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2.10.17 10:12:10
카카오가 전례 없는 먹통 사태를 초래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대응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 사과에 민심이 뿔났고, 카카오 대신 라인 등 대체 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오후 3시 33분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카카오는 이곳을 메인 데이터센터로 활용했다.
양현서 카카오 ER실장(부사장)은 16일 진행된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간담회에서 “이용자들의 카카오 서비스 이용 불편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은 화재로 인해 저희 서버들이 대량 유실됐다. 판교 데이터센터가 가장 메인 센터인데 약 3만 2000대 서버의 전체 전원 공급이 차단됐다”고 설명했다.
불은 8시간 만인 오후 11시 46분 꺼졌지만, 안전 문제로 전력 공급이 늦어졌다. 해당 데이터센터를 쓰는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도 약 10시간 완전히 멈췄다.
이에 따라 카카오 대표 서비스인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카카오 T 등은 일부 기능에서 오류를 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특히 카카오톡은 월간 사용자가 무려 47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사과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화재로 (카카오의) 서버 전체가 내려가는 것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고 시인하면서도 “화재라는 것은 워낙 예상할 수 없는 사고였다”, “3만 2000대라는 서버 전체가 다운되는 것은 IT 역사상에도 유례가 없는 사안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이용자들은 “유례가 없었기 때문에 나 몰라라 식이냐”, “네이버는 같은 곳 서버인데 쇼핑 빼고 멀쩡하다”, “진정 유체이탈 화법이다”, “따지는 피해자인 줄 알았다”, “화재가 왜 예상할 수 없는 사고냐?”, “애초에 데이터 센터면 발열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 걸 알텐데 화재를 예상 못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카카오의 대처 능력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대체 서비스인 라인, 텔레그램 등이 주목받고 있다. 16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네이버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라인(LINE)은 국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인기 앱 1위에 올랐다.
틈새 홍보들도 주목받았다. 15일 네이버는 모바일 앱 홈 화면 검색창 아래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땐 글로벌 메신저 라인 사용하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카카오T의 경쟁사인 티맵모빌리티도 SNS을 통해 ‘노란 택시도, 노란 대리도 불러도 소식 없다면?’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이미지를 게재했다. 해당 문구는 노란색을 메인으로 사용하는 카카오T를 간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카카오의 독과점에 대한 비판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메신저 시장 점유율은 87%에 이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시장에서 80%~9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독점적 환경에 기반해 계열사를 빠르게 늘리며 급성장한 덩치에 비해 책임은 방기했다는 지적이다.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문답)에서 “저는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 사고를 갖고 있다. 그것은 시장 자체가 공정한 경쟁 시스템에 의해서 자원과 소득이 합리적 배분이 된다라고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에 이를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