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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만의 공공발레단 창단…서울시·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 K-발레 지평 넓힌다”

프로덕션 중심으로 운영…4월 창단 사전공연 시작으로 ‘한여름 밤의 꿈’ 세계 초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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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6호 김금영⁄ 2024.02.20 15:55:49

2월 20일 열린 서울시발레단 창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박효선 단원, 남윤승 단원, 원진호 단원, 김소혜 단원, 오세훈 서울시 시장, 안성수 안무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김희현 단원, 이루다 안무가, 유회웅 안무가.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이 공식 창단했다. 서울시(시장 오세훈)와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2월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발레단의 창단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소식이 전해진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서울시발레단은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은 국내 3번째 공공 발레단으로, 48년 만의 공공 발레단 창단 소식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국제 문화도시로서 위상을 제고하고 국내 발레의 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발레단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매년 세계적인 라이징 스타가 배출되고 있고, 해외 유명 발레단에서 200여 명의 한국인 무용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데 반해 턱없이 부족한 국내 발레 저변을 확대하고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간담회에서 오세훈 서울시 시장은 “현재 무용수 외에도 안무가 등 발레장르 창·제작진에 대한 육성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서울시발레단 창단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춘 창·제작 인재의 전략적 지원과 육성을 도모하고 장기적으로 발레 산업의 성장을 견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진했던 국내 신진 안무가를 발굴, 육성하는 창작 개발 플랫폼 역할도 성실히 수행하며 국내 발레계의 성장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 시장은 "미진했던 국내 신진 안무가를 발굴, 육성하는 창작 개발 플랫폼 역할도 성실히 수행하며 국내 발레계의 성장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서울시발레단 창단 의미를 설명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발레계는 물론 예술계에서는 서울시발레단 창단으로 타 장르 대비 양적, 질적으로 열악했던 발레 장르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한국 발레의 스펙트럼이 한층 넓고 깊어질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또한 서울시발레단의 새로운 컨템퍼러리 발레는 최근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발레 애호가에게 클래식 발레와는 또 다른 새로운 취향을 형성하고 예술적 안목을 확장시킴으로써 발레계 전체의 파이를 키울 것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시발레단은 창단과 더불어 독창적인 자체 레퍼토리를 단시간 내 개발할 수 있도록 집중하는 한편, 해외 유명 안무가들의 검증된 라이선스 공연과 신작 작품을 선보이는 것에도 주력한다. 무용수와 안무가를 비롯한 동시대의 뛰어난 창작진이 모여 클래식 발레 너머 새로운 형식의 한국 컨템퍼러리 발레를 탐색함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어깨를 견줄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또 하나의 케이콘텐츠(K-Contents)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향후 서울뿐 아니라 해외 투어 및 지역 공연도 적극 추진해 나간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발레 장르에 있어 우리나라 무용수들의 뛰어난 역량에 비해 국내 활동의 안정적인 기반과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 벨 에포크 시대, 디아길레프의 발레뤼스가 그러했듯 서울시발레단은 국내외 최고의 창작진과 무용수들이 모여 동시대적인 성찰과 사유를 담은 과감하고 대담한 작품들로 대한민국 발레의 혁신을 이루어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시발레단, 창단 발표까지의 여정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앞서 서울시는 서울시발레단의 창단을 준비하며 단계별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독립 법인으로 출범 시 중앙정부의 승인 절차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점과 서울시발레단 운영 기틀 마련에 있어서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창단 초기엔 예술단 운영과 공연 제작에 전문성을 가진 세종문화회관이 운영을 맡아 제작 시스템 및 예술단 운영의 기반을 닦는다. 이후 발레단 수준 향상 및 안정화를 거쳐 별도 독립 재단법인 설립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9월 ‘발레단준비TF(전담팀)’를 설치하고 서울시발레단 창단 준비에 돌입했다. 자문과 실행을 이원화해, 발레계 및 문화예술계 전문가와 실무자, 교수진, 무용수,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자문회의와 실무회의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이 속에서 세계 발레계의 흐름과 해외 발레단의 운영 방식을 점검하고, 주요 안무가 등 서울시발레단의 방향성과 운영 방안, 작품 등에 대해 논의하며 창단의 초석을 다졌다.

세종문화회관 외관 전경. 사진=세종문화회관

동시에 전문 인력 구성 및 정원 증원, 규정 정비 및 조직 개편, 예산 및 전용 공간 확보, 운영 방향 및 무용수 운영 등 창단을 위한 준비를 진행했다. 같은 해 12월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 내 서울시발레단의 운영과 공연 제작을 총괄하는 ‘발레제작팀’을 신설해 발레단 창단과 작품 준비를 본격화했다.

한편, 서울시발레단은 노들섬 동편에 위치한 노들섬 다목적홀에 전용공간을 조성한다. 발레 장르의 특수성을 반영해 높은 층고와 무용수 안전을 우선으로 해 리모델링, 연습 공간 및 제반 시설, 사무공간 등을 조성한다. 올 상반기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9월 경 입주할 예정이다. 공사 완료 전까지는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내 종합연습실에 댄스플로어 등 시설을 보강해 전용 연습실로 사용한다.

단장·단원 없는 프로덕션 시스템…“전문성·유연함 기반”

서울시발레단은 창단에 앞서 '2024 무용수 선발 오디션'을 진행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은 기존의 공공 예술단과는 차별화된 운영 방식을 택했다. 단장과 정년 보장 단원 중심의 일반적 공공 예술단 운영체제 대신, 단장과 단원이 없는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안무가와 무용수, 작품을 중심에 둔 공연별 맞춤형 프로덕션을 꾸려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확보하는 데 목적을 뒀다는 설명이다.

철저한 기획 아래 국내외 최고의 안무가를 중심에 두고, 매 시즌 선발한 우수 기량의 무용수들과 과감하고 폭넓은 형식의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체계적이고 창의적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발레단 운영 및 작품 제작의 전문성과 유연성을 제고한다”며 “단장을 중심으로 단체의 강력한 예술 정체성을 구축하는 1인 단장 또는 예술감독 체제의 장점이자 단점을 고려해, 단일 색채보다는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도화지에 컨템퍼러리 발레의 다채로운 색감과 질감을 담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2024 무용수 선발 오디션' 현장 영상 화면 캡처. 사진=세종문화회관

무용수 또한 단체 내 무용수 육성과 수준 높은 앙상블 구현에 강점이 있는 반면 출퇴근, 정년 보장 등으로 유연한 운영이 제한적인 기존 공공 예술단의 단원제 대신 작품 캐스팅을 기반으로 한 시즌 무용수, 프로젝트 무용수 시스템을 택했다. 이를 통해 작품별로 최적화한 무용수 구성과 연습이 가능하도록 한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이는 클래식 발레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역, 조역, 군무와 같은 역할과 형식 구분에서 자유로운 컨템퍼러리 발레를 중심으로 하는 서울시발레단이기에 시도 가능했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시즌·프로젝트·객원 무용수’ 운영

서울시발레단 무용수 선발 오디션 진행 과정에 참여한 안성수 안무가. 그는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사전공연 '봄의 제전'에도 참여한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은 현재 발레 생태계를 고려해 ‘시즌 무용수’ 및 ‘프로젝트 무용수’, ‘객원 무용수’ 등 다양하고 유연한 형태로 무용수를 운영해 우수한 무용수들의 참여 폭을 넓혀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달, 공개 오디션을 통해 올해 서울시발레단의 무대에 오를 무용수를 우선 선발했다.

총 129명이 참가한 서울시발레단의 첫 오디션에서는 무용수들의 기본기를 평가하는 1차 오디션과 안무가별로 진행한 3일간의 2차 캐스팅 오디션까지 총 6회의 클래스 전형으로 이뤄졌다. 미국에 거주 중인 주재만 안무가가 오디션을 위해 내한해 이틀간의 클래스와 워크숍 형태의 오디션을 진행했고, 안성수 등 올해 작품을 안무하거나 협의 중인 안무가들이 참여했다. 오디션 결과 5명의 2024 시즌 무용수와 17명의 프로젝트 무용수를 선발했다.

서울시발레단은 '시즌·프로젝트·객원 무용수' 운영 방식을 취한다. 사진은 '2024 무용수 선발 오디션' 현장 영상 화면 캡처.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의 첫 시즌 무용수 김소혜, 김희현, 남윤승, 박효선, 원진호는 1차 오디션 심사 의견, 2차 오디션에 참여한 총 6명의 안무가들의 평가 및 캐스팅 결과 등을 바탕으로 최종 면접을 통해 선발됐다. 시즌 무용수는 올해 서울시발레단의 모든 공연 무대에 오르게 된다. 서울시발레단은 무용수 공개 오디션 시 연령 외 모든 조건을 배제하고 오로지 오디션에서 보여준 무용수의 기량만으로 선발했다. 그 결과 해외 주요 발레단과 컨템퍼러리 발레단, 국내 유수 발레단 솔리스트, 대학 재학생 등 다양한 이력과 경력을 가진 무용수를 발굴했다.

 

이들은 연차와 상관없이 공연별 특성과 개인 기량에 따라 고른 캐스팅 기회를 갖고, 서울시발레단의 시스템 아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발전적인 경쟁을 통해 무대 위에서 극대화된 역량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2024 시즌 무용수는 8월 창단 공연 연습 과정 및 공연을 통한 평가와 내년 작품 캐스팅 오디션을 통해 올 9월쯤 추가 선발 예정이다.

서울시발레단 단원들의 프로필 사진 촬영 현장 영상 화면 캡처. 사진=세종문화회관

프로젝트 무용수는 단일 공연에 출연하는 무용수로, 이번 공개 선발 오디션을 통해 총 17명을 선발했으며, 향후 공연 규모나 특성에 따라 캐스팅 또는 오디션을 통해 추가 선발할 예정이다.

해외 유수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용수들 역시 서울시발레단의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서울시발레단은 현재 세계의 무대에서 활동 중인 200여 명의 한국인 무용수와 네트워킹을 통해 공연별 성격과 무용수들의 일정을 검토해 객원 무용수로 섭외할 계획이다. 여건상 갈라 공연 위주로 무대에 올랐던 해외 활동 무용수와 이들의 전막 공연을 보고 싶어 했던 관객 모두에게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발레단의 올해 공연 라인업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공연인 '한여름 밤의 꿈'의 총연출·안무를 맡은 안무가 주재만의 인터뷰 영상 화면 캡처.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은 클래식 작품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타 발레단과 달리 시대적 감수성과 한국만의 독창성을 담은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국내외 최고의 창·제작진과 함께 동시대성이 투영된 ‘오늘의 한국 발레’를 제작해 세계를 무대로 도약해 나간다는 비전과 케이팝(K-POP), 케이클래식(K-Classic), 케이드라마(K-Drama)에 이은 또 하나의 ‘케이콘텐츠(K-Contents)의 탄생’을 목표로 삼았다.

서울시발레단은 창단 첫해인 올해 총 3편의 공연을 제작한다. 8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을 세계 초연으로 선보이며, 이에 앞선 4월에는 세종 M씨어터에서 창단 사전 공연 ‘봄의 제전’으로 서울시발레단의 시작을 알린다.창단 공연인 ‘한여름 밤의 꿈’의 총연출·안무는 세계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무가 주재만이 맡았다. 시즌 무용수, 프로젝트 무용수, 객원 무용수 등 30여 명의 무용수가 출연할 이 공연에 주재만 안무가가 호흡을 맞춰온 크리스틴 다치가 의상디자이너로 참여하고, 슈만의 음악과 작곡가 필립 다니엘이 이 작품을 위해 새롭게 작곡한 곡이 함께 사용된다. 필립 다니엘은 피아노 라이브 연주자로도 공연에 함께한다.

20일 열린 서울시발레단 창단 기자간담회 현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주재만 안무가 스타일의 컨템퍼러리 발레로 재구성할 이 작품은 삶이라는 여정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상상과 희망을 그린다. 이는 새롭게 출발하는 서울시발레단이 관객과 함께 그려가고자 하는 세계와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주재만 안무가는 “삶과 죽음, 두렵고 외로운 욕망, 희망을 갈망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깊은 상상력과 상징적이고 환상적인 안무로 복잡하면서도 깊은 인간미가 솔직하게 표현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창단 사전공연 ‘봄의 제전’에서는 안성수, 유회웅, 이루다 3인의 안무가가 트리플빌로 컨템퍼러리 발레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즐거움을 전할 예정이다. 현대무용의 대표작을 발레 버전으로 재구성하거나, 스핀오프 버전으로 창작하고, 안무가의 대표작을 완성도를 높여 재구성해 무대에 올리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

이밖에 10월엔 더블 빌 작품을 준비 중으로 창작 신작, 라이선스 작품 등을 통해 농밀하고 짙은 컨템퍼러리 발레를 선보이려 준비 중이다. 서울시발레단은 2025 시즌 프로그램도 빠르게 구성해 무용수들과 관객의 호흡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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