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 이다영이 옛 소속팀(흥국생명) 선배 김연경에게 성희롱, 갑질 행위를 인정하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다영은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표팀에서 반복적으로 했던 성희롱, 흥국생명에서 했던 왕따, 직장폭력, 갑질 행위를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올리면 가장 숨기고 싶어하는 그것만은 영원히 비밀로 해주겠다”는 글과 함께 김연경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다영과 김연경은 팔베개를 한 채 다정한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다영의 김연경에 대한 저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다영은 지난달 5일 프랑스 출국에 앞서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김연경으로 유추되는 선수와의 갈등을 표면화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흥국생명에서 뛸 당시 배구 대표팀 선배인 A선수와 갈등을 빚었다는 루머에 관해 “A선수와의 문제로 인한 논란은 사실 그대로였다. 오히려 제가 그 선수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며 대화로 풀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선 “그 부분은 저 말고 그 선수에게 물어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후 같은달 18일엔 김연경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했다. 이다영은 쌍둥이 언니 이재영의 배구전문매체 ‘더스파이크’ 인터뷰 기사를 언급하며 카카오톡 대화 캡처 화면을 공유했다. 이재영은 더스파이크 인터뷰에서 과거 김연경과 이다영의 불화를 폭로하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다영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에 따르면 오전 12시 2분경 “연경언니. 저 진짜 너무 힘들다. 하루하루 연습할 때마다 무서웠고 겁났다. 언니가 무시하고 싫어하는 거 시합할 때나 연습할 때나 다들 다 아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킴’이라고 표시된 상대방은 “그냥 내가 그렇게 해서 힘들고 무섭고 해도 참아라. 나도 너 싫고 불편해도 참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튿날 이다영은 “자신을 술집 여자 취급했다” 등 추가 폭로를 이어갔고 23일엔 ‘직장 내 성폭력 예방·대응 매뉴얼’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때론 말이 칼보다 더 예리하고 상처가 오래 남는다”며 “2018년 선수촌, 2019년 월드컵 일본”이라는 글과 함께 직장 내 성희롱 판단 기준이 명시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다영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년 일본에서 열린 FIVB(국제배구연맹) 여자배구 월드컵에 김연경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바 있다.
관련해 김연경 측은 이다영의 쌍둥이 언니 이재영의 배구전문매체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인 지난달 16일 “최근 김연경 선수에 대해 악의적으로 작성돼 배포된 보도자료 및 유튜버에 대해 강경대응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다영의 잇단 폭로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연경과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2020~2021시즌 흥국생명에서 함께 뛰었다. 그러나 팀 불화설과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며 자매는 흥국생명에서 방출됐다.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은 “갈등이 사실이었구나”, “사이가 많이 안 좋았다는 게 보인다”, “감춰진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일단 중립기어 박는다”, “김연경이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거나 대응했으면 좋겠다”, “김연경이 아닌 그 누구라도 법앞에서 모두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가운데 “조건부 협박 불편하다”, “정작 학교 폭력 논란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해명하질 않는다”, “진짜 알리고 싶은 진실이 있으면 말로만 말고 올려봐라”, “김연경이 많이 힘들었겠다”, “얼마나 당당한 삶을 살았기에 저럴까”,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등의 의견들도 눈에 띄었다.
관련해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달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학폭 문제로 쫓겨난 이다영이 복귀를 위해 식빵언니까지 소환한다. 처음엔 ‘학폭 사과했다’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영 싸했다. 그러자 드디어 식빵언니를 물었다. SNS 폭로전을 시작했다”며 “김연경이 ‘욕을 입에 달고 산다’고 험담한다. 그런데 김연경 선수 ‘식빵언니’인 것 모르는 국민 있나. 욕하는 건 장려할 일이 아니지만 왜 (국민들이) ‘식빵언니, 화끈해'라고 하겠는가. 애먼 김연경 선수 잡지 말고 내 갈 길만 가시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