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5.01.21 09:48:55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이태원교회에서 열린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전체 조합원 1153명 중 1026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삼성물산은 675표를 받았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에 처음 진출하게 됐다.
한남뉴타운은 총 5개 구역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1구역을 뺀 4개 구역에서 사업이 추진 중이다. 2구역은 대우건설의 ‘한남 써밋’, 3구역은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한남’이 들어설 예정이다. 5구역은 지난해 7월과 9월 있었던 1·2차 시공사 모집에 DL이앤씨만 단독 접수하면서 2차까지 유찰돼 조합 측이 건설사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할 수 있다. 이에 5구역은 DL이앤씨의 ‘아크로’ 브랜드가 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16만여㎡를 재개발하는 한남4구역 사업은 조합이 제시한 사업비가 1조6000억 원에 육박할 정도의 대형 프로젝트다. 지하 4층에서 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의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이 이번 수주전에서 △조합원 분담금 상환 최대 4년 유예 △공사비 인상분 최대 314억 원 분담 △한강 조망 100% 보장 같은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워 조합원 공략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날 “한남4구역의 가치를 높이는 차별적인 제안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약속했던 최고의 아파트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에 한강 조망 100% 약속
삼성물산은 최종 선정일 하루 전날인 17일 “25년을 이어온 명품 주거 브랜드 ‘래미안’의 풍부한 경험과 시공능력평가 11년 연속 1위에 빛나는 독보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남4구역을 한강변 대표 랜드마크 단지로 조성하고자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을 두고 하이엔드(high-end) 라이프 스타일에 맞춤과 동시에 최상의 주거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에 맞춰 단지명을 ‘널리 빛나고 번영한다’는 의미와 한강·남산 사이 한남의 헤리티지를 담아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으로 제안했다.
글로벌 설계사 유엔스튜디오와 협업해 완성한 독창적인 외관 디자인은 물론, 한남 일대 최대 규모의 평지공원과 커뮤니티 시설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제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비사업 최초로 특허 출원한 나선 모양의 원형 주동 디자인을 앞세워 원형·십자형·L자 판상형 등 다양한 주거동의 형태를 적용했다.
특히, 한강 방향으로 열린 주거동 배치로 넓은 공간을 확보해 세대 간 시야 간섭을 최소화하고, 한남뉴타운 내 다른 구역(2·3·5구역)의 건축 계획을 반영한 고도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총 1652세대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설계를 완성, 조합원 100%가 중·대형 평형에 한강 조망까지 더한 프리미엄 혜택을 누리도록 제안했다.
또 한남4구역을 구성하는 5개 블록마다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테마를 부여한 1만여 평의 대규모 평지공원과 △아쿠아 스포츠파크 △힐링 사우나 △골프 클럽 △라이브러리 라운지 등 다양한 연령층이 즐기는 111가지 종류, 175개 프로그램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 커뮤니티가 들어설 예정이다.
분담금 상환 최대 4년 유예
삼성물산은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사업조건과 금융 혜택을 바탕으로 조합원의 부담은 낮추고 이익은 극대화할 방침이다.
먼저, 일반분양 면적 확대와 발코니 확장 옵션판매 수입 조합 귀속 등 분양수입 1583억 원, 명확한 고정금리(CD+0.78%)를 적용한 전체 사업비 직접 조달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수수료 절감 등으로 금융비용 1185억 원 절감, 착공 전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 자체 부담과 커뮤니티·상가 운영시설 등 세부 공사항목 120억 원의 우위 조건을 통해 약 2900억 원의 혜택을 제안했다.
여기에 조합원 100% 한강 조망에 따른 프리미엄 가치 상승을 고려한 약 3170억 원을 더하면 총 6070억 원, 즉 조합원 세대당 5억2000만 원에 달하는 이익 확보가 기대된다고 삼성물산 측은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특히 △분담금 상환 최대 4년 유예 △조합원 이주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 △최저 이주비 12억 원 등을 지원해 조합원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대폭 확대하고 원활한 이주비 대출을 책임질 예정이다.
아울러 종전 자산 평가액이 분양가보다 높아 환급금이 발생하는 조합원에겐 분양 계약 완료 후 30일 이내 100% 받도록 하는 조건도 마련했다. 나아가 공사계약서에 실착공일을 이주가 완료된 날로부터 9개월 이내로 명시하고, 공사이행확약서를 제출해 공사 중단이나 지연 없이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료할 것도 확약했다.
AI·IoT… 최신 미래기술 총결집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에 최첨단 미래 주거기술을 대거 적용할 계획이다.
먼저, 입주민들은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이 집약된 차세대 주거 플랫폼 ‘홈닉(Homeniq)’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커뮤니티 시설 예약, IoT 기기 제어 등 기본적인 기능부터 원패스 출입 시스템 같은 스마트한 기능까지 특별한 주거 경험을 누릴 전망이다.
급성장하는 미래기술 중 하나인 로봇 산업에 선제적 대응을 위한 별도의 공간도 마련한다. 지하 공간에 로봇 배송 센터 5곳과 로봇 주차 공간 16곳을 계획해, 각 세대 문 앞까지 자율주행 로봇이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최고 수준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내진 특등급 구조 설계 △바닥 두께만 370㎜인 층간소음 1등급 기술 △최근 하이엔드 주거의 기본 상품인 일반 쓰레기 이송설비 적용 등을 마련, 입주민의 쾌적한 주거 환경과 만족도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개포주공·잠실우성… 다음 선택지는?
한남4구역 수주를 두고 한바탕 격전을 치른 삼성물산은 이번엔 ‘강남 노른자 단지’인 개포주공과 잠실우성 재건축 사업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업 모두 공사비가 한남4구역 이상의 대규모여서 다시 한번 수주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우선, 3월 12일이 마감 시한인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에 삼성물산이 응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단지는 개포동 185번지 일대 11만6682.3㎡ 부지에 지하 5층에서 지상 최고 35층, 총 2698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조합 측이 제시한 공사비는 약 1조5140억 원으로, 한남4구역과 비슷한 규모다.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사업 역시 3월에 입찰을 마감한다. 삼성물산이 마음먹으면 GS건설과 경쟁해야 한다. GS건설은 지난해 9월 잠실우성 첫 입찰에 단독으로 지원했다. 잠실우성 재건축 조합은 3월 중 마감을 목표로 재입찰을 추진 중이다.
잠실우성 1·2·3 재건축은 잠실동 101-1번지 일대 12만354㎡ 부지에 지하 4층에서 지상 최고 49층, 2680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 측이 예상한 공사비는 약 1조6199억 원으로, 개포주공이나 한남4구역보다 500억 원에서 1000억 원가량 더 많다.
한남4구역·개포주공·잠실우성 사업이 중요한 건 무엇보다 향후 서울 재개발·재건축 최대어인 압구정3구역 사업권을 위한 전초전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압구정3구역은 5800가구 규모, 50∼70층 높이의 대형 마천루 아파트로 재탄생시키는 초대형 사업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