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6.01.23 16:06:52
노화랑은 2026년 새해를 맞아 첫 전시로 조각가 김성복의 개인전 <그리움의 그림자>를 2026년 1월 22일부터 2월 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14회 한국 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기념전으로 조각 20점과 회화 80점이 출품된다.
노화랑에서 만난 김성복 작가는 “전체적인 주제는 그리움의 그림자입니다. 그림자와 그리움 그리고 그리움과 사랑 이야기를 담았고요. 조각에서 그리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 결국엔 그리움이 사랑에서 시작되는구나.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그리움은 슬픔을 이겨내고 극복하고 계속 그것을 살아가야 되는 삶의 몸짓이다.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라고 전시 주제와 제목에 대해 설명했다.
김성복 작가는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 조소과 석사를 졸업한 이후, 돌조각을 중심으로 한국 조각의 조형성과 물성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지금까지 18회의 개인전과 강원 트리엔날레를 비롯해 국내외 단체전 400여 회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교단에 서서 가르침의 길도 함께 걸어오고 있다.
김성복의 작품 세계는 조형에 대한 탐구와 물성에 대한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평단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다수의 권위 있는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공인 받아 왔으며 2023 제 22회 문신미술상 수상에 이어 2025년 제14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축적해온 조형적 탐구의 궤적 위에서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김성복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 그의 탁월한 작품성을 공인한 수상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이다.
작가의 작품은 민속과 신화에서 길어 올린 동화적 상상력에 작가 특유의 조형 언어와 결합되어 익살과 해학, 우화적 상징을 동반해 도깨비 방망이 형상의 꼬리를 한 해태와 같은 입체적 이미지로 구현되어 왔다.
또한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거대한 손과 발을 지닌 인물은 초인과도 같은 인상을 주지만 이 형상은 강인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완전한 초인이 아닌 불안을 내포한 인간의 모습이다. 김성복은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인간의 모습을 조형적으로 담아낸다.
작품의 손발이 유독 큰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제가 작품으로 만드는 사람은 이성적이고 지성적이고 생각하고 사유하는 인간이 아니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머리는 좀 작아지고 땅을 딛는, 무엇을 잡으려 하는 손발이 커지게 된 것 같아요. 무엇을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하고자 하는 인간상들을 표현하다 보니 왜곡되고 과장된 형태가 되었습니다.”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든 ‘사랑은 그리움을 남기고 떠나갔다’는 처음에는 두 사람을 한 덩어리로 만들었다가 다시 떼어놨다는데, 한 사람의 허리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다. 작가는 “둘이 안았던 흔적이 이렇게 상처로 남은 거죠. 그리움이라는 것은 저에게는 상처인 거 같아서, 이런 상처로 표현했습니다. 상처는 결국 그림자입니다”라고 독백하듯 말했다.
‘꿈수저’는 작가가 자신의 아들과 흑수저, 금수저 이야기를 하다가 떠오른 영감에 도깨비 방망이를 붙여 만들었다. 그런데 대형 수저를 만지면 움직인다. 작가는 갈대처럼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장에는 조각과 함께 초벌 그림인 에스키스 80점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머릿속에서 수많은 상상의 표상들을 2차원의 이미지로 스케치합니다 스케치에서 조금 더 진보된 확장된 것을 에스키스라고 하죠. 채색을 한 이유는 조각에서는 채색하기가 힘들어서 채색 조각을 많이 했는데 그 힘든 부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배경도 자유롭게 칠할 수 있는 것이 회화의 장점입니다. 전시된 에스키스들은 3년동안 그린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노화랑에서 선보이는 <그리움의 그림자>에서 화강암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재료로 한 조각들과 더불어 출품되는 회화 작품인 아크릴 페인팅 작품들은 색채를 매개로 조각 작품과는 또 다른 섬세한 감각과 정서를 담아내며, 작가의 조형적 세계를 한층 더 풍부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본 전시는 수십 년간 축적되어 온 작가의 사유와 미학을 조망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다. 관람객은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불안 속에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개인들의 모습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유독 스테인레스로 만든 작품이 많지만 작가가 제일 아끼는 소재는 역시 돌이다. 그는 젊은 시절 오랫동안 돌 조각을 공부했다. 작가는 한국 최고 원로 조각가 전뢰진 선생 밑에서 7년여간 조수로 일했다.
작가는 자신의 ‘돌 사랑에’ 대해 “돌 조각은 애초에 돌이 존재하고 그걸 깎아내는 작업을 한다면 스테인레스는 주물을 뜨는 겁니다. 만드는 방법이 다르고 반대의 프로세스를 거치는 거죠. 특히 한국은 화강석이 많아요. 석가탑, 다보탑 등이 모두 화강석입니다. 한국이 갖는 지역적 특성, 문화적 특성이 화강석에서 잘 발현되어 참 매력적이 소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김성복 작가의 삶과 예술은 그의 대표작 그대로다.
그는 철공소를 연상시키는 척박한 작업실에서 대리석, 화강암을 소재로 한 돌작업부터 청동을 이용한 브론즈는 물론 나무토막과 비닐, 아르곤 용접 등이 필요한 스테인레스 스틸 작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달려 왔다. 그리고 이를 통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커다란 발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를 비롯 ‘도깨비 뱅크’가 찍어냈다는 달러뭉치 조형물, "돈 나와라 뚝딱!"을 연상케 하는 도깨비방망이 모티브의 대형 숟가락 조형물 '꿈수저' 등을 잇달아 공개했다.
그는 진지하고 치열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 앞에 선 이들은 미소부터 지었다. 작품에 넘치는 해학과 풍자 때문이다.
작품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이들은 평론가들이었다. 그들은 김성복이 전뢰진(1929~)으로 대표되는 인체 구상 작품 뿐 아니라 김종영(1915~1982)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추상 조각과도 다른 자신만의 유니크하면서도 독보적인 세계를 개척했다고 입을 모았다.
미술평론가 이재언은 해태 같은 형상에 부릅뜬 방울눈과 도깨비방망이 꼬리를 한 상상 속 서수(瑞獸)를 표현한 '신화'에 대해 "민속에서 영감을 얻어 동화적 상상력과 조형적 서사를 조합해내는 데 발군의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는 지난 2015년 김성복을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미술부문' 수상자로 선정했고, 또 2025년에는 제14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도 수상했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심사위원단은 "김성복은 오랫동안 도깨비, 호랑이, 달리는 사람 등 고전에 뿌리박은 해학적이며 우화적인 조형세계로 우리 눈에 익숙한 작가"라며, "전통의 현대화라는 상투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학성과 우화성으로 잘 극복, 일관된 조형 세계를 이룩해 왔다"라고 선정 이유를 전했다.
미술 컬렉터들도 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2021년 코엑스에서 열린 조형아트서울에서는 3m 크기 조각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가 1억 1000만원에 거래돼 화제가 됐다.
김성복 작품의 매력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한번 더 되돌아보게 만드는 '반어법'적 수사를 통해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