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여성정책 4년 성적표는 여성계에서는 호주제 폐지·성매매방지법 제정 등 다양한 제도 도입으로 ‘여성 마인드’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괜찮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성 빈곤화 방지·성 평등 가족제도 등은 참여정부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는 <4대 비전, 20대 기본정책, 150대 핵심과제>를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이중 여성관련 공약은 12개 항목이었다. 여성경제활동참여, 저출산 및 보육, 인권 그리고 성 평등 분야에 대해 공약을 제시했던 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여성관련 공약을 총 42개의 공약으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는 8개의 핵심공약, 17개 중점공약, 17개 일반공약이다. 한편, 우리나라 여성들의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50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여성정책 분야는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분야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줌마가 키우는 아줌마 연대(아키아 연대)가 오즈마케팅에 의뢰하여 전국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여성유권자의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들은 정부정책에 대해 100점 만점에 평균 50점 미만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의 항목별 만족도에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만족도가 32.6점, 빈부격차해소가 35.9점을 받아 가장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보육 및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뒤를 이었다. 한편, 여성사회 진출지원에 대한 만족도는 56.1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고, 갈등극복에 대한 만족도는 46.7점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는 국가 정책으로는 경제가 28.1%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어 교육(19.8%), 부동산(17.3%), 복지(16.4%), 보육(6.8%), 여성정책(4.5%)의 순서로 나타났다. 반면 문화, 정치제도, 국방/외교는 관심이 낮은 분야로 나타났다. 17대 선거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를 어느 정도 고려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약간관심+매우관심+보통’의 비율이 73.6%로 ‘관심없다+전혀 관심없다’의 26.4%보다 높았다. 또한 ‘차기 정부가 여성들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묻는 질문에서도 일자리 창출 (24.5%), 보육 문제해결 (17.0%), 고령화/노인문제 (8.4%), 남녀평등/양성평등 (7.4%), 교육/공교육 개선 (5.2%), 성인권폭력매매 (4.7%)의 순으로 나타났다. 차기 대통령의 자질 항목의 중요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여성들은 대통령으로서 갖추어야할 자질로 ‘국정운영능력’과 ‘경제경영능력’을 ‘도덕성’보다 우선으로 꼽고 있으며, 양성평등의식을 7번째 중요자질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 친화적인 대통령 후보라고 생각하는 후보는 박근혜(36.0%), 이명박(28.5%), 정동영(4.1%), 손학규(3.7%), 한명숙(2.9%), 강금실(1.8%)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관련 정책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인 51.2%가 여성의 경제력 확보와 관련된 여성정책 즉, 여성일자리 창출(24.5%), 국민연금수급권(10.5%), 부부재산권(9.8%), 가사노동가치 인정(6.4%) 등의 항목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했다. 이외에도 성폭력·성매매·성인권문제 등이 13.2%, 보육분야가 12.8%, 고령화여성노인문제가 9.3%로 높은 관심 분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의 15~64세 연령대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OECD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53.9%로 나타났다. 이는 OECD 30개국 중 24위로 최하위 수준으로, 가장 큰 이유는 25~34세 사이의 여성들이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30대·직장여성들이 보육정책에 대해 가장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어 여성사회진출 확대와 보육정책 간 연관이 있음이 확인됐다. ■사회보장정책도 여전히 남성중심으로 이뤄져 ‘지난 4년, 여성은 행복했나’라는 주제로 4월 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한 이계경 의원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후보들이 여성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성정책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날들에 비하면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뛰어난 활약들에 대해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지만, 아직도 차별과 뛰어넘어야할 많은 장벽이 있다”며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느냐의 여부는 여성인재들의 사회활동 진출과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이는 자아실현만이 아닌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차기 정부에서는 좋은 일자리에서 여성들이 맘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교수(성신여대)는 이날 토론회에서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증진을 위해서는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와 빈곤의 여성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여성노동시장의 양적·질적 수준을 제고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년간 여성 임금근로자가 26.7% 증가했으며, 증가분의 86.1%가 임시 및 일용근로자로 구성됐다는 것은 여성노동 시장의 질적 향상에 대한 성과가 미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김 교수는 “국민연금 가입자 현황이 2006년에 따르면, 남자는 64.3%를 기록하고 있는데 반해, 여자는 35.7%에 머물렀다”며 “이는 여전히 남성주도적인 사회보장정책들이 실현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계경 의원은 “여성유권자들에게 어떤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며, 어떤 실천 가능한 약속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7가지 우먼액션 플랜을 발표했다. 이 의원은 △여성경제력 확보방안 마련 △돌봄노동의 사회화에 대한 비전-아이돌봄(보육), 노인돌봄 △여성인권-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아동성폭력·아동안전 등에 대한 비전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보 △가족문화권 확보에 대한 비전 △여성건강권 확보에 대한 비전 △성주류화 정책 확대 실시 등을 꼽았다. ■여성 관련분야에 적극적, 다양한 정책 필요 이 의원은 첫째, 여성경제력 확보를 위해서는 여성경제활동의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일자리를 창출하고, 차세대 여성 인적 자원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며, 보육과 육아에 대한 지원, 여성의 재취업과 비정규직화 문제 해결로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기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여성기업을 지원하고 주부가사노동의 경제적 평가를 통해 부부재산권 확보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둘째, 이 의원은 보육을 위해 공보육의 시스템을 확보하고 보육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며, 보육을 위한 안전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노인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 강화 방안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성인권 비전을 위해 이 의원은 “성폭력·가정폭력 등 여성인권 침해에 대한 방지 방안 뿐 아니라 아동성폭력 방지와 강력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의원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리직 여성공무원을 확대하고 할당제 등 여성임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생활정치 실현을 위해 여성의 지방의회진출 활성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 그는 지역구 여성공천 30% 의무화 등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그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 지원을 확대하고, 외국노동자·국제결혼이민자 가족·새터민 가족 등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과 여성건강권 확보를 위해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검진 시스템 확보도 등도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도 ‘여성의 눈으로 여성의제 설정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1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여성단체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여성분야 정책제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노회찬 의원은 ‘빈곤의 여성화 해소 정책’이 여성운동진영 내에서 주요 화두로 제시되고 있는 점에 대해 언급하고 “사회양극화와 경제위기, 그에 따른 가족해체는 노동 유연화와 성차별적 노동시장, 양육과 교육, 가사에 대한 사회적 지원부족, 사회보장제도의 성차별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의원은 또 “신자유주의 발전전략에 여성을 통합하기 위한 정책이 앞다투어 나오고 있는 과정에서 여성의 삶을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할 한미FTA, 여성고용차별을 더욱 고착화할 비정규악법 등 정작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전혀 성평등 관점에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 정부, 여성 소외계층 꼼꼼히 챙겨야 제도보다 현실 적용 가능성이 관건 일반적으로 현재 여성 가구주는 남성 가구주보다 빈곤에 처할 위험이 3배가량 높고, 여성 가구주 3명 중 1명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용불량·이혼 등의 이유로 급속히 증가한 20·30대 여성가장이 신(新)빈곤층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김안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우선 과제로 여성가장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이혼·사별 등의 사유로 배우자가 없는’ 여성 가구주에 한정된 직업훈련 대상자를 ‘남편의 장기실직’으로 확대해 실질적인 여성가장 역할을 하는 여성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육·의료·보건·복지 분야의 사회적 일자리를 빈곤여성을 위한 일자리로 제도화하고, NGO·기업·정부가 함께하는 수익형 사회적 일자리를 늘려 적정 임금과 안정적인 고용을 창출하는 ‘괜찮은 일자리’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70%가 여성이며, 여성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주요 원인은 여성 집중 직종의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이같은 성별 직업 분리 관행은 임금의 차별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동향분석팀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모든 기업에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 비정규직이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정규직 법안에서 거부된 조항이긴 하지만 남녀고용평등법 관련조항에서 여성 비정규직에게 확대 적용이 가능한지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권 팀장은 25~34세 여성의 출산·육아로 인한 노동시장 퇴장과 재진입시 경력 단절을 방지하고,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의 50%를 노동시장으로 재진입시킬 수 있다면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2005년 49.7%에서 약 53.1%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또 여성장애인의 경우, ‘여성’이면서 ‘장애인’이라는 이중적 지위로 훨씬 더 많은 차별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2000년 현재 남성장애인의 44%가 취업상태인 반면, 여성장애인은 19.7%에 불과하다. 직종도 대부분 농림어업이나 단순노무직, 서비스판매직에 종사하고 있다. 김미옥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직업훈련 대상자 발굴 과정에서 여성장애인을 우대하고, 장애유형별로 적합 직종 개발과 전문화된 직업훈련 프로그램 도입, 경제활동 중단을 방지하기 위한 평생교육시스템 개발 등을 과제로 제시한다.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특히 여성에게 있어 매우 불리한 여건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 빈곤 뿐 아니라 교육·문화적 인프라의 부족, 농사 외 일자리 부족, 출산과 양육 지원체제의 미비, 노인 돌봄체제 부족 등 여러 면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젊은층, 특히 젊은 여성들의 이탈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영석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은 ‘여성농업전문교육’ 실시와 ‘가정보육서비스’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농사의 대부분을 담당하면서도 보조적 위치에 그쳐 전문농업인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또 민간어린이집을 공공시설로 전환하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영유아를 위해 보육도우미와 가정보육교사를 파견하며,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농촌에서도 자녀양육이 가능하도록 지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대 여성정책 성과 및 과제 14대 ‘문민정부’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1993~1998년) 당시 대표적인 여성정책으로는 △성폭력특별법 제정 △여성발전기본법 제정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 도입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등을 들 수 있다. 문민정부는 이전 군사정권에서는 백지상태에 가까웠던 여성정책의 기본방향을 세우고, 여성 관련 법 제정과 개정에 적극적인 행보를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스스로 의지를 갖고 추진했다기보다는 유엔 차별철폐협약과 베이징 세계여성회의 행동강령 등 국내법을 정비해야 했던 국제적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5대 ‘국민의 정부’ 당시 김대중 대통령(1998~2003년)은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 설치 △남녀차별금지법 제정(직장 내 성희롱 조항 신설) △여성부 신설 등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여성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여성특위를 설치한 데 이어 여성부를 만들었고, 여성정책의 주류화를 위해 5개 부처에 여성정책담당관을 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여성정책 성과는 ‘돈 안들인 만큼의 성과’라는 비판도 있다. 16대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2003~2007년)은 △성매매방지법 제정 △민법 개정-호주제 폐지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 △성인지 예산제도 등 도입을 추진했다. 특히 호주제 폐지와 성매매방지법의 제정은 노무현 정부의 최고 업적이라 할 수 있다. ‘돈 안드는 여성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성인지 예산제도가 도입된 것도 성과다. 다만 보육 위주의 여성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여성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차별 개선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특히 참여정부는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에 대해 최하위점을 받고 있다. 여성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차별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여성 비정규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등 여성의 빈곤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평화·통일정책도 여성의 정책결정 참여 확대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편, 여성연합은 지난 2월22일 ‘참여정부 4년 여성정책 평가 및 정책제언 토론회’를 열고, 참여정부 양성평등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토대로 총 11개 항목의 18대 대선 성평등정책 공약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여성연합이 제시한 18대 대선 공약의 방향 내용으로는 △사회양극화 해소 및 빈곤의 여성화 방지 △일과 생활의 조화 △각 분야의 여성 대표성 제고 및 조직문화 개선 △맞춤형 여성인력 양성 및 양질의 여성 일자리 창출 △성평등하고 다양한 가족정책 수립 및 가족지원서비스 확충 △돌봄노동의 사회적 지원 강화 △교육·문화·미디어·사이버 분야의 성평등주의 주류화·일상화 △폭력 예방 시스템 구축 및 인권의식 확대 △지역 풀뿌리 여성공동체 확산 지원 △이주여성·장애여성·소수자 여성 등에 대한 인권보호 및 복지 지원 △성인지적 평화·통일·외교·국방정책 수립 등이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