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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가 ‘럭셔리카 본고장’ 유럽 공략 선발로 왜건 내세운 뜻은?

유럽 전략 모델 ‘G70 슈팅 브레이크’, 국내 비인기 차종으로 유럽에서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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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윤지원⁄ 2021.05.31 09:34:40

국내 유일의 럭셔리 완성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유럽 공략 무기 1호를 공개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월 초, 유럽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론칭 일정을 발표했던 제네시스는 예고했던 유럽 전략 차종으로 ‘G70 슈팅 브레이크’를 소개했다.

미국 판매 10만 대 ‘코앞’
올해 중국 이어 유럽까지 진출 선언

 

제네시스가 공개한 유럽 전략 차종 'G70 슈팅 브레이크'. (사진 = 제네시스)


제네시스가 럭셔리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 진출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5월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 주요 매체를 대상으로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유럽 시장 론칭 일정을 발표한 것.

지난 2015년 11월 국내 최초의 럭셔리 브랜드로 출범한 제네시스는 이듬해인 2016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캐나다, 중동, 러시아, 호주 등에 브랜드를 론칭했고, 지난 4월에는 중국에서 브랜드 출범을 선언했다. 그리고 유럽 출시 예고가 이어졌다.

유럽은 유수의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가 태동하고 경쟁을 펼치는 시장이다. 현재 5살 반이 된 제네시스는 이번 유럽 진출을 통해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5월 9일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누계 50만 191대를 기록하며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출범 첫해인 2015년 530대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6만 5586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8만여 대의 판매량을 올리며 꾸준히 성장한 결과다.

특히 지난해 브랜드 첫 SUV 모델 GV80의 판매 호조로 판매량이 전년 대비 46% 증가했고, 글로벌 연간 판매량은 처음으로 10만 대를 돌파(12만 8365대)했다.

누적 50만 대 돌파 시점까지 내수는 37만 8999대, 해외 시장에서 12만 1192대를 각각 판매했다. 가장 많이 판매한 해외 시장은 미국 시장이며, 누적 판매량 9만 7869대로 10만 대 돌파의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다. 미국 시장에 안착한 경험은 미국과 함께 3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유럽에 차례차례 진출하는 자신감의 바탕이 되고 있다.

유럽 시장 공략은 독일과 영국, 스위스를 시작으로 유럽 각 지역 판매를 개시한다. 6월부터 대형 럭셔리 세단 G80와 대형 SUV GV80의 계약을 진행한 뒤 순차적으로 중형 스포츠 세단 G70와 중형 SUV GV70를 선보인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유럽 전략 모델 ‘G70 슈팅 브레이크’를 출시할 예정이다.

제네시스의 유럽 시장 진출을 두고 업계의 관심은 현지 특화 전략 차종으로 출시될 ‘G70 슈팅 브레이크’에 집중되고 있다.
 

제네시스는 유럽 진출 선언에 앞선 지난 4월 2일, 상해에서 중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 = 제네시스)


유럽 시장 사냥 무기 ‘슈팅 브레이크’

슈팅 브레이크는 차종을 분류하는 명칭이며, 왜건의 일종을 일컫는 말이다. 왜건(슈팅 브레이크 포함)은 지역마다 스테이션 왜건(미국), 에스테이트(영국), 파밀리알 브레크(프랑스) 등 그 명칭이 다양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왜건으로 통한다.

왜건(wagon, 마차)은 SUV와 달리 세단 정도로 차고가 낮은 포지션에, 세단의 트렁크 길이만큼 리어 행(rear-hang, 뒷바퀴 축 이후로 튀어나온 정도)을 갖추면서, 적재 공간은 해치백이나 SUV처럼 천장까지 높게 형성되고, 뒷좌석과 적재 공간의 경계를 없앤 차량을 말한다. 즉 세단의 날렵함과 안락함에 더해 크고 실용적인 적재 공간을 갖춘 차다.

왜건은 적재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뒷부분이 대개 박스 형태의 라인으로 디자인되고, 이런 실용성을 앞세워 대중적인 패밀리카로 포지셔닝 된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 CLS·CLA의 왜건 모델, 페라리 FF 등은 뒷부분 라인이 쿠페처럼 스포티하고 우아하게 떨어지며, 가격대가 높은 럭셔리 카로 분류된다. 이런 디자인의 왜건은 특히 ‘사냥용 마차’로부터 유래된 ‘슈팅 브레이크’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그런데 왜건이나, 왜건을 세분화 한 슈팅 브레이크나, 모두 국내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는 차종이다. 왜건은 해치백과 함께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대표적인 차종으로 통하며, 그래서 판매량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장을 두고 ‘해치백과 왜건의 무덤’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G70 슈팅 브레이크'는 왜건의 차종으로 분류되지만, 쿠페형 라인을 비롯하여 트렁크 해치의 디자인이 일반적인 박스형 왜건과 다른 특징을 지닌다. (사진 =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G70 슈팅 브레이크를 유럽 전략 차종이라 강조했으며, 국내 출시 예정은 현재로서는 없다. 국내에서 먼저 인기를 끈 모델이 이후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 많지만 G70 슈팅 브레이크는 현지 전용 모델이다. 국내 출시를 한다 해도 ‘무덤’에서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역사도 짧다. SUV 모델도 지난해 처음 판매를 시작했다. 슈팅 브레이크도 당연히 처음 만든다. 제네시스는 경험해본 적 없는 차종으로, 심지어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는 차종으로 처음 진출하는 유럽 시장에 나서는 것이다. 기대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제네시스 관계자는 “G70 슈팅 브레이크는 제네시스 브랜드 정체성이 반영된 역동적인 외관과 슈팅 브레이크의 실용성을 겸비한 모델”이라며, “유럽 시장의 선호도를 반영한 전략 차종으로 현지 고객을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현지 시장 특성을 잘 반영하여 결정한 차종이며, 성공 확률이 높다는 계산이 섰다는 뜻이다.

유럽 시장만의 특성과 유사 모델의 전례, 그리고 제네시스의 형님뻘인 현대자동차의 과거 유럽 진출 성과 등을 살펴보면 G70 슈팅 브레이크의 성공 여부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겠다.
 

현대자동차 i30 왜건의 측면 디자인.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아이’들은 잘 팔렸다

‘해치백과 왜건의 무덤’이라니, 한국 시장이 어느 정도길래 이런 표현이 나왔을까?

단적으로, 현재 국산차 브랜드에서 제조해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왜건 모델은 없다. 현대자동차가 i40 스테이션 왜건을 2011년 국내 출시했었는데, 2019년 단종될 때까지 유일한 왜건 모델이었다. 현대차의 대표 해치백인 i30도 국내에서 한 달에 겨우 1대만 팔리는 등 소비자의 외면을 받으며,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반면 유럽 시장에서는 해치백이 잘 팔리는 것은 물론이고, 왜건의 인기 역시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3사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왜건 모델을 내놓고 있다. 볼보는 특히 왜건의 명가로 유명하다.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인 재규어도 XF 왜건이 있다. 결국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 같은 최고급 세단 브랜드와 부가티, 코닉세그 같은 슈퍼카 전문 브랜드 정도만 왜건을 만들지 않는다.

국내 시장과 유럽 시장의 왜건 선호도 차이는 두 지역의 자동차 문화, 그리고 자동차 문화를 결정하는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유럽은 대륙에 비해 영토가 작은 편이고, 크고 작은 수많은 도시들이 여러 세기에 걸쳐 매우 발달했고, 자동차의 역사 대부분이 그 땅에서 이루어졌다. 또 여러 국가들이 국경을 맞댄 형태로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일반인이 육로로 국경을 넘나드는 일이 쉽다. 따라서 유럽에서는 가족들이 차에 짐을 챙겨 긴 일정으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다. 장거리 육로 여행에 적합한 왜건 선호도가 높은 지리적, 문화적 조건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유럽은 지리적 특성과 자동차 문화에 따라 왜건 선호도가 높다. (사진 = unsplash, Melih Karaahmet)


우리나라는 자동차 문화의 역사가 짧고, 경제 사정이 어려웠던 반세기 전에는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기만 해도 부와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한국에서 세단 선호도가 높고, 차급 역시 중형차 이상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해치백, 왜건 등 실용적인 디자인의 차량은 품위가 떨어지는 차로 여겨지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육로로 국경을 벗어날 수가 없어 장거리 여행은 좁은 국토에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일반인이 승용차에 잔뜩 적재해야 할 짐은 골프채 가방이나 낚시 장비, 캠핑 장비 등등 일부 취미 용품에 국한되어 있다. 또 산지가 많은 지형 특성상 차고가 낮은 왜건보다는 SUV가 더 유리하다. 같은 유럽이라도 영국은 세단과 SUV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데, 그 이유 역시 섬나라라는 특성이 대륙과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러시아처럼 국토가 압도적으로 넓어 오히려 육로 여행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 국가에서도 왜건 선호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이런 곳에서는 오히려 픽업 트럭의 인기가 여타 시장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시장 특성이 이처럼 뚜렷한 만큼 전략 구상의 원칙도 뚜렷하다. 지금까지 유럽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왜건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왔다.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언급한 현대자동차의 i40 왜건 역시 유럽 전략형 모델로 시작했다. 현대차는 i30, i40 등을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의 브랜드 입지를 굳혀왔는데, 이들 i 시리즈는 기본이 해치백 모델이고, 왜건도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i30 왜건 신형 하이브리드 모델이 스페인 자동차 매체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서 소기의 성공을 거둔 경험과 노하우는 제네시스의 유럽 진출을 좀 더 유리하게 만들어 줄 전망이다.
 

국내에서 볼보의 왜건 모델들은 수입 SUV 차량들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 (사진 = 볼보)


G70 슈팅 브레이크, 한국에서는 성공 못할까?

G70 슈팅 브레이크의 이미지가 공개되자 국내의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한 댓글과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공개된 이미지를 두고 이들 네티즌 사이에서는 일부 디자인 요소에 관해 다소 호불호가 갈리지만, 전체적인 쿠페형 왜건 특유의 실루엣이나 볼륨감 등에 대해서는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유럽 전략 모델이지만 국내 출시를 희망한다는 댓글도 많은데, 국내 시장에서도 나름 선전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많아 기존의 국산 왜건 모델들에 대한 업계의 평가와는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왜건 모델은 과연 희망이 없기만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 또한 ‘아니오’가 될 수 있다.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왜건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입차 브랜드인 볼보의 V60 크로스컨트리와 V90 크로스컨트리가 대표적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V60 크로스컨트리는 1929대, V90 크로스컨트리는 518대의 연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0.1% 정도에 불과했지만, 수입 SUV 전 차급 모델들의 성적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V60 크로스컨트리보다 많이 팔린 모델은 10여 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해치백 모델 중에서도 미니 컨트리맨, 메르세데스-벤츠 뉴 A-클래스 해치백, BMW 3시리즈 투어링, 118d 등도 꾸준히 인기가 좋은 편이다.

이와 같은 수입차 해치백과 왜건의 호성적은 기존 국산 해치백과 국산 왜건이 외면받은 이유에 대해서 재고해볼 여지를 만든다. 시장이 이들 차종을 꺼린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섬세한 니즈를 공략하는 데 소홀했던 결과일 수 있다.

수입차 딜러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구매를 고려하면서 왜건과 해치백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고객의 비중이 실제 판매량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체감한다”면서 “최근 소비자들은 갈수록 자신들의 다양한 취향을 드러내고 있어, 이들 차종의 성공 여부를 전망할 때 단지 시장 특유의 호불호라는 과거의 선입견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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