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식⁄ 2025.05.15 11:05:01
CJ제일제당이 일본 냉동식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약 1000억 원을 투입해 일본 치바현에 대규모 만두 생산 공장을 신설한 것. 오는 2025년 9월 본격 가동 예정인 이 공장은 글로벌 K-푸드 브랜드 ‘비비고’의 일본 시장 안착을 위한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신공장은 일본 치바현 키사라즈시에 위치한 ‘카즈사 아카데미아 파크’에 조성된다. 총 4만 2,000㎡ 규모 부지에 연면적 8,200㎡의 대형 설비를 갖췄으며, 최첨단 자동화 생산 시스템이 적용됐다. 일본 내 다섯 번째 식품 생산시설로, 2019년 인수한 일본 교자계획(餃子計画)의 기존 4개 만두 공장보다 생산 효율과 품질 관리 수준이 월등히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 생산 품목은 글로벌 인기 제품인 ‘비비고 왕교자’다. CJ제일제당은 간편식 선호도가 높은 일본 소비자 특성을 반영해 조리 편의성을 강화한 신제품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 냉동만두 시장은 약 1조 1000억 원 규모로, 한국(약 4460억 원)의 2배 이상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을 ‘교자’가 차지하는데, 이는 비비고의 주력 품목인 교자와 유사한 형태다. 맞벌이·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내식 트렌드 강화 등으로 냉동식품 전반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CJ제일제당은 이런 흐름에 편승해, 고품질·고편의성 제품으로 현지 소비자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김밥·떡볶이·K-소스 등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K-푸드를 ‘특별식’이 아닌 ‘일상식’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
초기에는 글로벌 히트 상품인 ‘비비고 왕교자’ 생산에 집중하고, 이후 일본 소비자 취향에 맞춘 현지형 제품군도 확대할 예정이다. 실제로 일본 내 비비고 브랜드는 이미 일정 수준의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2023년 첫선을 보인 냉동 김밥은 첫해 250만 개가 팔렸고, 과일 발효초 ‘미초’는 2020년 연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성공을 입증했다.
K-컬처 순풍 타고 MZ세대 집중 공략
최근 일본에서는 K-팝, 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음식, 뷰티,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산되며 MZ세대를 중심으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SNS를 통한 비비고 브랜드 노출 증가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오시카츠(推し活)’ 문화도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주요 요인이다. ‘오시카츠’란 사람, 캐릭터, 음식, 화장품, 패션, 물건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매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응원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CJ그룹 이재현 회장도 일본을 올해 첫 해외 현장경영지로 방문하는 등 시장 확대 의지를 직접 표명하고 나섰다.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 매출은 지난 5년간 77% 성장했으며, 해외 비중은 전체의 약 49%에 달한다. 일본은 향후 미국과 함께 글로벌 식품 시장 공략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일본 내 대형 유통사인 이온, 코스트코 외에도 온라인 채널, 편의점, B2B 식자재 시장까지 유통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동시에 전자레인지용 개별 포장 제품 등 일본 소비자의 생활 패턴에 맞춘 맞춤형 제품 개발도 병행한다. 제품 본연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일본인의 입맛에 맞춘 ‘미세 조정 현지화’ 전략을 통해 소비층 저변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MZ세대와의 소통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9일부터 11일까지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멧세에서 열린 K팝 페스티벌 ‘KCON JAPAN 2025’에서 ‘비비고 스쿨’ 부스를 운영, 1만 2000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이외에도 MZ세대를 겨냥한 틱톡 챌린지, 인스타그램 이벤트 등 디지털 캠페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만, 일본 시장은 아지노모토, 니치레이푸드, 마루하니치로 등 강력한 현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특히 교자 시장에서 절대 강자인 아지노모토가 자사 브랜드를 한식풍으로 리뉴얼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어 마냥 낙관할 분위기는 아니다. 일본 소비자의 기호 변화와 현지 경쟁사의 견제를 뚫고, 지속적인 제품 혁신과 마케팅 차별화를 유지해야만 장기적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지 생산을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완화하고, 트렌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며 안정적인 공급으로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며 “K-컬처 유행을 넘어 일본 소비자의 식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는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