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음 / 생각하는갈대 펴냄 / 308쪽 / 2만 원
국내 일간지에서 근무하다가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소재 학술재단 ‘한민족포럼재단’ 사무국장을 역임하는 등 12년간 미국 생활을 한 저자는 “대한민국에서만 횡행하는 추악한 범죄행위인 ‘전관예우’는 자유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한국 법조인들의 부패와 부조리를 질타한다.
미국 법조인이라고 부정부패의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희귀하게 사례가 드러나는 반면, 한국의 경우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전세계적으로 최하위에 해당할 정도로 극히 낮은 신뢰를 받고 있다.
“타락하고 부조리한 법조계가 개혁되고 쇄신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는 저자는, 한국 법조계가 뒤돌아볼 인물로 있다면서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그리고 자신 판결 오류를 참회하면서 법복을 벗어던지고 엿장수로 살다 출가한 효봉 스님의 예를 들면서 반성을 촉구한다.
저자는 “가인과 효봉은 법관으로서의 ‘소명(召命)’을 실천한 분이다. 삶의 행위에서 잘 나타나 있다. 제대로 된 법조인이라면 두 분을 추억할 때 열등감과 질투심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는 어떤 꿈을 가지고 법을 공부했으며, 무슨 이상을 실천하려고 이 자리에 섰는지를 항상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법에 대한 자신의 소명은 없고 죽어라고 법전만 달달 외워서 과분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면 그는 법전의 노예로 살게 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자신의 기자 생활 당시를 회고하며 “판사 판결문엔 고뇌에 찬 명상의 흔적 대신 레토릭 기교로 채워지고, 오만함만 짙게 묻어 있었다. 30여 년 전 뛰어다닌 기자 시절 그 잘난 판결문을 기자조차 읽고 또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여기저기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지자 조금은 달라졌어도 여전히 판결문엔 지적 교만이 가득하고 자유로운 영혼이 오직 양심에 따라 내린 판결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