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11.27 15:53:05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소장 직무대행 김미선)의 2025년 마지막 라인업, 연극 <19호실>(작 이성권, 연출 김수희)이 12월 17일부터 28일까지 더줌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작품은 일곱 명의 인물이 창문조차 없는 낯선 방에서 눈을 뜨며 시작된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왜 이곳에 모이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탈출을 시도하며 여러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단 하나뿐인 출입문은 굳게 잠겨 열리지 않는다.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타인에 대한 경계, 그리고 날 선 분위기는 팽팽한 긴장을 형성한다. 문을 열기 위한 경쟁과 의외의 협력, 예상치 못한 선택들이 이어지며 감춰졌던 진실과 반전이 차츰 밝혀진다.
이렇듯 <19호실>의 극적 상황은 절실하지만, 작품은 무겁지 않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돌발 사건과 각자의 사정이 얽히고설키는 긴장감 속에서도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언어, 현실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대사들이 곳곳에 살아 있다. 인물들의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 해방의 희미한 가능성이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무대 위 긴장감과 촘촘한 연출, 그리고 솔직한 캐릭터들의 목소리는 관객 모두를 밀실 안으로 끌어들이는 몰입을 선사한다. 공연은 예측 불가한 서사, 강렬한 에너지, 그리고 청소년극 특유의 생동감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지금 여기’의 청소년의 모습을 고스란히 무대 위에 펼친다는 점이다. <19호실>은 2014년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청소년극 창작 프로그램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를 통해 처음 탄생했다. 당시 쇼케이스에서 “진짜 청소년극”, “가장 리얼한 청소년의 모습”이라는 청소년 관객의 호평을 받을 만큼 타협 없는 솔직함과 현실감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동시대성을 향한 감각과 힘은 여전히 살아 있다. 여기에 현재에 맞는 새로운 질문과 문제의식을 더해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이번 공연에는 쇼케이스 당시 연출을 맡았던 김수희와 이성권 작가가 다시 호흡을 맞췄다. 두 창작자는 시대와 무관하게 모든 현대인이 고민하는 ‘성장의 문턱’에 주목하며 작품을 재정비했다.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되는 ‘닫힌 문’은 단순한 물리적 경계선을 넘어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과 성장의 경계 그 자체를 환기한다. 관객은 각자 삶에서 한 번쯤은 맞닥뜨렸던 내면의 문을 인지하고, 지금 딛고 선 자리와 닫힌 문 너머의 세계를 새롭게 조망하게 된다.
2025년을 맞아 새롭게 각색된 대본은 여러 층위에서 청소년들의 오늘을 담아냈다. 그 안에는 성장통을 겪어본 모두가 느끼는 고민과 갈등, 해방과 연결의 감정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이성권 작가는 작품에 대해 “시간이 흐른 뒤에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면 좋겠다. 공연을 통해 자신만의 문을 찾아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연극상, 제19회 차범석 희곡상 등 수상하며 연극계에서 활약 중인 김수희 연출 특유의 빠른 속도감과 집중력 넘치는 연출 또한 극에 활기를 더한다. 김수희 연출은 “이 작품은 청소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각자가 가진 울타리와 제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헤쳐나갈 힘을 찾아나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무대에는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따로 없다. 나윤희, 안병찬, 이서도, 이주형, 장석환, 장요훈, 조수재 등 일곱 명의 배우 모두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얼굴들로 살아난다. 학교나 거리, 혹은 집 어디서나 익히 볼 수 있을 법한 현실의 군상을 구현하며 감정의 파고를 만들어낸다.
<19호실> 예매는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NOL티켓에서 가능하며, 12월 19일은 오후 4시에 진행하는 ‘유스(Youth)데이’ 공연으로 30% 할인 혜택이 있다. 청소년 관객의 문화예술 참여 확대를 위해 청소년 및 대학생에게는 상시 50% 할인,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에게도 50% 특별 할인이 제공된다. 또한 12월 21일 공연 종료 후에는 이성권 작가와 김수희 연출 등 창작진과 함께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