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문화현장②] 팀 버튼의 괴짜 캐릭터 ‘비틀쥬스’, 무대서 물 만났다

2021년 라이선스 첫선 이후 4년만의 화려한 귀환

  •  

cnbnews 김금영⁄ 2026.01.16 09:36:34

CJ ENM이 연초 문화계를 평정하고 있다. 토니 어워즈 10관왕을 비롯해 각종 글로벌 어워즈를 석권한 뮤지컬 ‘물랑루즈!’를 비롯해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매 시즌 호평 받아온 ‘킹키부츠’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공연 팬들을 만나고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 팀 버튼 감독 각각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비틀쥬스’는 CJ ENM의 콘텐츠 확보력, 공연 제작력을 보여주며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일찌감치 비틀쥬스 매력 알아본 CJ ENM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 현장. 사진=CJ ENM

뮤지컬 ‘비틀쥬스’가 화려하게 귀환했다.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의 대표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유령이 된 부부 ‘바바라’와 ‘아담’이 자신들의 신혼집에 이사 온 ‘찰스’, ‘델리아’, 그리고 딸 ‘리디아’를 쫓아내기 위해 저세상 유령 가이드 ‘비틀쥬스’를 소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브로드웨이에서 사전 제작비 250억 원 가량을 들여 원작을 뮤지컬화해 2019년 초연했고, 같은 해 ‘토니 어워즈’ 8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비롯해 ‘외부비평가상’, ‘드라마 리그 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등 브로드웨이 3대 뮤지컬 시어터 어워즈를 수상했다.

 

이 작품의 가치를 CJ ENM이 일찌감치 캐치했다. 2003년 투자 방식으로 공연계에 발을 들인 CJ ENM은 단순 투자에서 자체 제작, 공동 프로듀싱을 통한 IP(지식재산권) 확보까지 사업 전략 범위를 넓혀왔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린 것. 대표적으로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서 공동 제작으로 참여하며 ‘킹키부츠’, ‘물랑루즈!’ 등의 국내 공연권을 확보했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사진=CJ ENM

비틀쥬스 또한 CJ ENM이 국내에 레플리카(오리지널 프로덕션을 그대로 재현한 공연) 라이선스(작품 판권을 수입해 제작) 뮤지컬로 들여와 2021년 첫선을 보였다.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웠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브로드웨이의 최신 화제작을 불과 2년 만에 국내에 선보이는 도전으로 주목받았다.

4년 만에 돌아온 이 작품은 CJ ENM의 공연 제작력을 여전히 보여준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비틀쥬스는 현대 기술이 집약된 모험적이고 트렌디한 작품”이라며 “줄거리, 캐릭터, 무대 구성 모두에서 ‘다름’을 추구하는 작품인 만큼 관객에게 그 다름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한국 프로덕션에서는 원작의 매력을 충실히 담아내면서도 한국 관객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새로운 해석과 창의적인 무대적 시도를 더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국화된 대사들과 캐릭터들의 재해석

본격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마련된 포토존. 뮤지컬 '비틀쥬스'의 세계관을 짐작케 한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는 본격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 로비부터 느껴진다. 벽면에 비틀쥬스 속 주요 공간과 캐릭터 등을 담은 영상을 투사하고, 다른 한켠엔 포토존을 설치해 공연 시작 전부터 비틀쥬스 세계관에 관객 또한 직접 들어선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

또 눈길을 끈 것은 다양한 관람객 층이다. 뮤지컬 공연엔 일반적으로 2030대 여성 관객층이 많은 편인데, 비틀쥬스 공연장엔 2030대를 비롯해 5060대 시니어, 그리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이는 기존 뮤지컬 팬층과 더불어 원작의 팀 버튼 세계관에 관심을 가진 관객층의 범위가 확대된 영향으로 보인다.

공연장 로비 한켠엔 포토존이 설치됐고, 벽면엔 뮤지컬 '비틀쥬스'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CJ ENM 관계자는 “비틀쥬스는 정말 유명하지만 원작 영화가 1988년에 나와서 일부 젊은 세대는 작품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영화의 후속작인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2024년 개봉하면서 전편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며 “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에 출연한 배우 위노나 라이더가 비틀쥬스 원작에 이어 후속작에도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의 진입 장벽이 더 낮아졌다. 초연과 비교해 더 높아진 관심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객들의 관심을 공연에 잡아두기 위해 비틀쥬스는 로컬라이징에 신경 썼다. 원작이 해외 작품이다 보니 대사를 그대로 들여오면 문화적 정서가 달라 이해의 포인트가 어긋날 때가 있다. 공연은 인기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 한국의 일상 문화를 반영한 대사로 관객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포인트를 맞췄다. 8세에서 14세로 최저 관람 연령을 높여 ‘매운맛’ 유머도 살렸다. 올해 공연에서 새롭게 각색가로 참여한 코미디언 이창호, 극 중 비틀쥬스로 열연하며 첫 코미디 연기에 도전한 배우 김준수 등을 비롯해 제작진의 아이디어가 똘똘 뭉친 결과다.

뮤지컬 '비틀쥬스' 속 주요 캐릭터들은 거대 인형(퍼펫)으로 등장한다. 사진=CJ ENM

예컨대 비틀쥬스가 바바라와 아담에게 무서운 유령으로서 사람들에게 겁을 줄 것을 조언하면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공연 인터미션 때 여자 화장실줄”, “저점 매수” 등을 답해 비틀쥬스의 한탄과 동시에 관객의 공감, 웃음을 자아낸다. 비틀쥬스가 퇴장할 때 외치는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대사 또한 대표적이다. 여기에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중고 거래 앱에서 착안한 멘트 등도 이어지는데 배우별로 다르게 표현하는 즉석 애드립도 웃음 포인트다.

아날로그적 연출은 공연의 매력을 배가한다. 특히 비틀쥬스에 등장하는 대표 괴물이라 하면 사막을 지배하는 모래 벌레, 일명 ‘왕뱀이’를 빼놓을 수 없는데 무대 위 거대 인형(퍼펫)으로 등장한다. 왕뱀이는 공연 시작 전 로비 영상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그렇기에 무대에 등장했을 때 주는 압도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여기에 머리가 주먹만 한 비틀쥬스의 부하 ‘슈링커’도 퍼펫으로 깜짝 등장해 원작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반가움을 준다. 이 퍼펫들을 통해 관객은 마치 4D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또한 받을 수 있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연출이 눈길을 끈다. 사진=CJ ENM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의 성격은 변화를 줬다. 원작에서도 가족의 사랑, 소통,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그보다는 괴기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각 캐릭터들의 입체적인 모습에 집중하는 측면이 강했다. 공연은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죽음에 매료된 소녀 리디아의 외로움을 더 부각하며 유대와 소통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그래서 원작보다 더 금쪽이스러워진(?) 리디아를 만날 수 있다. 원작에서 그렇게 비중이 크지 않았던 리디아의 아빠와 새엄마의 존재감도 더 커졌다.

특히 비틀쥬스는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이 지점은 원작의 거칠면서도 괴기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비틀쥬스 캐릭터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비틀쥬스를 처음 접했다면 더 반전 있는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비틀쥬스의 가족사도 이 중 하나다.

비틀쥬스의 부하 '슈링커'도 퍼펫으로 깜짝 등장해 원작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반가움을 준다. 사진=CJ ENM

화려한 조명과 특수효과, 때로는 거친 랩, 때로는 ‘Dead Mom(죽은 엄마)’, ‘Home(집)’ 등 인물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서정적인 선율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는 노래도 공연의 중심을 이룬다. 마치 콘서트장에 온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공연은 LG아트센터 LG SIGNATURE 홀에서 3월 22일까지 열린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관련태그
CJ ENM  비틀쥬스  LG아트센터  뮤지컬  공연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