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2.08.10 09:22:48
제주도 포도뮤지엄의 두 번째 기획 전시회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가 개관 1개월여 만에 관람객 1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소외’를 키워드로 한 이번 전시 내용에 관람객의 공감이 이어지고 있다.
포도뮤지엄이 제주 지역의 인기 전시관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달 본격 휴가철을 맞아 제주도를 방문한 가족 단위 휴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포도뮤지엄에 따르면 지난달 5일 ‘디아스포라와 세상의 모든 마이너리티’를 주제로 개관한 이번 전시회 누적 관람객이 1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330명 수준의 관람객이 전시회를 찾은 것으로, 지난해 포도뮤지엄 개막 전시회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의 하루 평균 관람객 160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포도뮤지엄 관계자는 특히 “7월 말 이후 제주를 찾은 휴양객들이 늘어나면서 가족 단위의 관람객 수도 계속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술계는 포도뮤지엄의 흥행몰이 요인을 독특한 전시철학에서 찾고 있다. 포도뮤지엄은 지난해에는 ‘혐오’를, 올해는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국에 살면서도 고유의 정체성과 문화를 잃지 않는 민족)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미술계는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제시하고 치유방안을 고민하는 전시관’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관람객이 많이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포도뮤지엄은 다양한 이유로 지리적·정서적 영토를 떠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존재들에 주목하고 이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자는 취지로 전시회를 준비했다.
우고 론디노네, 정연두, 강동주, 알프레도 앤 이자벨 아퀼리잔, 요코 오노 등 국내외 현대 미술가들이 디아스포라로 소외된 이들을 위로하고 공감하기 위해 만든 미디어 아트와 회화, 영상, 조각, 설치미술 등을 선보인다.
포도뮤지엄은 전시 주제를 더 선명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별도의 테마공간도 마련했다. 공항안내판을 형상화한 ‘디파처보드’에는 삶의 터전을 떠나 세계 각지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사연을 담았다. 목욕놀이용 러버덕을 줄지어 놓은 ‘아메리칸 드림’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향하는 멕시코인의 삶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했다.
또, 포도뮤지엄은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 외에 시각 장애인용 오디오 가이드를 준비했다. 이 중 한국어와 영어는 성인과 어린이용으로 구분했고, 어린이용은 친구와 대화하듯 쉬운 단어와 표현을 사용했다.
가령 ‘디파처 보드’를 설명하는 어린이용 오디오 가이드에는 “차르륵 차르륵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목적지와 비행기 시간 같은 걸 알려주는 출도착 안내판이야. 그런데, 여기 적힌 글은 공항에 있는 거랑 조금 달라. 저 글들은 전쟁이나 여러 이유로,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남긴 말들을 쭉 모아놓은거래”라는 식으로 문장을 구성했다.
오디오 가이드에 들어간 텍스트는 김희영 디렉터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텍스트를 직접 쓰고 전문가 자문을 받아 만들었다.
김 디렉터는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는 세상을 고민하는 전시회인 만큼 많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안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획 전시는 내년 7월 3일까지 이어진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