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이 17일부터 26일까지 감각 너머 2025 포럼 ‘서로가 서로를’을 강당, 컨퍼런스룸, 전시장에서 연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포럼은 강연을 비롯해 워크숍, 영상 상영, 퍼포먼스로 확장해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사유와 논의를 이어가는 자리로, 예술과 감각이 만나는 방식을 탐색하며 그 안에서 열리는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한다.
리움미술관은 2021년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감각 너머’를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신체적 차이보다는 각자의 고유한 감각에 주목한다. 단순한 물리적 접근성을 넘어 미술관에서의 감각적 경험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를 통해 각기 다른 관객과 만나는 방식을 모색하고, 예술을 통해 새로운 언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매년 다른 주제를 통해 확장돼 온 감각 너머는 2023년 ‘공간’, 지난해 ‘언어’를 다뤘으며, 올해에는 ‘미디어’(media)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이번 감각 너머에서는 미디어를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나 기술적 장치로 국한하지 않고, 신체와 신체가 관계를 맺고 감각을 나누는 근원적인 매개로 이해한다. 가장 오래된 미디어로서의 몸에 주목하며, 작은 몸짓과 호흡, 움직임이 서로를 매개하고 관계를 확장하는 과정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신체가 만나는 방식과, 일시적이면서도 자유롭게 연결되는 ‘느슨한 공동체’의 가능성을 상상해본다.
17일에는 기술과 장애, 그리고 공동체의 미래를 사유하는 ‘강연’이 열린다. SF 작가 김초엽은 기조 강연에서 과학소설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몸을 치유의 대상이 아닌 변화와 상호작용의 장으로 바라본다. 강연 이후에는 소설가 돌기민과 함께 토론을 이어가면서 기술과 신체, 감각과 공동체를 둘러싼 상상력이 어떻게 문학과 예술을 넘어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18일 강연에서는 신체와 감각을 매개로 미디어의 의미를 탐구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미학자 이토 아사는 몸이 스스로 통제하려는 힘을 벗어나 환경과 리듬 속에서 드러내는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에 주목하며, 그 속에서 열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짚는다. 이어 안무가 정지현은 장애 신체와 테크놀로지의 관계를 중심으로, 감각을 보완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확장하는 기술을 활용한 무용 작업과 윤리를 공유하며 신체 감각이 지닌 새로운 가능성을 논한다.
19일에는 장애와 질병, 기술, 접근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진다. 연구자 엘런 새뮤얼스는 만성 질환으로 인해 사회의 빠른 속도와 다른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느린 시간성’이라 부르며, 이를 미래를 바라보는 중요한 시각으로 제안한다. 그는 또한 몸을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매체로 강조한다. 이어서 린지 펠트는 장애인의 감각과 몸을 중심에 둔 예술·기술 실험과 전시 사례를 소개하며, 폐쇄 자막이나 햅틱 같은 접근 기술이 단순한 보조 기능을 넘어 예술을 확장하는 새로운 창작 매체로 작동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19일, 21일, 24일 열리는 ‘워크숍’은 ‘정상성’을 전제로 삼아온 감각의 기준을 흔들고 새롭게 구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19일, 이토 아사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기반의 감각 전환 게임을 통해 몸의 어긋남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감각 가능성을 탐색한다. 21일, 마르코 도나룸마는 소리와 신체 기술을 활용해 정상적 청각의 개념을 해체하고 새로운 감각을 상상하는 가상의 보철 장치를 함께 구상한다. 24일, 정지현은 인공지능 동작 생성 모델을 활용하여 익숙한 감각 체계를 전복하고, 대체 감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체와 움직임의 잠재력을 실험한다.
20일에는 ‘영상 상영 및 토론’의 시간이 마련된다. 차재민의 ‘네임리스 신드롬’은 진단되지 않은 질병과 여성의 몸이 겪는 의료적·사회적 배제를 다룬 에세이 필름이며, 마르코 도나룸마의 ‘니란테아(Niranthea)’는 청각장애 정체성과 집단적 감각 경험을 탐구하는 작업이다. 두 작품의 상영 직후에는 두 작가가 작품의 맥락을 직접 이야기하고, 이어 비평가 양효실이 참여하는 토론에서 질병과 신체, 기술, 청각장애 정체성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간다.
26일 포럼의 마지막 날에는 올해 감각 너머를 정리하는 ‘라운드테이블’이 열린다. 권정원(문화예술 기획자), 맥스 타게(작가), 송예슬(작가), 신재(제로셋 프로젝트 연출), 이진엽(코끼리들이 웃는다 연출), 등이 참여해 올해 감각 너머 워크숍의 경험을 공유하고 향후 확장 가능성을 논의한다.
포럼의 마지막 순서로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즉흥 춤 모임 ‘등장연습모임 짜잔’이 참여형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몸을 매개로 서로를 연결하며, 환대의 방식을 함께 만들어 간다.
포럼이 끝난 뒤에는 강연, 워크숍, 상영, 토론의 기록을 정리해 내년 단행본으로 발간하며, 온라인(리움미술관 홈페이지)과 오프라인(리움미술관)을 통해 배포될 예정이다. 이는 올해 한 해 동안 이어진 감각 너머의 논의와 실천을 집약해 국내외에 소개하고, 예술 현장에서의 접근성과 포용성을 주제로 한 담론을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리움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으로 무료 참여가 가능하다.
김태림 리움미술관 교육연구실 학예연구원은 “감각 너머는 늘 감각을 통해 만나는 방식을 실험해왔다”며, “이번 포럼에서는 미디어를 신체와 감각의 확장된 언어로 바라보며, 예술이 열어주는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