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2026.04.10 15:43:59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를 뒤흔든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은 겉으로는 ‘가맹점주의 약속된 승리’로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법리의 안개를 걷어내고 실제 돈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이 전쟁의 승자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성공보수 청구권’이라는 안정적인 채권을 확보하는 쪽은 로펌이다. 가맹점주들이 마주하게 될 손익 구조를 수치로 들여다보면, 승소 판결문이 왜 보상이 아니라 또 다른 부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 그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 차액가맹금 판결 후 첫 번째 변수 ‘가맹본부의 변제 능력’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거둔 차액가맹금 분쟁의 첫 대법원 승소는 분명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판결문 뒤에 숨은 실제 회수 가능성까지 따져보면, 이를 곧바로 ‘가맹점주 승리’로 단정하기에는 다소 섣부를 수 있다.
가장 큰 변수는 판결금 변제 능력이다. 최대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판결금을 즉시 변제할 수 있는 가맹본부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판결금 규모가 가용 현금을 초과하면 가맹본부는 심각한 유동성 압박에 직면하게 되고, 기업회생이나 청산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한국피자헛 사례처럼 ‘영업양수도’ 방식의 매각이 이뤄질 경우, 브랜드와 영업권 등 핵심 사업 자산은 새로운 법인으로 이전되는 반면 기존 법인의 채무는 그대로 남게 된다.
이후 기존 법인이 채무 정리와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 영업을 통한 추가 변제 가능성은 사실상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가맹점주들이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판결금의 10% 안팎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차액가맹금 소송 수임 과정에서, 가맹본부의 재무 상태에 따라 실제 회수액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과 그와 별도로 성공보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구조적 리스크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별도 특약이 없는 일반 수임계약에서는 실제 회수액이 아니라 판결금 기준으로 성공보수가 산정되고, 실제 돈을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승소 판결 확정만으로 성공보수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로펌은 집단소송 형태의 차액가맹금 사건에서 착수금을 낮추거나 면제하는 대신, 성공보수 비중을 판결금의 최대 6.6%까지 높이는 조건을 제시해 의뢰인을 모집하고 있다. 당장의 소송 비용이 부담스러운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피자헛 사례에 이 같은 성공보수 구조를 대입해 보면 그 함정은 더욱 선명해진다.
피자헛 사건에서 가맹점주 1인당 확정된 평균 채권액은 약 2억3000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영업양수도 매각에 따른 예상 변제율 약 13%를 적용하면 실제 회수 가능 금액은 약 3000만원대로 급락한다.
이때 가맹점주가 성공보수를 ‘판결금의 6.6%’ 조건으로 계약했다면, 로펌에 지급해야 할 금액은 판결금 2억3000만원의 6.6%인 약 1500만 원이 된다. 결과적으로 가맹점주 수중에 남는 실질 보전액은 약 1500만원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심지어 지급 시점에 관한 사전 합의가 없다면, 가맹본부로부터 돈을 받기도 전에 성공보수 지급 압박에 먼저 직면할 수 있다. 가맹점주가 이러한 성공보수 리스크를 줄이려면 수임계약 단계에서 ‘성공보수 산정 기준’과 ‘지급 시점’을 별도의 특약으로 명확히 정해 둘 필요가 있다.
가장 핵심적인 조치는 계약 체결 시 성공보수 산정 기준을 ‘판결액’이 아니라 ‘최종 회수액’으로 정하고, 성공보수 지급 시점 역시 가맹본부가 판결금을 실제 지급한 이후로 제한하는 것이다.
성공보수 산정 기준과 지급 시점을 최종 회수 결과와 결부시킬 때에만, 로펌 역시 가맹본부의 재무 구조와 실질적 변제 능력을 의뢰인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검토할 유인이 커진다. 그렇지 않다면 승소 이후의 회수 리스크까지 충분히 고려할 동인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특약 없이 판결금 기준으로 성공보수를 정하는 수임계약 관행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가맹점주는 집행 불능이나 지급 지연 상황에서도 거액의 성공보수 부담을 먼저 떠안을 수 있다. 차액가맹금 승소 판결이 곧바로 경제적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청구를 막아낸 금액’에 붙는 2차 성공보수
로열티를 받지 않던 가맹본부가 반격에 나설 경우에는 상황이 한층 더 복잡해진다.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 수취의 정당성을 직접 입증해야 했던 본안 소송과 달리, 가맹본부가 개별 가맹점주를 상대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 이번에는 각 가맹점주가 사실관계와 법리를 스스로 준비해 개별적으로 맞서야 한다.
본안 소송의 위임계약서에 ‘반소 대응’이나 ‘관련 별소 대응’ 조항이 명시되지 않았다면, 기존 대리인이 후속 방어 분쟁까지 추가 비용 없이 당연히 맡아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그 결과 2차 분쟁이 시작되는 순간 가맹점주는 변호인을 따로 선임하고 착수금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성공보수 약정까지 더해지면, ‘소송에 걸렸지만 결국 지급하지 않게 된 금액’이 가맹점주의 경제적 이익으로 평가돼 그 금액에 비례한 2차 성공보수까지 추가로 떠안을 수 있다.
특히 2차 분쟁은 로열티 약정이 없는 상태에서 가맹본부에 사후적으로 상당한 대가를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새로운 법리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사건 난이도와 심급별로 착수금과 성공보수가 각각 따로 책정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차 분쟁의 총비용이 본안 소송비용을 넘어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더구나 현 단계에서 2차 분쟁에서의 가맹점주 승소를 쉽게 단정하기도 어렵다.
차액가맹금 관련 판례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만큼, 향후 2차 분쟁에서는 법원이 단순히 “로열티 약정이 없다”는 형식만 보지 않고, 실제로 가맹본부가 제공한 브랜드 사용·물류·영업지원의 경제적 가치를 근거로 사후적 정산 필요성을 인정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경우 가맹점주가 돌려받을 차액가맹금과 가맹본부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상당 부분 상계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개별 판결을 끝까지 받아내기보다 적정한 선에서 조기에 합의하는 편이 가맹점주에게는 더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차액가맹금 승소로 얻을 수 있는 최대 이익의 상한이 고정된 상황에서, 2차 분쟁이 상급심으로 이어질수록 추가로 부담해야 할 착수금과 성공보수는 누적되고, 그만큼 가맹점주의 최종 실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변호인과 의뢰인의 이해관계는 뚜렷하게 엇갈릴 수 있다.
2차 분쟁에서 전부 승소가 아니더라도 가맹본부 청구액을 일부 깎아내는 순간, ‘청구를 막아낸 금액’에 대한 성공보수가 책정된다. 여기에 심급이 올라갈 때마다 착수금까지 다시 붙으니, 분쟁이 길어질수록 가맹점주의 실익은 줄고 변호인 측 보수만 커지는 구조가 된다.
물론 변호인이 분쟁의 지속을 권하더라도, 의뢰인은 소 취하나 합의를 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일반적인 위임계약서에도 의뢰인의 소 취하나 상대방의 청구 포기, 상호 합의에 따른 종결까지도 ‘승소’로 간주하는 이른바 ‘승소간주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대한변호사협회 표준 사건위임계약서 역시 승소간주조항을 인정하고 있다.
승소간주조항이 포함된 상태에서 조기 화해나 소 취하로 사건이 종결되면, 가맹점주는 실익과 무관하게 청구금액 전체 또는 상당 부분을 기준으로 한 성공보수 분쟁에 직면할 수 있다.
◆ 후속분쟁 리스크는 왜 가맹점주 몫이 되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판결은 어디까지나 법률상 채권의 존재와 범위를 확인하는 절차일 뿐, 그 채권이 실제로 언제, 얼마만큼 회수될 수 있는지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1·2차 분쟁에서 가맹점주 측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그동안 관망하던 다른 가맹점주들까지 추가 소송에 합류할 유인은 더 커진다. 이는 가맹본부의 누적 반환채무가 단기간에 급격히 불어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중소형 가맹본부는 절대적인 유동성이 부족하고, 대형 가맹본부 역시 즉시 집행 가능한 현금은 제한된다. 그 결과 가맹점주는 모두 이기더라도 실제 회수는 지연되거나 축소되고, 그 사이 2차 분쟁의 소송비용부터 먼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단순히 “차액가맹금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가”에 있지 않다. 판결 이후 실제로 얼마를 회수할 수 있는지, 그리고 로펌 비용을 제외하고도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이 얼마나 남는 구조인지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가맹점주가 ‘허울뿐인 승소’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애초에 로펌이 차액가맹금 소송의 위험을 전체적으로 함께 부담하도록 위임계약 구조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차액가맹금 소송에 착수하기 전, 법률대리인과 체결하는 위임계약 단계에서 최소한 ‘반소 대응’과 ‘관련 별소 대응’ 포함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고, 별도의 특약을 통해 후속소송까지 포괄하는 비용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 미리 협의해 둘 필요가 있다.
예컨대 후속 분쟁 발생 시 착수금 산정 기준을 사전에 정해 두고, 후속 분쟁의 성공보수를 별도로 중첩 산정하기보다 본안 소송의 성공보수에 포함하거나 일정 한도 내에서 조정하도록 약정한다면 불필요한 소송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불가피하게 2차 분쟁의 변호인을 따로 선임해야 한다면, 각 심급별 착수금과 성공보수의 책정 기준 및 지급 시점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한 ‘승소간주조항’ 적용 범위를 사전에 점검하고, 소 취하나 합의 시 성공보수 지급액을 조정할 수 있는지도 미리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같은 사항을 정하지 않은 채 차액가맹금 소송이 진행될 경우, 가맹점주는 본안 판결 이후에도 추가 소송과 성공보수 분쟁이라는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그 순간 소송은 권리 구제 절차를 넘어, 가맹점주에게 새로운 비용과 채무를 발생시키는 실질적 위기로 바뀔 수 있다.
특히 변호인이 가맹점주에게 “후속 분쟁이 발생할 리 없다”, “후속 분쟁이 걸려도 절대 질 리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 역시 계약서 안에 함께 담겨 있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설명과 위험 고지 의무조차 다하지 않은 채 승소 가능성만 앞세워 의뢰인을 모으고, 정작 후속 분쟁이 현실화된 뒤에는 “계약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추가 비용과 소송 리스크를 모두 의뢰인에게 떠넘긴다면, 그것은 더 이상 약자를 위한 권리구제가 아니다.
경제적 리스크는 모두 가맹점주가 떠안고, 로펌은 단계마다 안정적인 보수만 확보하는 구조라면 차액가맹금 소송 수임 경쟁은 무책임한 비즈니스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말 최종 승리를 자신한다면, 그 확신은 말이 아니라 계약상 특약과 책임으로 증명돼야 한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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