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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북정책, 또 다른 ‘실패작’

핵 불능화 사실상 동결… 6자회담 추동력 유지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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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호 ⁄ 2007.07.03 10:27:24

‘2·13 합의’가 BDA 계좌이체 문제로 지연됨에 따라 미국 내 강경파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변화는 과장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데이빗 스트라우브(David Straub)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17일 뉴라이트 재단이 주최한 ‘2·13 합의 이후 한반도’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바뀐 것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 스트라우브,“부시, 북한에 대해 아는 것 없어” 독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스트라우브(David Straub)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증오하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트라우브 교수는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정책(CVID)’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자유주의연대의 신지호 대표가 미국의 대북정책이 기존의 핵무기 폐기를 논의하는 것보다 핵물질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 것. 이어 스트라우브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 클린턴 정부 당시 대북지원의 대가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 동결을 약속한 것에 대해 ‘바보같은 합의’로 규정짓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 당시 합의가 ‘동결’이었다는 점을 주시하며, 제네바합의를 싫어하기 때문에 2·13 합의에는 동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불능화를 고집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2·13 합의’에 명시된 불능화(dis-ablement)라는 개념은 사실상의 동결(freeze)에 다름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민주국가도 아니고 언제든지 약속한 말을 바꾸었다며 ‘2·13 합의’에서 6개국과의 약속에 서명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를 이행할 것이라고 확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변했다. 더욱이 스트라우브 교수는 최근 부시 대통령의 결정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의 보고에만 의지하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북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독설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나갔다. 경수로 같은 문제에 대해 모르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 권영세 “한나라당 대북정책 원칙 있다” 한편, 권영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최근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의 기조를 일부 수정하고 있다는 견해와 관련, 야당으로서는 정보접근에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권 최고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야당의 통일정책은 정부의 방향이 잘못되고 있을 때 비판하는 식으로 표출된다며 뚜렷하고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대북정책 기조라고 밝히고 있는 것은 ‘북핵불용’과 ‘인권문제’뿐인데 이는 열린우리당의 입장과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금 대북정책을 변화한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일시적인 카멜레온 전략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 공화당 강경파 목소리 커져 한편, 차두현 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은 ‘2·13 합의 이후 북핵 문제 해결: 쟁점과 전망’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북한이 핵 시설 폐쇄를 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앞으로 북한이 핵시설 신고 리스트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6자회담 참가국 사이의 시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견차에 따른 갈등이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북한은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굉장히 제한적인 리스트를 만들려고 할 것이고 이에 6자가 타협할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어 차 팀장은 “미국에서도 국내적으로 핵문제 해결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커지고 있는 미국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유력 언론에서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비롯한 협상파들의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BDA 계좌를 해제한 조치는 실수며, 부시 대통령은 BDA 해제조치를 맹비난하는 공화당 강경파들로부터의 공격이 더 쉬워졌다는 평가다. ■송민순, 날짜에 구애받지 말아야 또한 차 팀장은 ‘2·13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는 데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BDA 계좌이체 문제로 ‘2·13 합의’가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의 잘못이 없다거나, 북한에 대한 비판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13일 오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날짜에 구애받지 말고 안정적으로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송 장관은 2·13 합의의 추동력이 떨어지지 않는 범위에서 초기조치가 이행되어야 하며, 6월까지는 6자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북핵문제가 물리적인 60일 시한은 넘겼지만 ‘2·13합의’의 궤도를 이탈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6자회담의 추동력을 잃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현 시점의 최대 관건임을 내비쳤다. 이는 최근 미군 유해 송환을 문제로 빅터 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일본담당 보좌관과 함께 방북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번주 초 영변 핵시설을 가동중단하고 IAEA 사찰단 입국을 허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신이 방북했을 당시 북한은 핵 폐쇄조치를 이행하겠다고 자신과 약속했으며, 북한 지도부는 이미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빅터 차 보좌관도 방북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김 부상은 빅터 차 보좌관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BDA 자금을 손에 넣는 대로 IAEA 사찰단을 초청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BDA 해결 임박 이에 앞서 북한은 ‘2·13 합의’ 완료 시점인 14일 하루 전에 공식성명을 통해 “2·13합의를 이행하려는 우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고 제재 해제가 현실로 증명되었을 때 우리도 행동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핵문제에 정통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조건을 달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긍정적”이라며 나쁜 뉴스 같지는 않지만 기다려 보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국 외교부도 17일 오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자금 인출 문제와 관련, 현재 당사자들 간의 의견이 거의 접근해 곧 해결될 것이라고 밝혀 2·13 합의 이행이 임박해 있음을 시사했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마카오, 북한 등 당사자들의 입장이 현재 끊임없이 접근하고 있다”며 “문제가 곧 해결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BDA 자금해제를 확인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금은 차분함을 잃지 말고 조심스럽게 관망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재무부의 BDA 계좌해제 발표 이후에 한·미·중 간에 상당한 인식의 공감대가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시기적으로도 13일 북한이 공식입장을 발표한 것을 비춰볼 때 15일이 태양절이라고 불리는 95번째 김일성 생일 축전을 치러야 했다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영변 원자로 주변에 핵시설 폐쇄를 준비하는 작업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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