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9호 김금영⁄ 2020.11.28 07:42:28
바야흐로 크리에이터의 시대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 직업능력개발원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희망 직업에서 크리에이터는 운동선수, 교사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고, 관련 행사 및 공모전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누구나 미디어가 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 시대’ 속 이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주목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사내외에서 크리에이터 양성에 힘을 쏟으며 콘텐츠를 발굴하는 현장을 찾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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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와 베이킹 전문 크리에이터의 만남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매장에서 갓 구운 달콤한 빵 냄새가 피어오르며 코와 침샘을 자극했다. 빵, 마카롱 등 디저트 구매를 위해 길게 줄 선 사람들의 모습이 어디를 둘러봐도 보였다. 이 현장의 중심에 ‘아리키친’ 팝업 스토어도 있었다.
아리키친은 2015년부터 시작된 베이킹 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CJ ENM 다이아 티비 소속 크리에이터로,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수원 광교에서 마카롱 전문 디저트샵 ‘아리카롱’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이 아리키친의 팝업 스토어가 11월 20~29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마련됐다.
앞서 이달 초 신세계백화점은 성북 본점 직영 ‘나폴레옹과자점’을 백화점 본점에 열며 베이커리 고객 모집 마케팅에 나선 바 있다. 빠르게 달라지는 고객 취향에 맞춰 다양한 빵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것. 나폴레옹과자점 이전에도 ‘이흥용과자점’, ‘오뗄두스’ 등을 백화점에 입점시킨 바 있다.
이처럼 지역의 빵집 맛집 입점에 주로 힘을 기울여왔던 신세계백화점이 이번에 베이커리 고객 유치 목적으로 새롭게 꺼낸 전략이 유명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이다. 보통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크리에이터의 특성을 살려 영상 제작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장감을 살린 팝업 스토어를 마련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1인 미디어와 유튜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대에서 크리에이터의 기발하고 독창적 콘텐츠를 신세계에서 선보일 수 있다고 판단해 이번 협업을 진행했다”며 “특히 아리키친은 마카롱, 휘낭시에 등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취급하면서 물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여기에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강남점 주변 고객의 수요까지 반영해 아리키친을 최종 협업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귀여운 캐릭터로 꾸며진 팝업 스토어는 아리키친이 직접 개발한 마카롱 12종, 마카롱으로 꾸며진 케이크, 쿠키 등을 판매했다. 진열대엔 아리키친에 대한 소개 및 직접 빵, 마카롱을 만드는 영상이 틀어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구독자 10만 명, 100만 명을 돌파해 유튜브로부터 받은 실버·골드 버튼도 함께 전시돼 있었다. 또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갖추는 등 작은 규모이지만 구성을 풍부하게 갖췄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해당 크리에이터의 이미지와 백화점 고객이 찾는 제품 수요를 반영해 팝업 스토어를 조화롭게 꾸미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안점을 밝혔다.
마카롱을 구매하러 온 20대 고객은 “평소 베이커리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콘텐츠를 많이 찾아보는데 아리키친의 유튜브 채널도 구독하고 있었다. 제품을 직접 먹어보고 싶었지만 매장이 수원에 있어 멀어서 찾아가기 어려웠는데, 서울에서 팝업 스토어를 한다고 해서 방문했다”며 “영상에서만 보던 제품을 직접 접하니 반갑고 신기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아리키친 구독자 중 초등학생도 많다. 그래서인지 백화점 오픈 시간에 맞춰 찾아온 초등학생 고객이 특히 많았다”며 “팝업 스토어가 진행될수록 구독자 외 일반 고객에게도 구매가 이어졌고, 재구매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협업 일정은 아직 미정이지만, 추세를 지켜보고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으로 기업 이미지도 ‘활짝’
유명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며 기업 이미지를 긍적적으로 구축하는 사례도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에 위로를 전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8월 국내외 유명 크리에이터와 ‘여행댓글송’을 제작해 화제가 됐다.
여행댓글송은 뮤지컬 형식의 영상으로, 유튜브 채널에서 각각 48만여, 74만여 구독자를 보유한 ‘티키틱’과 ‘니다’,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으로 유명해지며 인스타그램에서 110만여 명의 팔로워를 동원하고 있는 예위한이 참여했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행 중 웃픈(웃기면서도 슬펐던) 사연’을 모으는 등 소비자의 참여도 독려했다.
음원과 영상은 현대백화점면세점 공식 SNS 계정과 음원 제작에 참여한 크리에이터 계정에 게재됐다. 티키틱은 노래 ‘완벽한 영상’에서 오랫동안 태국 여행을 준비했지만 첫날 비가 온 사연, 현지인과 대화하기 위해 공부했지만 한국어 메뉴판이 있던 사연, 사진을 찍었는데 필름이 없던 사연 등을 가사로 녹여내 웃음을 자아냈다. 니다는 약 3분여로 구성된 ‘지금 잠시 멈춰있지만’ 영상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동시에 소비자의 여행 사연이 담긴 댓글을 함께 편집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음원 및 영상은 공개 6일 만에 누적 조회수 160만 뷰를 돌파하고, 캠페인 참여 기간 동안 1만 6000여 건의 댓글이 달리는 등 관심을 받았다. 당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캠페인 영상을 통해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금으로 전액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크리에이터와의 만남은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냈다. 11월 열린 ‘제6회 올해의 SNS’ 기업 부문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의 페이스북 대상’과 ‘올해의 인스타그램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SNS’는 한국소셜콘텐츠진흥협회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이 후원하는 행사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블로그 등 8개 SNS의 마케팅·홍보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선정해 시상한다. 여기서 SNS 활동에 특화된 크리에이터와 진행한 ‘여행댓글송’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 현대백화점면세점 측은 “앞으로도 SNS를 통해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가 요즘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 소비자에게 보다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며 “기업 측면에서도 크리에이터의 친근한 매력을 활용하고, 인기 연예인 못지않게 홍보 효과가 뛰어난 측면이 있어서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에 점점 열을 올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유튜브 채널에서 246만여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 ‘헤이지니’와 2018년 비비고 김치를 알리기 위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매출 효과를 톡톡히 본 바 있다. 헤이지니가 영상 콘텐츠에서 활용한 제품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의 매출 효과를 이룬 것. 인기에 힘입어 헤이지니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쿠킹클래스를 오프라인에서 열었고, 올해에도 헤이지니와 손을 잡았다. 11월 20일 헤이지니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은 헤이지니가 비비고 생선구이 제품을 활용해 식단을 완성하는 모습을 담았다. 해당 영상은 공개된 지 6일 만에 조회수 17만 뷰를 돌파했다.
CJ제일제당 측은 “집밖으로 나서기 힘든 코로나 시대에 ‘집콕 유아족’ 소비자를 겨냥한 ‘요즘생선 요즘식꾸(식단 꾸미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비비고 생선구이의 주 고객층에 미취한 자녀를 둔 부모가 있다”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아서, 또는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싶어서, 반찬 걱정에 고민을 하는 부모의 수요에 착안해 생선구이를 포함한 건강한 식단을 제안하는 캠페인을 꾸렸다”고 밝혔다.
이어 “캠페인에서 ‘이 제품이 맛있어요’ 식의 1차원적 접근이 아니라, 밥 먹는 것을 하나의 즐거운 놀이로 보여주면 아이의 관심도 끌고, 부모의 요리 피로도 해소와 식단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며 “여기에 다양한 키즈 콘텐츠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크리에이터 헤이지니를 협업 대상자로 택했다. 영상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비비고의 생선구이를 포함한 다양한 음식들로 식단을 꾸미는 내용으로 구성됐으며, CJ제일제당과 헤이지니가 함께 기획했다”고 밝혔다.
기업과 유명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앞으로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 한 달 동안 한국인 3377만 명이 유튜브 앱을 이용했으며, 총 이용 시간은 531억 분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표적인 장 중 하나로, 점차 사람들의 삶 속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크리에이터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요 세대인 10~20대가 미래 사회에 주요 고객층으로 커나가면서 앞으로도 유튜브 등에 기반을 둔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이라며 “이에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으로 젊은 고객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