 나의 집” 어쩌고 하는 문구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일이 많은데, 그게 그다지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

경치도 좋고, 자연도 좋은 데다 한적하고 조용하기까지 한 곳을 찾아내고 차를 댄다? 그런 장소는 그만큼 환경 보호를 위해 금지되는 활동이 많은 곳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부 캠퍼 중에는 이처럼 캠핑 같은 활동이 금지된 곳에 차를 대고는, “여기가 오늘 내 집” 이라며 맨 바닥에 불을 피우고, 음식을 해 먹고, 남은 장작과 재, 음식물 쓰레기를 포함해 온갖 오물을 버려둔 채 사라지는 자들이 있다.

손쉽게 자리를 잡고, 손쉽게 철수할 수 있는 차박 캠퍼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폐단을 겪었다는 목격담, 피해담도 많이 늘고 있다.

이러한 장소들을 관리하고, 이러한 행위를 단속하는 것은 대부분 지자체의 몫이지만, 이런 캠퍼들이 좋아하는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일일이 감시하고 다닐만한 인력도, 자원도 충분할 리 없다.
 

남한강 비내섬 자연휴식지에 세워진 안내판. (사진 = 충주시)


올바른 '캠핑 문화' 정착, 소비 단계에서 시작돼야

이런 일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올바른 캠핑 문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게 하려면 캠핑 초심자들이 이러한 문화를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또 캠핑을 즐기지 않는 이들조차 상식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캠핑 문화에 관한 캠페인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캠페인 역시 인력과 자원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또 어설픈 기획과 진행으로는 캠페인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올바른 캠핑 문화 정착을 위한 효과적인 캠페인을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며, 나아가 관련 산업을 이끄는 대기업들도 나서줘야 한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캠핑카를 제조해서 시판하고 있다면, 그 캠핑카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올바른 캠핑 문화를 선도하는 건전한 캠퍼가 될 기회도 함께 제공해줘야 한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실내 공간이 여유롭다’는 XM3로 차박을 즐길 것을 권장하여 일주일에 차박 캠퍼 열 명을 늘렸다면(차 열 대를 팔았다면), 이들이 만들어가는 우리나라 차박 캠핑 문화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차박 체험 플랫폼 '휠핑' 홍보 이미지. (사진 = 현대자동차)


신형 투싼을 소개하는 TV 광고 중에 이웃과의 층간소음 갈등 때문에 디제잉 연습을 차 안에서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대기업 마케팅이 사회적인 이슈를 소재로 삼아 대중의 공감을 얻고, 동시에 관련 문화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좋은 마케팅의 사례다.

또, 자동차 뒷좌석에 어린이나 반려동물을 혼자 남겨뒀을 경우 알림을 울리게 했다는 신차 광고는, 해당 차량을 구매하지 않을 사람들이더라도 한 번 더 뒷좌석을 체크해 보도록 만드는 캠페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차박 문화 개선과 관련해서도 완성차 업체들의 멋진 어시스트를 기대해보게 된다.

“어제 이웃 자리에 ‘신형 투싼’ 타고 온 부부는 캠핑 매너가 참 좋고, 떠난 자리도 깨끗하더라. 덕분에 우리도 좋은 캠핑 했고, 많이 배웠다” 같은 얘기가 나온다면 현대차에게 당연히 득이 되고도 남을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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