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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이슈] “주류도매 他지역 영업행위 금지해야” 목소리 커져

교통·공해 문제에 대여금 과다 지급, 쇼케이스 과잉 제공까지 해결 문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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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응구⁄ 2025.05.08 10:02:07

종합주류도매면허권자의 다른 지역 영업·판매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김응구 기자
 

국내 주류(酒類) 경기 악화로 종합주류도매업계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주류도매면허권자의 다른 지역 영업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33년 전인 1992년 ‘판매구역제’가 폐지되면서 현재 주류도매사의 영업·판매 활동은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쉽게 말해 서울 지역의 주류도매사가 부산이나 광주에 가서도 영업·판매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개 주류도매사가 전국 모든 주류도매사와 경쟁하는 무한경쟁 시대다.

앞선 주장은 주류도매 영업·판매 행위를 주류도매면허 소속지로 국한하자는 얘기다. 영업·판매권과 달리 지금의 주류도매면허 발급은 지역별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이 면허장 수를 관리한다.

실제 지금의 상황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전국 영업’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지역 기반의 주류도매면허제가 지닌 원래 취지와 다르게 대도시나 대형 회사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술이 다른 지역로 이동하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가장 먼저 에너지 소모, 지구환경 파괴가 발생한다. 장거리 주류 운송은 교통·공해 문제를 증가시킨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냥 술만 이동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타지에 가서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 대여금 과다 지급, 쇼케이스 등 과잉 제공, 일시적 가격파괴 등의 문제도 함께 이동한다. 단순히 거래만 이뤄지면 문제가 없지만, 거래질서 문란이 함께 발생하니 문제가 된다. 관련 단체들이 자율규제를 하고자 노력해도 징벌권이 없어 잘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의 부당거래 상황은 확장되고 있다. 부당거래행위를 한 대형업체는 돈을 번다. 반대로 지역의 소규모 업체들은 살림살이가 점점 더 빠듯해지는 장부를 매년 보게 된다.

다른 지역 판매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시장질서가 깨지고 자유주의적 행정추진 의도와 달리 시장에도, 제도에도 균열이 생긴다. 경쟁은 효율을 낳기도 하지만 부당경쟁은 실패로 치닫는다. 주류도매업은 규제 없이 그대로 둘 때 부당경쟁이 발생하는 시장이 돼 버린다.

시장은 냉정하고 매몰차다. 주류도매사들은 과거와 달리 사업 재미가 많이 떨어졌다. 그 기간이 오래가면 재미가 더 줄어드는 게 아니라 생계가 어려워진다. 팬데믹 기간 문 닫은 기업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해 지금은 상당수가 폐업했다. ‘공유시장’의 비극이 커지게 된 것이다.

사실, 전국 유통의 편의를 인정했던 시절에는 지역 간 이동하는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았고, 발생하는 물류비 등의 부담이 더 커 장거리 운송이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교통망의 발전, 소매망의 전국화, 경쟁 심화 등의 조건변화는 그 물량을 점점 더 키웠고, 정부 제도의 불안전성에도 구멍이 커지는 문제로 발전했다. 그때는 먼 곳에 있는 주류도매사들과의 경쟁이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그 변환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확대 상황을 예상하고 예방할 책임을 지는 정책역량이 정부 부처나 관련 단체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예방해야 했고, 커지면 즉각 합의제도를 통해 변화를 도모하고 새로 규칙을 만들었어야 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형업체들의 주류가 전국 어느 곳으로든 공급됐고, 2020년대가 되면서는 중소형업체들의 주류도 다른 지역 시장을 대상으로 마케팅하는 일이 문제가 될 정도로 커졌다. 어쩌면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업계의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지만, 규제산업 속의 업자들이라는 생각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하도록 교육과 홍보 등 훈련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다른 지역 영업·판매행위 금지와 관련한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난 2월 열린 대의원 정기총회에서 조영조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응구 기자


전국 1100여 주류도매사를 회원사로 둔 사단법인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회장 조영조)는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여러 방안을 탁상 위에 올려놓고 해결점을 모색 중이다.

그간 여러 경로로 청취한 해결 방안 중 하나가 바로 면허권 외 다른 지역의 영업행위를 금지하는 일이다.

조성기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자(경제학박사)는 “제도적으로 못 박은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는 행위뿐만 아니라 과당·불공정 경쟁으로 다른 지역에 진입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경우 업계의 중요한 과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성기 박사는 첫 번째 작업으로 ‘청사진 작업’을 들었다. 도매업의 역할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시대적 임무를 윗단에 놓고 정책을 정렬하는 일이다. 산업의 과제가 주세확보나 단순히 신체적 건강문제로 보기엔 시대가 너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종합주류도매업계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제도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바로 ‘공유지 관리’를 의미한다. 그렇게 해야 중소기업들로 이뤄진 업계의 경영 안정성을 되찾을 수 있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기여도 가능해진다는 해석이다. 더불어 경영상황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봤다. 공병 관리를 중심으로 환경보전에 기여하지만 수많은 차량의 장거리 이동을 줄이는 노력으로 에너지 절감도 가능해진다.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활동은 자원이 부족한 식당이나 소매상들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청소년과 여성의 음주 건강 관련 지원 활동도 가능하다.

둘째 과제는 ‘추진 주체’를 들었다. 1차로는 국세청의 지원하에 업계 스스로 자율규제, 자정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답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난 10여년간 논의돼왔지만 실현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왜 다시 업계의 리더십일까.

종합주류도매업은 약 20조원의 사회경제적 기여효과를 낳고 있고, 고용역량도 2만1049명 정도나 된다. 이는 30대 기업집단 중 하나 정도의 큰 규모다. 10년 전 데이터를 보더라도 거의 30조원에 달하는 업종이다. 주류도매업 전체의 60~70%를 차지하는 규모로 봐야 한다. 시장 영향력은 거의 20조원에 가깝다. 단순히 술을 제조업계에서 받아 보관하고 식당이나 소매상에 이동하는 일을 한다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조성기 박사는 원칙론에 동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와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업계가 면허 지역을 넘는 주류이동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의한다면, 그 문제를 푸는 방법론은 사실상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 필요성과 당위성에 동의하는 일이 가장 급선무라는 얘기다.

면허권 지역을 넘지 않는 도매유통의 관리는 미국이나 일본의 도매업 관리에 그 원칙적 당위성의 증거가 있다. 30년 이상 넘은 낡은 규제조건을 전체 정책의 청사진 속에서 재정비하고, 면허권역도 재설정하며, 이동의 원리 원칙을 정하고, 정부 관리와 자율규제 방식에 합의하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도매업계가 정부·국민·지역의 신뢰와 함께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공유시장의 틀 속에서 성실하게 사업을 운영하면 만사형통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종합주류도매업체 직원이 거래업소에 주류를 납품하고 있다. 사진=김응구 기자


입법·행정적인 면에서 신규 진입 장벽 수준이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 소규모 업체의 시장진입을 원활히 한다는 점에선 여러 사항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먼저, 주종별 주류소비량의 점진적 증감을 고려해 시장 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도록 종합주류도매업 산정방식을 변경하는 걸 고려해볼 만하다. 예를 들어 시·군·구별 인구수가 아니라 시·도별 인구수에 따라 면허 수를 산정한다든지, 인구 고령화를 감안해 지역별 소비량을 기준으로 면허 수를 산정할 수 있다.

이 같은 개선 방안은 모두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다. 주류시장의 변화, 기존 주류업자의 이해관계, 국민 여론, 관계 부처와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의 의견 등을 고려해 충분한 숙의를 거친 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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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조영조  판매구역제  주류도매면허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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