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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가라] 초여름에 크리스마스트리·패딩이 불티나게 팔리는 사연

역시즌 마케팅 올해도 흥행…이마트24·신세계百·CJ온스타일, 관련 상품 일찌감치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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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0호 김금영⁄ 2023.06.12 11:22:30

롯데백화점이 5월 진행한 '진도 모피 패밀리 대전'에서 고객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30도를 오르내리는 초여름 더위가 서서히 시작된 가운데 유통업계는 오히려 반대로 가는 ‘역시즌’ 마케팅에 빠졌다. 더운 여름에 크리스마스트리부터 패딩까지 한겨울 상품을 파는 것. 듣기만 해도 땀이 뻘뻘 나는 것 같은데 이게 먹힌다.

실제로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 패딩 팝업 스토어를 전개했는데, 전년 대비 43%가 넘는 신장세를 기록했다. 롯데온 또한 같은 해 6월 초 ‘니트/스웨터’와 ‘점퍼/패딩/야상’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100% 이상, 50% 이상 증가했고, 같은 달 롯데홈쇼핑이 진행한 판매 방송에서는 1시간 만에 1000벌 이상의 모피 제품이 팔려나갔다.

올해에도 흥행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5월 진행한 ‘진도 모피 패밀리 대전’은 전년 대비 매출이 10% 상승했고, 같은 달 현대백화점이 최대 40% 할인가를 내세운 ‘다운패딩 역시즌 특가전’ 또한 행사 첫날인 5월 22일부터 23일 이틀간 매출 신장률이 217.3%에 달했다.

SSG닷컴이 5월부터 진행한 아웃도어 역시즌 행사는 5월 21일 기준 221.2%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고, 인기검색어 1~4위엔 ‘겨울패딩’, ‘역시즌패딩’ 등 단어가 상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여성복 브랜드 보브는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해 패딩, 니트 베스트, 코트 등을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데, 일부 상품은 판매 시작과 함께 품절된 상태다.

고객은 합리적 소비, 업체는 비수기에 매출 성과 ‘윈윈’

한 고객이 이마트24 매장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이마트24

유통업계는 일찌감치 역시즌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품목도 다양하다. 이마트24는 5월,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아이스크림, 음료 등을 할인하는 여름 마케팅과 더불어 크리스마스트리를 판매하는 역시즌 마케팅에 동시에 나섰다.

이마트24가 이번에 판매한 상품은 ‘제이닷 프리미엄 크리스마스트리’로, 높이 180cm 크기, 잎의 수가 일반 트리 대비 10배 이상 많아 진짜 나무 같은 생생함이 특징인 하이엔드 트리였다. 트리와 함께 1600개 LED전구가 구성됐고, 방수케이스도 제공했다. 이 상품은 주문 후 제작이 들어가는 프리오더 상품으로, 5월 말일까지 주문한 고객은 8월 16일부터 순차적으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CJ온스타일이 예년보다 2주 빠르게 역시즌 신상품 판매에 돌입했다. 사진은 셀렙샵 에디션 인조밍크 리버시블 구스다운(왼쪽), 지스튜디오 휘메일밍크 보머자켓 이미지. 사진=CJ온스타일

CJ온스타일은 예년보다 2주 빠르게 역시즌 신상품 판매에 돌입했다. 보통 6월 중순은 넘어야 역시즌 판매가 시작되지만, 5월부터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등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관련 편성을 앞당겼다.

CJ온스타일은 대표 단독 패션 브랜드 ‘셀렙샵 에디션’ 신상품 방송으로 역시즌 마케팅 포문을 열었다. 6월 2일 방송에서 인조 밍크에 보온력이 강한 헝가리 구스다운 소재를 더한 상품을 선보였고, 방송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인조밍크 가방을 증정했다. 이날 약 30분 방송 동안 3200세트 넘게 팔려 5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이어 6월 8일엔 디자이너 지춘희와 손잡고 전개하는 ‘지스튜디오’ 상품을 선보였다. 이날 방송에서 코펜하겐 프리미엄 라벨의 휘메일밍크가 적용된 보머자켓, 후드롱코트, 하이넥케이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5월 1일부터 시작한 역시즌 행사에서 K2, 네파, 코오롱스포츠 등 인기 아웃도어 브랜드의 상품을 최초 가격대비 최대 70%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다. 사진은 블랙야크 아우터 관련 이미지.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도 예년보다 한 달 빨리 겨울 패딩 행사를 시작했다. 5월 1일부터 시작한 역시즌 행사에서 K2, 네파, 코오롱스포츠 등 인기 아웃도어 브랜드의 상품을 최초 가격대비 최대 70%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다.

행사는 6월까지 이어진다. 여기에 노스페이스,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MZ 인기 브랜드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스포츠 쓱세일’까지 선보이면서 역시즌에 쏠린 관심을 다른 행사까지 이어가는 시너지 효과까지 노린다.

'재고떨이'→'트렌드 미리 만나는 장'으로 진화

이마트24는 크리스마스트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였다. 사진=이마트24

이처럼 역시즌 마케팅이 매년 통하는 건 고물가에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의 심리를 제대로 파고든 덕분이다. 실제로 이마트24는 역시즌 마케팅에서 합리적인 가격대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초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미리 준비하는 얼리버드 고객을 위해, 시중에서 60만 원대로 판매하는 트리세트를 행사 기간 동안 구입 시 39만 9000원에 판매했다.

이마트24 측은 “홈데코 및 파티용품으로써 크리스마스트리를 구입하는 트렌드에 맞춰, 프리미엄 크리스마스 트리를 시중가 대비 3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며 “특히 크리스마스트리는 한번 구입하면 두고두고 몇 년을 쓸 수 있어, 품질 좋은 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이번 행사가 고객의 호응을 얻었다. 고객은 저렴한 가격으로 겨울시즌 상품인 크리스마스트리를 구매할 수 있고, 업체는 비수기인 여름에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이라고 밝혔다.

특히 패션업계의 경우 공장 가동이 몰리는 하반기를 피해 여름에 고가의 겨울옷을 제조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은 같은 소재의 옷을 겨울보다 역시즌 때 10~2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CJ온스타일 부동의 매출 1위 패션 브랜드 '더엣지'는 올해 2년 만에 역시즌 상품을 선보인다. 사진은 더엣지 양모 보머자켓 이미지. 사진=CJ온스타일

또, 과거 역시즌 땐 지난해 겨울 재고 상품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아 팔리지 않은 상품들의 ‘재고떨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었으나, 최근엔 다가오는 가을/겨울 신상품을 여름 시즌에 미리 선보이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각 패션 브랜드가 그 해 가을/겨울 패션 트렌드를 2~3월 발표하기에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한 상품을 미리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 이에 따른 고객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이처럼 유통가에서는 한 여름에 겨울옷을 판매하는 역시즌이 하나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로 떠오름에 따라, 계절을 거스르는 ‘청개구리 쇼핑’을 하나의 자연스러운 트렌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CJ온스타일의 경우 홈쇼핑 생방송 동안 밍크, 무스탕 등 겨울 의류와 티셔츠와 데님, 원피스 등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여름 의류를 믹스매치한 코디 노하우를 제시하는 등 콘텐츠를 활용하며 시청 재미도 더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매년 역시즌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시민이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역시즌 마케팅 효과를 본 유통업계는 이를 늘려가는 추세다. CJ온스타일 부동의 매출 1위 패션 브랜드 ‘더엣지’는 올해 2년 만에 역시즌 상품을 선보인다. 짧은 기장감의 양모 보머자켓, 퀼팅 숏패딩 및 롱패딩까지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세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쇼핑 기회를 제공한다. 이밖에 칼 라거펠트 파리스, 진도, 로보 등의 브랜드도 역시즌 신상품을 방송할 예정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여름옷은 단가도 낮지만, 6~8월 여름휴가 등으로 인해 패션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시기”라며 “여름 패션 시장 타계책으로 역시즌 상품 판매는 하나의 뉴노멀이 됐다. 역시즌 상품에 대한 고객 반응과 피드백을 올해 가을, 겨울 신상품 기획에도 반영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특히 올해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까지 ‘3고 시대’를 맞아 가성비를 추구하는 심리가 강해진 가운데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역시즌 마케팅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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