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로 나선다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비교되고 싶지 않다” ‘대동강에서 용이 나온다’ 한명숙 전 총리가 노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돌아온후 곧바로 대권행보에 나섰다. 한 전 총리는 최근 국회 맞은편 금산빌딩에 사무실을 내고 대선 동선을 그리고 있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상원의원이 대권물망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진행되고 있는 프랑스 대선에서 루아얄 사회당 당수가 결선투표를 벌이고 있어 한국에도 여성대통령의 탄생에 부정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범여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한 전 총리를 대권후보군으로 마음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한명숙 대선후보 선택은 그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 간의 소원한 관계를 회복하는 통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여성 중에서 한명숙 전 총리와 추미애 전 의원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 ■DJ·盧, 한명숙 대권후보‘찜’? 특히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독재정권때 한 전 총리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교수와 함께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면서 故이태영 여사 등과 함께 한 전 총리와의 동지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그를 장관에까지 기용했다. 한 전 총리는 민주운동가 답지 않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에 다가 총리시절 북핵문제·조류독감·한미FTA협상 등 굵직한 현안을 다룬 여성으로서, 역대 총리보다 최고의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거의 표정이 없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갑고 냉혹한 표정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한 전 총리는 최근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은 여성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적절한 시점에 대권도전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책은 상당 부분 준비돼 있으며 정리가 되는 대로 선보이겠다”면서 “대권주자로 나선다면 박근혜 전 대표와 비교되고 싶지 않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성공회대 교수인 박성준 씨를 남편으로 두고 있는 한 전 총리는 특히 박 전 대표와 비교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는 박성준 교수가 지난 68년 통혁당 사건으로 13년간 복역을 치르면서 한 전 총리는 내조자에서 재야인사로 변신을 시도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가 범여권후보로 나서고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로 선정되면, 대선에서는 ‘독재자의 딸’ ‘반독재’라는 슬로건을 놓고 치열한 선거전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경선 흥행용 카드 아니다” 그래서 한 전 총리는 박 전 대표에 대해 “살아온 인생을 보면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면서 “거꾸로 되돌리는 퇴행의 역사가 아니라 남북통합을 통한 선진적 대통합의 비전으로 국민에게 선택받는 독립변수로 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들은 아직 배고프다”며 “이제 여성들은 역사의 뒤안길에 서서 관객으로 바라보고 돕는 일뿐만 아니라 주인으로 서서 배고픈 역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결의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또 “민주평화개혁 세력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흐름을 막아야 한다. 통합신당은 ‘평화의 정당’, 정책수용자들과 만들어가는 ‘선진 거버넌스’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지난 3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총리는 대선후보라기보다는 여권의 경선 흥행카드 아니냐’라는 정치권 일각의 시각에 대해 “정치인이 목표를 흥행카드에 두는 사람은 없으며 저는 목표를 그렇게 두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한 뒤 “어떤 역할을 하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의도에) 사무실을 하나 마련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지금이 여성대통령이 나올 적기”라고 지적하고 “머지않아 제 결심을 국민에게 밝힐 기회가 올 것이며 그럴 경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또한 최근 정치권 전반에서 한미FTA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한미FTA 체결은 위험한 기회”라며 “위험하다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면 기회를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FTA는 너무 과도한 이념적 접근을 해서는 안 되며 실사구시적으로, 그리고 경제협상론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 부분만 보고 반대를 하면 전체를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한 전 총리는 “현 시점에서 성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추진 시행과정에서 일시적인 혼란이 있었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일부 과오를 시인했다. 그는 “작년 후반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값이 폭등했는데 그 원인을 서너 가지 짚어보면, 우선은 잠재적인 투기 수요, 유동성 자금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고, 또 판교와 은평뉴타운 분양에서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높게 형성돼 부동산 시장에 심리적 요인을 줬으며 주택자금이 다소 방만하게 대출됐다”며 “적기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는데 이런 점들이 폭등하게 된 이유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사립대학 등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는 대입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정책’에 대해 한 전 총리는, “우리나라가 정보화·지식기반 사회에 들어서면서 우리 교육이 그런 지식기반 사회의 내용과 틀을 담아내기에 부족했고 전체적으로 공교육의 질 저하가 초래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공교육의 질을 지식정보 사회에서 담아내는 그릇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대학도 3불정책을 폐지하라고 하는 것보다는 평범한 학생을 받아서 우수한 인재를 만들고 쓰임새 있는 인재를 만들어 내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3불정책의 둑을 허물면 엄청난 교육의 양극화가 찾아올 수 있다”고 ‘3불정책 폐기’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 “박근혜 대항마 아닌 독립인으로서 도전하고 싶다” 같은 여성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 한 전 총리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나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 거론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내가 (대선) 도전을 하게 된다면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의 도전이 아니고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독립인으로서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을 아주 성공적으로 이끈 여성 리더라고 평가한다”면서도 “나하고는 역사적 경험이 다르고, 시대정신을 읽는 지향점은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3월1일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글을 통해 “한명숙 총리가 3월 초 대선전에 뛰어들면 대선판을 1차적으로 붐업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이자 대선 빅리그 태동의 시발점”이라고 밝혔다. 민 의원은 이날 “한 총리는 화합과 통합의 이미지라는 장점을 가졌다”며, “한 총리가 스타트를 잘한다면 우리 진영 모두에 축복”이라는 글을 남기며, ‘한명숙 띄우기’에 나선 것. 또 민 의원은 “한나라당의 대선리그는 오래되고 낡은 리그인 반면 한 총리는 정체된 우리의 판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며 “한 총리가 어떻게 판을 요동치게 하느냐에 따라 결선에 오를 수도, 페이스메이커에 그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정치를 하고, 이명박 전 시장은 토목주의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하지만 한 총리는 화합과 통합의 이미지라는 장점과 덕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 김혁규 의원은 리스타트가 필요하고,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강금실 전 장관, 박원순 변호사가 합류하는 빅리그 출범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 시점에서의 한 총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월6일 임시국회가 끝나는대로 당에 복귀할 한명숙 국무총리 또한 전과 달리 ‘대선 후보론’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총리 측근 또한 “한 총리가 최근 당이 어려운 때에 한 사람이라도 적극 돕고 나서야 한다고 밝힌 만큼 당에 복귀하면 그 말씀에 걸맞은 상황인식과 각오로 임하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