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이 오는 24일 ‘제184회 미술품 경매’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경매에서는 천경자, 마르크 샤갈, 박수근 등 국내외 거장들의 대표작이 새 주인을 찾는다.
특히 한국 근대미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특별 섹션 ‘모던 모먼츠(Modern Moments)’가 마련돼 우리 근대작가들의 희소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고미술 섹션에서는 조선시대 문인들의 귀중한 필적과 회화 작품들이 소개된다. 출품작은 총 97랏(Lot), 낮은 추정가 총액 약 64억원이다.
천경자의 ‘윤삼월’은 작가 화업의 완숙기에 해당하는 1978년 제작된 작품이다. 작품명 윤삼월은 ‘윤달인 3월’을 뜻한다. 윤달은 옛 풍속에서 무슨 일을 해도 부정을 타지 않는 달로 여겨졌다. 이에 걸맞게 출품작 또한 화폭 가득 생명력과 상서로운 기운이 충만하다. 다양한 꽃과 사슴, 백조, 새 등 천경자의 작품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소재들이 환상적인 분위기의 화면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작가가 추구한 고전적 설화의 현대적 재해석을 완성도 높게 구현한 수작이다.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을 들고 있는 옆모습(Profil au Bouquet)’ 또한 작가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함께 담긴 작품이다. 작품의 주제인 여인 옆으로 남성의 옆모습이 나타나며 여인의 머리 위에는 양이 올라가 있다. 그 주위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인물과 춤을 추는 인물들, 해와 달 등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화면 전반은 샤갈 특유의 푸른색을 활용해 초월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커다란 나무 옆으로 지나가는 아낙네와 아이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나무와 행인’은 박수근의 작고 이후 열린 유작전에 전시됐던 작품이다. 1964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작가의 화업 말년에 이르러 재질 표현이 더욱 두드러진 시기임에도 대상의 선명한 선묘 표현이 특징적이다.
서울옥션은 한국 근대미술사를 다시 살펴보는 최근 우리 미술계의 흐름에 발맞춰 이번 경매에 특별 섹션을 마련하고 근대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14점을 집중 조명한다.
‘폭풍의 화가’ 변시지의 ‘폭풍의 언덕’은 가로가 2m 40cm에 이르는 작품으로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대형 작업이다. 작품명처럼 제주 바다의 역동적인 파도와 강렬한 바람이 느껴지는 듯한 대기의 표현이 인상적이며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 초가집, 말 등의 소재도 등장해 제주만의 향토성을 더한다. 함께 출품된 변시지의 ‘런던 풍경’은 작가가 주로 다루던 제주 풍경이 아닌 영국 런던 템스강에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인성의 ‘사과나무’는 작가가 1935년 대구에 정착한 이후 향토적 소재를 심화시킨 작품 중 하나다. 이인성은 출품작과 유사한 이미지를 총 세 개의 작품으로 남겼으며 출품작은 그 중 가장 작은 크기로 그려진 작품이다. 화면을 채우고 있는 사과나무에는 큼지막한 사과들이 매달려 있어 따듯함과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함께 출품된 박영선의 ‘5월 16일 새벽’은 1961년 5.16 군사정변 당시 군용 차량이 한강 철교 넘는 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역사적, 사료적 가치가 높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근대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된다. 황술조는 경상북도 경주 출신의 서양화가로 표현주의 경향의 작업을 지속한 대표적인 작가다. 이번 경매에는 작가의 고향이자 말년을 보낸 장소인 경주 풍경을 담은 ‘경주 남산’이 출품된다. 사실주의 계열을 추구한 오하 이병규의 ‘여인상’, 일찍이 서구의 회화 양식을 도입해 동서양이 조화를 이루는 예술세계를 선보인 우석 장발의 추상작업도 경매에 오른다.
고미술 섹션에서는 귀중한 필적과 회화 작품들이 소개된다. ‘구사선생조천첩 4권 일괄’은 1624년 조선중기 문신 권엽이 명나라에 사절로 떠날 때 받은 송별시를 모은 시첩으로, 약 120명에 달하는 당대 문신들의 필적이 담겨 있어 조선중기 문화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가 된다. 시고 외에도 산수도와 사군자, 화훼, 초충도 등 다양한 그림 16폭을 포함하고 있다.
경암 김익주의 ‘산수도’, ‘송하인물도’는 18세기 호남에서 활동했던 작가의 작품이다. 현전하는 작품 수는 적지만 어진도사에 두 번 차출될 정도로 당대에 뛰어난 화격을 인정받았다. 출품작은 전통적인 남종화풍의 미법 산수를 잘 구사한 작품이다. 삼양재 김덕형의 ‘화조도’는 대각선 구도로 화면을 가로지르는 가지 위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단아한 작품이다. 김덕형은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에 활동한 인물로 김홍도, 강세황 등과 교유할 만큼 당대 문화예술계의 중심인물이었으나 작품의 희소성이 높아 눈길을 끈다.
한편 경매는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다. 경매에 앞서 진행되는 프리뷰 전시는 14일부터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된다. 전시는 경매 당일인 24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린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