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신간] ‘번뇌, 끊어야 하나 보듬어야 하나’

  •  

cnbnews 최영태⁄ 2020.11.26 14:10:52

 

‘번뇌’는 보통 마음이 괴로움을 느끼는 일종의 심리상태, 예를 들어 우울, 근심, 불안, 절망, 공포 등 몹시 괴톱고 힘든 심리 상태를 말한다. 한편 불교에서는 번뇌를 중생의 해탈을 가로 막는 최대의 적으로 간주한다. 왜냐하면, ‘탐진치’도 번뇌의 일종으로, 중생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인이자 조종자로 번뇌를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렇듯 다양한 모습을 지닌 번뇌에 대해 초기 불교와 대승 불교, 선불교, 서양 철학. 심리학에서 바라본 ‘번뇌의 의미와 본질, 구조, 그리고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총체적 고찰’이다.

번뇌(煩惱)라는 한자를 글자로만 풀이해 보면, 번(煩)은 불 화(火)에 머리 혈(頁), 즉 불붙은 머리, 열난 머리이다. 그리고 뇌(惱)는 두뇌 뇌(腦)에서 몸을 뜻하는 月변 대신 마음 심(心)을 쓴 것이니, , 두뇌와 결부된 또는 결박된 마음이다. 문자적으로만 보면 번뇌는 머리에 열이 나거나 신체에 얽매여 있음을 말한다.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번뇌의 문제를 다루는 이 책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편집자 서문>에서는 구체적인 번뇌론을 논의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서, 편집자가 이해한 불교 번뇌론의 기본 구조를 간략히 정리했다.

초기 불교에서의 번뇌 문제를 다룬 <번뇌, 알아야 끊을 수 있다>에서 이필원(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파라미타칼리지 교수)은 불교의 핵심 주제는 번뇌와 수행이며, 따라서 불교는 언제나 번뇌를 깊이 있게 다루어 왔다고 말한다. 그의 글은 크게 3가지 물음을 포함한다. ①번뇌란 무엇인가? ②번뇌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③번뇌는 어떻게 끊을 수 있는가?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 초기 불교에서의 용례를 들어가며 그 의미와 해결점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번뇌는 실체론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따라 일어나는 것임을 강조하며. 따라서 ‘번뇌는 밖에 있는가, 안에 있는가?’라고 이원적으로 분별하여 장소를 물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대승불교의 번뇌론의 유형과 그 사상 체계>에서 김재권(능인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은 대승의 번뇌론이 발전되는 과정 및 그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우선 초기 경전에서의 번뇌론과 아비달마불교 설일체유부에서의 번뇌론을 정리한다. 이어 대승불교의 번뇌론 으로 반야중관의 번뇌론과 유식학파의 번뇌론을 순서대로 논한다. 반야중관에서의 번뇌는 언어적인 개념화 내지 희론에 근거한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번뇌이며, 이는 무자성 내지 공성空性의 깨달음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 유가행파는 유식성에 기반하여 번뇌설을 확립하면서 유부의 98번뇌설을 128번뇌설로 확장하였으며, 제7염오의(말나식 )에 따라 구생기번뇌까지 함께 논함으로써 보다 더 정교한 번뇌설을 확립하였다고 파악한다.

오용석(능인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의 <물고기의 꿈, 그리고 깨어남>은 선불교의 번뇌를 범부의 번뇌와 수행자의 번뇌 둘로 구분하고, 발심하지 못한 범부의 번뇌는 생사의 번뇌이고 발심한 수행자의 번뇌는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의 번뇌라고 말한다. 또한 선불교에서 번뇌란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원적 분별 너머로 나아가기 위해 극복되어야 할 뿐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일체의 분별을 넘어 무심의 경지에 이름으로써 일체중생을 향한 무연자비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고 논한다.

박찬국(서울대 철학과 교수)은 <서양 철학에서는 번뇌 망상이란 문제를 어떻게 보았는가>에서 우선 일본 정토진종 창시자 신란이 말하는 인간의 번뇌와 유한성은 서양 철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유한성과 기독교 철학에서 논의된 인간의 원죄성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이어 서양 철학 전반에 나타나는 번뇌 망상의 양상과 대응을 논한 후,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중심으로 번뇌의 문제를 다룬다.

이유경(분석심리학연구소장)은 <번뇌의 분석심리학적 이해>에서 융의 분석심리학이 번뇌의 증상을 어떻게 분석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번뇌에 상응하는 걱정, 불안, 공포, 공황 등의 신경증적 증상은 자아의식의 과도한 주도에 제동을 걸면서 자아중심성을 벗어나게끔 하며, 결국 자아의식과 무의식의 소통과 화합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찬욱-윤희조 기획 / 한자경 편집 / 이필원,김재권,오용석,박찬국,이유경 집필 / 운주사 펴냄 / 368쪽 / 2만 2000원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