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4.01.11 16:44:16
시중은행의 은행장들은 새해 신년사를 통해 고금리와 불안정한 금융 시장 상황에서도 진정성 있는 ESG 경영, 소비자보호, 내부통제를 한 목소리로 강조하면서 각기 다른 세부 전략으로 초격차 경쟁의 선두에 설 것을 주문했다.
우리은행,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신시장 개척·리스크 관리 강조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를 돌아보며 은행장 취임과 동시에 강조해 온 4가지 영역의 성과를 짚었다. 지난해 7월 3일 취임한 조 행장은 취임 3일 만에 ‘영업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단행하며 ▲건전한 영업문화 정착 ▲고객지향적 특화채널 구축 ▲글로벌 성장동력 강화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직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먼저 ‘고객지향적 특화채널 구축’ 목표와 관련해 조 행장은 비즈프라임센터와 투체어스W를 비롯한 특화 채널 신설에 대해 치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글로벌투자 부문의 고객지향적 특화 채널을 구축했다. 대표적으로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개설된 ‘반월시화 BIZ프라임센터’는 산업단지 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융자를 통한 자금지원, 기업 컨설팅은 물론, 자산관리 특화서비스 제공을 위한 PB 전문인력도 배치해 원스톱(One-stop)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성화된 지점이다.
이 밖에도 초고액자산가들을 위한 ‘투체어스W’를 청담, 대치 두 곳에 개설하고, 본부장 및 12명의 소속장급 PB(Private Banker)를 배치해 우리은행 자산관리 대표센터로서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조 행장은 중견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라이징리더스나 가톨릭페이와 같은 고객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해 금융 접근성을 높인 것을 높이 평가했다.
조 행장은 IT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자체적인 IT 역량을 강화하고 ‘New WON’ 개발 착수로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리은행은 금융과 비금융 경계가 모호한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비금융·플랫폼 기업들과의 디지털 생태계 확장 및 비금융 부문 신규사업 발굴을 위해 ‘디지털신사업팀’을 신설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우리에프아이에스가 위탁받아 수행해오던 IT 개발·운영 업무를 우리은행 및 우리카드가 직접 수행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IT 개발업무를 내재화해 IT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고객 니즈 및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New WON 슈퍼앱 ▲BaaS(Banking as a Service‧은행 등 금융기관이 금융 기술과 인프라를 다른 기업이나 개인에게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 ▲생성형 AI(인공지능)/빅데이터 ▲디지털자산인 STO(증권형 토큰)‧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등 핵심 디지털사업의 동력을 확보해 이를 모멘텀으로 한 선도금융그룹 도약의 포부를 내비쳤다.
조 행장은 지난해 신성장 우량기업을 유치하며 자산규모를 증대시킨 것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명가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성장 기업 유치를 비롯해 첨단 산업 육성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우리은행은 고양특례시와 ‘고양경제자유구역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입주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및 자문 ▲정책금융 지원 프로그램 마련 ▲투자유치를 위한 협력 방안 수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가한 조 행장은 “2023년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명가로서 미래발전 가능성에 기반한 신성장 금융지원을 추진해왔다”며 “앞으로도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할 신성장 기업 지원으로 첨단산업 육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2024년 경영목표에 관련해 ‘핵심사업 집중, 미래금융 선도’를 주축으로 6가지 세부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글로벌 등 우리은행의 핵심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통신‧여행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한 신시장 개척과 신탁‧IB(투자은행) 등 비이자 사업 확대로 미래 성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환경과 제도 변화에 능동적인 대응을 위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자체 IT 개발 역량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지털/IT 플랫폼 경쟁력을 제고할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에서 인사제도와 연수체계 개편 등 전문성과 효율성 중심으로 경영 체질 개선을 진행하며, 상생금융과 사회공헌, 그리고 ESG 경영을 지속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Open API 마켓 플랫폼’ 기반 고객몰입 조직으로 변화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를 고객의 일상에 스며드는 에브리웨어 뱅크(Everywhere Bank)를 향한 발걸음을 이어 온 한해였다고 반추했다. 특히 최신 기술이 접목된 ‘AI컨택센터’와 ‘신한홈뱅크’를 도입하고, ‘디지털라운지’, ‘이브닝플러스’를 확대하며 은행 접점에 대한 고객의 선택권을 높인 성과에 대해 치하했다.
아울러 지난해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를 출시했을 뿐만 아니라 BaaS, Open API 등 외부와의 연결과 확장을 통한 미래 준비에도 박차를 가해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B2B 시장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 참여를 시작으로, ‘BaaS형 B2B 공급망금융 서비스’ 선도적 구축과 확대라는 차별화 전략을 전개해왔다.
신한은행의 ‘BaaS형 B2B 공급망금융 서비스’는 일반적인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전자지급결제대행사가 제공하는 기업간 자금 결제·정산은 물론이고 자금 예치, 수수료 지급 대행, 결제자금 대출 등 자금흐름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해당 시스템을 Open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기반으로 구축해 시스템 내부 데이터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으며 자금의 흐름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참여 기업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지난해 6월 한국SMC과의 업무 협약으로 BaaS형 공급망금융 시장의 포문을 연 신한은행은 STX, 하이픈코퍼레이션, 이스틸포유, 한국표준골드바, 마켓보로, 화이어 등으로 협약 대상을 확대하며 공급망 금융 확장에 나서고 있다. 나아가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금융권 최초로 챗GPT 기반의 ‘Open API 마켓 플랫폼’을 오픈했다. BaaS형 제휴 비즈니스 선도를 위한 은행 자체 마켓으로 다양한 분야의 ‘Open API’를 제공한다.
‘Open API’란 플랫폼 기능 또는 콘텐츠를 다른 이가 이용할 수 있도록 외부에 공개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로써 이를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외화 환전’ 메뉴를 추가하고 싶은 여행사는 신한은행이 제공하는 ‘Open API’를 통해 자사의 플랫폼에 환전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Open API’ 마켓에 금융권 최초로 챗GPT를 활용한 API 개발지원, 코딩 오류체크 등 특성화된 AI 서비스를 접목했으며 헬스케어, 프롭테크 등 327개 분야의 ‘Open API’를 제공했다. 이처럼 이용자들의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는 최신 개발모듈(Mash-up)을 통해 금융권 선도 API 사업자로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관련 비즈니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 API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휴사의 API를 입점시켜 차별화된 서비스와 함께 특성화된 새로운 경험의 개발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하고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일상에 스며드는 ‘인비저블 뱅크(Invisible Bank)’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행장은 올해 계획과 관련해 “복잡 다양해진 고객 니즈에 따라 초개인화된 솔루션에 대한 요구 또한 커지고 있다”며 올해 신한을 ‘고객몰입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정 행장은 ‘고객몰입 신한’을 위해 조직 전반을 오롯이 고객만을 바라보도록 설계했고, 고객중심의 가치 상승을 비롯해 기본에 충실하고 신뢰로 도약하는 미래를 전개하자고 강조했다.
고객몰입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로 정 행장은 새로운 가치창출과 고객 만족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고객의 자산과 경험 모두를 아우르는 분석에 기반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만드는 일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순간에 함께할 수 있도록 채널 접점을 넓히고, 실행력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 밖에도 정 행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연결과 확장’을 강조해 온 바와 같이 올해에도 관점과 시야를 확장하며 미래 준비를 이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타 업종과의 적극적인 연결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비즈니스의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직원의 경쟁력 확보를 적극 지원하며 프로 금융인으로서의 성장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고객 신뢰 향상 목표로 금융‧생활 플랫폼 생태계 구축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지난해가 성장성, 건전성, 수익성의 ‘세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 균형성장 전략이 결실을 맺으며 경영 체력을 갖추게 된 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적극적인 ‘뺄셈경영’ 노력을 통해 크면서도 빠르고 강한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게 된 성과를 치하했다.
지난해 이 행장은 ‘뺄셈경영’을 조직에 적용해 실행이 담보되지 않거나 관행적으로 물려받은 업무 중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과감하게 줄이고 ‘핵심’에 집중해 은행의 생산성을 높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 밖에도 10년 만의 인천국제공항 제1사업권자 선정, 캄보디아 ‘KB프라삭’ 상업은행 출범, 24시간 365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KB미래컨택센터(KB FCC)’ 구축 등이 유의미한 성과라고 회고했다.
이 행장은 신년 목표로 가장 먼저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고객 신뢰 향상’을 내걸었다. 또한 미래 금융을 선도할 디지털 전략 강화를 함께 강조했다.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금융의 미래에서 KB만의 금융 플랫폼 생태계 구축에 힘써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이 행장은 ‘KB스타뱅킹’을 KB금융그룹의 유니버설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1등 비금융 플랫폼들과의 전략적 제휴 및 금융 서비스 연계를 통한 ‘임베디드 금융’ 시장을 선점해 나감으로써 빅테크 기업이 부럽지 않은 KB의 금융ᆞ생활 플랫폼 생태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비대면 중심의 대전환 속에서는 대면채널의 역할도 함께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컨설팅을 중심으로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전문 상담 채널로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동시에, 대면채널 중심의 고객관리체계에도 고객 여정과 디지털 관점에서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한 스타링크의 ‘고객컨택영업부’와 ‘모바일 화상상담’도 모두 경쟁력 있는 비대면 영업조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경쟁사와의 관계에서 ‘압도적인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하고 견고한 자산 성장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객의 대출금리 부담을 고려한 ‘고객 중심의 Pricing 체제’로의 대전환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때라고 짚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WM, CIB, 자본시장 부문은 비이자 수익의 질적ᆞ양적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은행의 중추적인 핵심 비지니스로 정착시키고, 미래의 새 수익원인 비금융 분야는 ‘리브 모바일’ 통신 서비스 등에서 얻어진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금산분리 완화 정책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행장은 글로벌 영역에서는 ‘KB프라삭은행’을 캄보디아 1위 상업은행으로 키워내고, ‘KB부코핀은행’의 조속한 정상화와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2009년 상업은행 ‘KB캄보디아은행’을 설립하며 캄보디아에 첫 진출한 국민은행은 2021년 소액대출 전문 금융기관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캄보디아 중앙은행으로부터 두 개의 해외 자회사 KB캄보디아은행과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합병을 통한 통합 상업은행 출범 인허가를 취득하며 ‘KB프라삭은행’을 출범시켰다.
이를 토대로 이 행장은 주요 국가에 대한 신규 투자와 적극적인 시장 확대를 통해 신성장 엔진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영관리체계 고도화를 통한 글로벌 부문의 ‘빅 스텝(Big Step)’을 이루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