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화예술본부(본부장 방성택)에서 운영하는 대구아트웨이가 오는 12월 8일부터 31일까지 쇼룸 입주작가 제9차 릴레이 개인전 <월간범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조은 작가의 <고요의 숲을 지나>라는 주제로 기획전시실1에서 선보인다.
아트웨이는 올해 처음 기획한 릴레이 개인전 프로그램 ‘월간범어’를 통해 쇼룸 스튜디오 입주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매월 한 팀씩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25년 4월부터 12월까지 총 9명의 입주 예술인이 참여했고, 12월 마지막 순서로 김조은 작가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인 ‘스미는 고요’는 금빛 물을 그린 듯 보이지만 사실은 검은 물과 검은 섬의 세계를 품고 있다. 김조은 작가에게 상처는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는 무게이며, 시간이 켜켜이 남긴 흔적이다. 검은 물결은 어느 순간 산이 되고, 바위가 되고, 다시 섬이 되어 화면에 단단하게 자리한다. 작가는 황금빛과 검은 색의 대비 속에서 삶의 모순과 조화를 이야기하며, 상처와 빛 모두가 한 사람의 삶을 완성한다고 말한다. 작가의 풍경은 결국 “당신의 상처는 굳건함과 깊이를 보여주며, 그렇기에 당신은 빛나는 존재”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위로의 형식이다.
미학자이자 예술과공감연구소 소장인 이생강은 “예술가의 임무는 절망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공허함에 대한 해독제를 찾는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관점은 김조은의 작품세계 전반에 선명하게 흐른다. 작가의 화면을 처음 마주하면 황금빛 찬란함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곧 그 뒤에 자리한 검은 그림자와 깊은 침잠의 세계가 관람자에게 조용히 다가온다.
작가는 금지(金紙) 위에 먹을 올려 물결을 하나하나 쌓아가며, 빛나는 세계의 이면에 자리한 상처와 흔적을 드러낸다. 반짝이는 황금빛은 마치 희망과 생의 기운을 상징하는 듯하지만, 그 앞을 버티고 서 있는 검은 산은 삶이 남기는 깊은 흔적과 굳건함을 동시에 담아낸다.
전시가 지닌 의미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의 제시에 머물지 않는다. 김조은 작가의 작품은 빠르게 흐르고 사라지는 일상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는 근원적 질문을 되살린다. 강물이 흘러가듯 우리의 삶도 끊임없이 흐르고 소멸의 길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지만, 바로 그 찰나의 빛나는 순간들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는 점을 작품은 조용히 환기한다.
김조은 작가는 대구를 중심으로 18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업세계를 꾸준히 확장해왔다. 최근에는 하빈PMZ평화예술센터 <금빛 기억의 풍경>(2025), 대안공간 싹 <둥둥, 흘러>(2024), 달서아트센터 <달아 꽃이 되어라>(2023),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아트스타(2023) 등을 통해 특유의 금빛·먹빛 풍경 회화를 선보였다. 또한 대구문화예술회관, 디아크문화관, 경주예술의전당 등 다수 기관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을 비롯해 여러 공공기관과 국내외 개인 컬렉터에게 소장되어 있으며, 2025년 대구아트웨이 쇼룸 입주작가로 선정되는 등 레지던시 활동 역시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