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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마케팅④] 변화하는 팬덤 심리 꿰뚫은 스포츠 브랜드의 ‘한정’ 전략

공고한 업계 1위 나이키 에어조던-스니커즈의 차별화된 콜라보, 1조 매출 넘보는 뉴발란스의 팬덤 공략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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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5호 김예은⁄ 2023.04.05 10:29:45

나이키 에어조던 소개 영상. 에어조던을 착용한 한 선수가 덩크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나이키 홈페이지 캡쳐

나이키 에어조던은 이렇게 탄생했다

 

1988년 2월 6일. 시카고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1만 8000여 명의 관객들은 제38회 NBA 올스타전의 전야제 현장에서 펼쳐진 덩크슛 콘테스트 경기장에서 마지막 라운드 경기에 선 두 선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덩크슛의 황제로 추앙받던 도미니크 윌킨스와 또 다른 한 선수의 대결.


승점에서 앞서가던 윌킨스의 덩크슛에 마지막 한 골을 남긴 그 선수는 골을 넣어야 할 방향이 아닌 경기장의 반대편 끝으로 걸어갔다. 잠시 심호흡을 한 그는 공을 튕기며 질주하기 시작했고, 자유투 라인에서 뛰어올라 5m가량을 날아 한 손으로 공을 림에 꽂아 넣었다. 슬램덩크였다.


NBA(미 프로농구) 역사상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장면은 20세기 스포츠 역사의 전설이자 영웅으로 추앙받는 마이클 조던의 기념비적 순간이자, 나이키 에어조던의 시그니처, 점프맨 로고의 탄생 장면이기도 하다.


업계의 선두 업체 아디다스, 리복, 컨버스 등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2인자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나이키는, 당시 대학 재학 선수로서 아디다스를 즐겨 신던 루키 마이클 조던과 250만 불의 광고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1985년 에어조던 1을 발매하고 마이클 조던의 전성기와 함께 급성장했다. 당시만 해도 선수 이름을 따서 브랜딩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도였다.


조던이 에어조던 1을 신고 85년 데뷔 시즌 첫해 평균 28.2점의 득점을 쏟아부으며 리그 신인왕까지 거머쥐자, 에어조던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88년 2월 기념비적 점프슛을 탄생시킬 당시 조던은 에어조던 2를 신고 골대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에 영감을 받은 피터 무어가 디자인한 에어조던의 점프맨 로고가 에어조던 3부터 적용되며 현재에 이르게 된다.


신인철 저서 ‘나는 하버드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나이키에서 배웠다’에 따르면 에어조던 시리즈는 광고 모델인 마이클 조던의 엄청난 활약, ‘에어조던의 어머니’로 불리는 디자이너 팅거 햇필드의 천재적인 감성으로 빚어낸 디자인에 힘입어 나오는 모델마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에어조던의 신제품은 남들보다 하루라도 먼저 사려는 청소년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느라 학교를 빼먹을 만큼 엄청난 팬덤을 불러일으켰고, 학부모들의 원성이 쇄도하자 나이키는 에어조던 시리즈의 신제품 출시를 주말에 하는 전통이 생겨나기에 이른다. 그야말로 에어조던은 단순한 인기를 넘어서 하나의 신드롬이 된 것이다.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GOAT)로 칭해지는 조던은 현재까지 코트 위를 누비며 벌어들인 돈보다 나이키 운동화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나이키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 대가로 조던은 에어 조던 전체 매출의 5%가량을 로열티로 받고 있는데, 지난 해 한 해 수익만 2억 5600만 달러(3225억 6000만 원)에 이른다. 역산하면 51억 2000만 달러(6조 4512억)가 작년 한 해 에어 조던이 벌어들인 수익이다. 에어조던은 이처럼 38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문화와 시그니처를 이어가며 팬덤을 공고히 하고 있다.

나이키 르브론10 MVP 모습. 사진=nikelebron 사이트 캡쳐

나이키, 리셀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

 

나이키는 이후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가미해 한정판으로 출시한 모델과 그러한 나이키의 희소가치를 사랑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한 팬들에 의해 누군가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시그니처 브랜드로 2차 성장했다.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 이후에도 2009년 당시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던 르브론 제임스의 이름을 따 르브론10 MVP라는 신발을 출시했다. 발전된 형태와 세련된 감각으로 무장한 이 신발은 시그니처 디자인에 일반 매장에서 구할 수 없는 한정판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을 사업 아이템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한 한 소비자, 벤자민 카펠루쉬닉에 의해 나이키의 상품 가치는 수십 배로 치솟았다.


'킥스(kickz)'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16세 나이에 나이키를 활용해 ‘운동화 되팔기’, 즉 리셀링 사업을 본격화 한 인물이다. 벤자민은 이 한정판 상품의 사진을 찍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이를 보고 몰려든 사람에게 다시 되파는 전략을 활용해, 400달러의 상품 가치가 단숨에 10배인 4000달러로 치솟았다.

 

벤자민이 운영한 온라인 쇼핑몰 스니커즈돈에서 에어조던 2 레트로 에미넴 제품이 4500달러로 리셀되었다. 사진=스타일킬러 블로그

성공을 확신한 그는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운동화 되팔기’ 사업에 나섰다. 2009년 출시된 나이키의 덩크 로우 프리미엄 SB 옐로우랍스터는 100불에서 300불 사이에 판매되는 일반적인 덩크 로우 스타일 운동화였다. 그런데도 이 제품에 ‘한정판’,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서 10배의 가격으로 리셀링되기 시작했다. 역시 한정판으로 출시된 200불짜리 에어조던 레트로OGOriGinal도 리셀링 과정에서 가격이 1000불로 5배나 훌쩍 뛰며 가치가 급등했다.


벤자민뿐만 아니라 나이키를 그 직원보다 더 잘 알고, 아끼는 수백만 명의 팬과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또 하나의 1인 유통업자이자 브랜딩 마케팅 업자로 기능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 소비자에서 나아가 전 세계에 나이키 제품의 고유성과 희소성을 알리고 판매하고, 유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나이키는 나이키를 입고 신는 소비자들이 만든다’는 말이 등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이키는 소비자와 팬덤을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고, 그들을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활동에 동참시켜 그들과 함께 성장했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형태, 즉 ‘마케팅3.0 전략’을 적극 활용해 공고한 1위 업체로서 신규 문화와 트렌드를 발전시키고 있다.

나이키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MZ세대의 특성을 활용했다. 2015년 ‘SNKRS(스니커즈로 발음)’라는 앱을 만들고, 일부 신제품을 한정판으로 특정 시점에만 판매하는 ‘드롭(Drop)’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희소성에 열광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디지털화한 맞춤형 전략이었다. 소셜미디어를 타고 한정판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는 더욱 확장되었고, 한정판을 모으는 수집가들과 운동화를 재테크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나이키는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할 다양한 콜라보 상품을 출시하며 스니커즈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나이키와 지드래곤이 협업해 출시한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사진= 나이키 코리아

나이키와 지드래곤(권지용)의 협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나이키는 2019년부터 지드래곤과 협업한 운동화를 선보이며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권도' 등을 발매했다. 20만 원대에 출시한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의 리셀가는 100만 원이 넘게 치솟았으며, 이 가운데 88족만 한정 생산된 F&F(Family&Friend) '노란색 스우시' 제품은 4000만 원에 거래되는 기록을 나았다.


이 밖에도 나이키는 루이비통과 협업해 리셀가 3000만 원을 기록한 루이비통 X 나이키 에어포스 1 콜라보 스니커즈에 최근 티파니×나이키 에어 포스 1(‘Nike×Tiffany&Co. Air Force 1 1837’)등의 시리즈를 선보이며 나이키의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나이키의 한정 제품 판매가 회사를 구찌나 루이비통 같은 고급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서울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더 스테이지’에서 열린 ‘뉴발란스 MADE팝업스토어’. 뉴발란스 990 모델 출시 4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으며, 스티브 잡스의 운동화로 유명한 992 시리즈가 단독 소개됐다. 90년대 뉴욕을 기반으로한 빈티지 클래식 무드의 저택 라운지를 모티브로 삼았다. 사진=신세계백화점

뉴발란스, 한정에 한정 더해 팬덤 강화


국내에서는 뉴발란스가 업계 2위 아디다스의 아성을 위협하며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 지난해 연 매출 7000억 원을 돌파한 뉴발란스는 2020년 연 매출 5000억 원, 2021년 6000억 원으로 매년 1000억 원씩 성장하는 빠른 성장세로 매해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2008년 뉴발란스를 처음 국내에 런칭했을 당시 기록한 250억 원 수준의 매출은 14년 만에 30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런 뉴발란스의 고속 성장은 뉴발란스 브랜드 팬덤을 공고히 하는 한정판 출시 전략과 래플 마케팅 전략이 주요했다. 뉴발란스는 ‘스티브 잡스’가 즐겨 신은 운동화로 유명한 ‘992’ 시리즈와 2009년 가수 이효리가 착용하면서 주목받은 후 현재까지 누적 450만 족 이상 판매된 ‘574’ 시리즈 등의 프리미엄 상품군의 명맥을 지속해 이어가면서 한정된 수량만 판매하는 한정판 전략을 고수한다.

‘뉴발란스 MADE팝업스토어’에 990 라인을 신고 방문한 (왼쪽부터)김연아와 아이유. 사진=뉴발란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 2월 당시에도 뉴발란스의 강남, 홍대 매장엔 수백 명의 오픈런 인파가 몰려들었다. 992시리즈의 재판매 소식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 판매를 시작한 해당 상품은 온라인 매장에서 5분 만에 매진됐다. 현재 온라인 매장에서 ‘Sold Out(매진)’으로 표시된 해당 상품은 재입고 문의를 묻는 소비자의 질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뉴발란스는 재출시를 서두르지 않는다. 그 기간 동안 해당 시리즈의 리셀 가치는 기존 25만9000원에서 2월 현재 57만5000원까지 2배 이상 치솟았다. 992 시리즈 협업 제품 ‘992x 더블텝스’는 정가 35만9000원짜리 제품이 150만 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나아가 뉴발란스는 992 시리즈 판매 당시 한정판 판매에서 나아가 ‘래플’(Raffle, 추첨) 방식을 도입해 희소성을 더욱 높였다. 래플은 한정 수량 상품을 출시하며 응모를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당첨된 사람만 정해진 기간 안에 온라인몰 혹은 지정된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 수 있다. 판매 수량 한정 전략에서 한 단계 나아가 판매 과정에서도 제한된 사람에게만 구매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이렇게 구하기 어렵다는 희소성에 ‘슈테크(슈즈+재테크)’와 ‘리셀테크(리셀+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MZ세대 마니아들은 더욱 열광했다.


지난해 뉴발란스의 한정판 운동화 래플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은 230만 명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뉴발란스 운동화는 팬들 사이에서 단순한 신발에서 나아가 하나의 소장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올해 매출을 1조 원까지 높여 국내 2위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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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뉴발란스  아디다스  래플  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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