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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생강에 콜라 맛까지… ‘사와’의 매력에 푹 빠지다

니혼슈코리아 출시제품 ‘사와노모토’ 3종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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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응구⁄ 2025.01.20 16:27:26

시음 전 ‘사와노모토’ 시리즈. 왼쪽부터 ‘콜라 사와노모토’, ‘진저 사와노모토’, ‘시소 사와노모토’. 사진=김응구 기자
칵테일로 만든 ‘사와노모토’ 시리즈. 왼쪽부터 ‘콜라 사와노모토’, ‘진저 사와노모토’, ‘시소 사와노모토’. 사진=김응구 기자

 

유행은 흐름이 있다. 때로 돌고 돈다. 얼추 예측도 가능하다. 패션·뷰티는 말할 것도 없고 가전이나 가구, 자동차나 아파트도 그렇다.

먹는 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술이야 오죽할까. 막걸리 인기가 최고조였고, 최근에는 위스키 붐이 한창이었다. 그런 와중 하이볼 열풍까지 가세했다. 이 모든 게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묶여 창조됐고 소비됐다.

주요 상권의 술집을 가보면 이런 움직임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하이볼이 강자로 우뚝 섰다. 맥주 한 잔을 위해 찾은 펍이나 이자카야를 가보면 젊은 친구들 앞은 온통 하이볼 천지다.

우리의 유행은 일본을 따라간다. 최근 20~30년만 봐도 그런 경향이 짙다. 위스키가 그렇고 하이볼이 그렇다. 특히, 하이볼의 인기는 오래 지속됐다. 그럼, 지금 일본에선 하이볼이 계속 승승장구 중일까?

일본에선 ‘사와’가 하이볼 대체

사와(サワー). 영어 ‘사우어(Sour)’의 일본식 발음이다. 쇼츄(焼酎·소주) 같은 증류주에 과일주스나 레몬즙 등을 넣어 만드는 칵테일이다. 새콤한 데다 상쾌하고 가벼운 맛이어서 여름철에 특히 많이 찾는다. 현재 일본에선 하이볼 인기가 한풀 꺾였다. 대신 그 자리를 사와가 무서운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주류수입업체 니혼슈코리아는 지난해 12월 5일 RTD(즉석간편음료) 사와 제품 ‘사와노모토(サワーの素)’ 세 가지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국내 사와 시장을 선점하고 새로운 유행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호기심에 니혼슈코리아의 문을 두드렸다. 찾아간 곳은 이 회사가 운영하는 서울 성수동 전시판매장 브라이트몰. 김정한 마케팅부장이 사와노모토 세 가지로 직접 사와를 만들어줬다.

테이블에 세 종류가 나란히 놓여있다. 왼쪽부터 ‘콜라 사와노모토’, ‘진저 사와노모토’, ‘시소 사와노모토’다. 이름만 들어도 대충 어떤 맛인지 감이 온다.

 

니혼슈코리아 김정한 부장이 ‘콜라 사와노모토’를 만들고 있다. 사진=김응구 기자


“사와의 베이스, 즉 기주(基酒)가 되는 술은 기본적으로 무색무취(無色無臭)에요. 그러니까 쇼츄일 수 있고, 아니면 보드카일 수도 있죠. 그 이외의 술은 잘 쓰지 않아요. 위스키 사와가 없는 이유를 생각하면 돼요. 위스키는 오크 향 같은 그 자체의 아로마가 있잖아요. 사와는 자기주장이 강한 기주가 아니라 자기주장이 없는 기주를 쓰면서, 거기에 플레이버(flavour)를 더하는 칵테일이에요.”

그러니까 기주를 탄산수로 희석하고, 거기에 레몬즙을 넣으면 레몬 사와, 자몽즙을 넣으면 자몽 사와, 생강즙을 넣으면 생강 사와가 된다는 얘기다.

얘기만 들어도 재밌다. 그러니 입맛이 당긴다. 가장 궁금했던 맛이 ‘시소 사와노모토’다. 이름에도 나와 있듯 ‘시소(紫蘇)’가 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소부터 물었다. 쉽게 말해 일본 전통 허브 중 하나다. 독특한 감산미(甘酸味)가 특징인데, 이 제품에는 구마모토현(熊本県) 아소산(阿蘇山)에서 자란 아카시소(赤紫蘇)를 사용한다. 붉은색 시소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정한 부장이 자세히 알려줬다.

“일본에선 굉장히 흔한 재료예요. 우리로 치면 깻잎 같은 위치죠. 생긴 건 비슷한데 전혀 다른 식물이에요. 일종의 허브입니다. 일식집에 가면 회 밑에 받쳐나오는 푸릇푸릇한 거 있죠? 그게 시소예요. 일본에선 음식 식재료에 많이 활용해요. 특유의 아로마가 있어 절임 같은 음식을 할 때도 사용하고요. 다쿠앙(澤庵), 그러니까 단무지 만들 때도 시소를 넣고 절이고요.”

건네준 원액의 향을 맡았다. 확실히 허브 향임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그 향이 더 오묘하고 신기하다. 사람에 따라선 고수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곁들여서 우메보시(매실절임)를 넣어도 좋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사와의 향과 맛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다음이 ‘진저 사와노모토’다. 시코쿠(四國) 지방 고치현(高知県)에서 나는 생강을 사용한다. 고치현은 생강 외에도 레몬과 유자의 명산지로 알려져 있다. 한 모금 마셨을 땐 깔끔한 맛이 강했고, 뒤로 갈수록 달짝지근하면서도 약간의 알싸한 느낌이 기분 좋게 넘어갔다. 남성보다 여성 소비자의 반응이 꽤 좋을 듯싶다.

 


어쩜 ‘콜라 사와노모토’ 차례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앞서 두 제품을 마시면서도 자꾸 눈이 갔다. 일단 첫맛은 톡 쏘는 콜라 향과 상큼한 레몬·감귤 맛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이 제품은 아이치현(愛知県) 세토시(瀬戸市)에서 자란 레몬과 라임이 들어간다.

“이해가 안 가요. 너무 생뚱맞은 거 아닌가요. 콜라 사와라는 게 결국 콜라맛 사와라는 얘긴데, 양쪽 맛이 너무도 상충(相衝)해서요.”

이렇게 물었더니 비교적 알기 쉽게 답해줬다.

“그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 여기에는 레몬즙과 유자즙을 잔뜩 넣었어요. 그래서 콜라 느낌은 나는데 정작 콜라 맛은 안 나요. 당연히 콜라 향은 있고요. 상쾌한 느낌이 좋죠. 사실, 생강으로 된 술을 마신다? 그럼 좀 이상하잖아요. 시소? 시소는 뭔데. 그렇게 나올 수 있고요. 근데 콜라는 일반적으로 친숙하니까, 이것으로도 술을 만들어 마신다고 하면 저희로선 어필하기 편하죠.”

모두 한 팩에 500㎖ 용량인데, 이 정도면 10잔 정도는 만들어 마실 수 있다. 글라스에 붓기 전 얼음을 취향에 맞게 넣어두고 먼저 사와를, 그리고 탄산수를 차례로 부으면 된다. 팩 뒷면 라벨엔 친절하게 사와(本品)와 탄산수의 비율을 1:3이라고 크게 적어놓았다. 하지만 마시면서 본인에게 맞는 레시피를 찾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사와와 탄산수를 1:2나 1:4 비율로 해도 좋고, 얼음을 반 또는 가득 채우는 것도 괜찮다.

 

니혼슈코리아 김정한 부장(오른쪽)이 ‘사와노모토’ 시리즈를 앞에 두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니혼슈코리아
 

우리나라서도 사와가 뜰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의 주류 소비 사이클을 비슷하게 따라간다. 하이볼을 예로 들어보자. 일본에선 2000년대 들어 전성시대를 맞았고, 10년에 걸쳐 완만한 유행 흐름을 탔다. 한국은 최근 2~3년간 하이볼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이는 두 나라 간 차이를 잘 보여준다. 일본에서 10년여 동안 예열기와 가열기를 거쳐 인기를 끈 제품이 있다면 한국은 똑같은 제품이어도 그 기간이 상당히 압축된다.

김정한 부장은 “현재 일본에선 맥주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고 하이볼은 밀려난 상태에서 사와가 그 자리를 대체하며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압축해서 빨리빨리 흘러가니 유행했던 두세 개 아이템이 동시에 맞물려 가는 경향이 있어요. 맥주는 맥주의 자리가 있고, 맥주 외에는 하이볼이 다 움켜쥐고 있다가 점차 사와에게 일정 부분 양보하는 거죠. 그렇듯 세 가지 술이 동시에 가면서 점차 맥주와 하이볼의 폭은 좁아질 것으로 보여요.”

위스키의 향과 맛이 나는 하이볼에 비해 사와는 원하는 플레이버(향)를 골라 마실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진저가 좋다면 진저 사와를, 콜라가 좋다면 콜라 사와를 고르면 그뿐이다. “이거, 괜찮을까?”보다 “이거 좋겠네!”가 소비자의 선택이 쉽다. 그 술이 곧 시장에서 유행할 확률이 높다는 걸 우린 그간 꽤 많이 경험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사와노모토’는 알코올 함량이 20%다. 하지만 레시피에 맞춰 사와로 만들면 5% 정도로 낮아져, 향과 맛이 술 같은 느낌보다 음료에 가까워진다. 순간의 유혹을 피하기 쉽진 않지만, 홀짝홀짝이 벌컥벌컥이 되지 않도록 알아서 적당히 마시는 게 최선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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