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7.18 14:12:36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025년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오연진 작가의《젖은 창》을 2025년 7월 19일(토)부터 8월 3일(일)까지 더레퍼런스(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24길
44)에서 개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08년부터 전도유망한 작가와 기획자에게 전시 경비를 지원하고, 미술관의 인프라를 활용한 다각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왔다.
2025년에 선정된 9인의 전시는 6월부터 10월까지 서울 각지의 전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으로, 이번 오연진 작가의 《젖은 창》은 그중 다섯 번째 전시이다.
오연진은 사진 이미지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시간성과 공간성을 내포한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작용 가능성을 실험한다. 개인전 《젖은 창》은 투명한 창에 빗물이 흘러내려 안과 밖의 시야가 왜곡되는 심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실재하는 풍경 혹은 비물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되어 온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가 투명한 창문의 양면과 같이 중첩되어 서로 맞대고 있지만 상호 왜곡되는 관계성을 암시한다.
주요 작품은〈Plate〉(2025) 연작으로, 1844년 출간된 윌리엄 폭스 탤벗의 『자연의 연필(The Pencil of Nature)』에 수록된 24개의 도판 중 일부를 전통적인 아날로그 암실 사진술과 생
성형 AI로 만든 이미지를 교차해 재현한 작품이다.
사진 매체가 최초 발명될 당시 출간되었던 『자연의 연필』은 19세기 근대 기술사 안에서 당대의 뉴미디어였던 사진이 인간의 시각성과 이미지 재현의 영역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사물,
풍경, 인물, 복제 등의 이미지 사례를 통해 증명하고자 한 책이다.
작가는 근대적 이미지 재현술의 증거물을 생성형 AI를 통해 거짓 소환하여 존재한 적 없는 허상의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다시 아날로그 사진술을 기반으로 인화지 위에 현상 및 정착 약품을 수십
번의 붓질로 칠해 구현한다. 근대에서 동시대로 이어지는 이미지 재현술의 역사적 증거를 과거와 현재의 기술을 통해 구현한 오연진의 작품에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 속 대상은 부재하며 이미
지의 표면 위에 작가가 붓으로 흘리고 칠한 감광성 액체들의 흔적만이 떠오른다.
이를 통해 작가는 기술의 변화와 함께 누적된 이미지 재현의 역사를 환기하며, 오늘날 이미지의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가늠하게 된 인간의 눈이 바라보는 풍경을 드러낸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