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지난 1분기에 열린 임원 워크숍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주도하기 위한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GS건설은 스마트 건설기술과 현장 안전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손에 쥐고자 최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혁신 기술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 이유다.
AI 구조도서 검토 시스템 개발, 특허출원
먼저, 지난 27일에는 건설업계 최초로 AI 기반의 구조도서(構造圖書) 검토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구조 설계 도서를 검토할 때 발생하는 휴먼에러를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구조도서는 설계가 완료된 단면과 접합부 설계를 정확하게 표현한 도서다. 구조 해석과 부재(部材) 설계를 수행한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구조 계산서와 부재나 접합부의 설계 결과를 평면도·입면도·단면도로 표현한 구조 도면으로 이뤄진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바탕으로 한 이 기술은 도면을 검토한 뒤 비교를 자동화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AI가 설계도면을 인식한 후 이를 구조화해 빠르고 정확하게 오류를 탐색하며, 기존 도면과 업데이트된 도면을 비교해 변경된 히스토리를 자동으로 관리한다.
GS건설에 따르면 기존에는 구조도서를 작성하는 주체가 다양하고 설계 변경이 빈번해 각 도서 간의 불일치나 오류 발생 위험이 있었다. 특히, 인력에 의존한 도면의 단순 비교 작업은 휴먼에러의 가능성과 변경된 도면의 히스토리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업무 효율성 역시 낮았다.
GS건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AI 솔루션 전문 스타트업 팀워크와 함께 AI를 활용한 구조도서 검토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이어 올해 개발을 마치고 일부 현장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에 들어갔으며,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
GS건설은 시공 오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안전한 시공 환경을 구현하고자 이번 기술을 개발했다. 설계 변경 사항은 자동 기록돼 체계적인 버전 관리가 가능해졌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협업 환경이 구성돼 실시간 이슈 공유와 부서 간 연계 업무가 수월해졌다. 앞으로는 AI 기반 설계 적정성 검토, 드론·로봇 연계 철근 배근 자동 검측 등 시공 단계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반복적이거나 고위험인 작업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인적 오류와 산업 재해를 예방하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에서 구조 안전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최초 ‘챗GPT 엔터프라이즈’ 도입
지난 26일에는 OpenAI의 기업용 AI 솔루션 ‘ChatGPT Enterprise(챗GPT 엔터프라이즈)’를 국내 건설사 최초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AI 관련 툴 중에서도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선택한 이유는 ‘정보 보안’이다. 고도화된 보안 기능과 관리자 권한을 바탕으로 사내문서와 데이터 유출 없이 AI 모델을 사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GS건설은 21일 서울 종로구 본사 사옥에서 ‘ChatGPT를 통한 업무 효율화·자동화 방안 발굴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OpenAI 본사 담당자 다섯 명이 참석했다. 이번 워크숍은 단순한 기능 설명을 넘어 현업 과제에 AI를 적용하도록 △데이터 처리 △고급 프롬프트 기법 △외부 시스템 연계 등 실무 중심의 주제를 다뤘다.
GS건설은 OpenAI와 함께 사내 챗GPT 활용 사례를 공동 발굴하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실전 교육을 통해 현장 중심의 AI 적용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내달 초에는 OpenAI와 ‘GPT 챔피언 프로그램’을 출범해, 직원들을 AI 전문가로 육성하고 AI 활용 사례를 발굴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GS건설은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활용해 기술·계약 검토부터 설계도면 분석이나 견적·예산 검토 같은 고난도 과제와 안전·장비 조기 탐지 등 현장 밀착형 주제까지 순차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우리는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실제 건설 현장의 안전 강화, 생산성 제고와 직결되는 방향으로 활용해나갈 것”이라며 “AI를 통해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고, 현장의 혁신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번역 프로그램 ‘자이 보이스’ 개발
현재 국내 건설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최근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현장에서 일한 외국인 근로자는 22만9541명이었다. 7명 중 1명은 외국인인 셈이다. 이에 현장의 안전·품질을 위해 원활한 의사소통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GS건설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에게 꼭 필요한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안전·품질 교육에도 활용토록 지난해 초 생성형 AI 기반 실시간 번역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AI 번역 프로그램 ‘Xi Voice(자이 보이스)’를 선보였다.
자이 보이스는 조회나 안전교육 시간에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사를 전달할 때 매우 유용하다. 담당자가 한국어로 얘기하면 음성을 인식한 후 중국어·베트남어 등 120여개 언어로 번역함과 동시에 텍스트로도 표현해준다. 특히, 기존 번역 프로그램에서 정확한 번역이 쉽지 않았던 건설 전문 용어도 나라별 언어로 정확히 번역된다.
4월에서 6월까지 파일럿 형태로 일부 현장에 적용해 실제 담당자들이 사용한 후, 개선사항을 제안하고 이를 보완해 나가는 형태로 발전시켰다. 이런 과정을 통해 △건설용어의 정확한 번역 기능 △다양한 언어로의 번역 기능 △음성인식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자판입력 기능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한 근로자 모바일 활용 기능 △조회 시 사용하는 자료의 번역기능 등을 추가로 보완했다.
향후 인터넷 환경이 원활하지 않은 현장에서도 불편 없이 사용하도록 애플리케이션(앱)으로도 개발할 예정이며, 언어별 음성 출력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자이 보이스를 개발한 GS건설 디지털혁신(DX)팀 관계자는 “자이 보이스 외에도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현장과 협업해 개발 중”이라며 “디지털전환(DX)을 통해 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더욱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