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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 열린우리당, 발목 잡는 정동영·김근태

‘5월 중 탈당’, ‘당내 경선 불출마’ 선언…찻잔 속의 태풍 될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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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호 ⁄ 2007.07.03 09:42:30

열린우리당의 와해가 사실상 시작됐다. 열린우리당 내의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들인 김근태 전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5월 중 탈당’을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세균 당 의장은 여전히 ‘대선 후보 중심 통합론’을 고수하고 있고, 장영달 원내대표는 “탈당은 당의 노선이나 정책에 대해 당이 변했거나 본인이 변했을 때 떠나는 것”이라며 “당의 정책이 있는데 이해관계가 맞지 않다고 탈당을 밥 먹듯이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탈당 의사를 내비친 정 전 의장과 김 전 의장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통합’의 구심력을 잃어버린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당내 양대 계파의 수장이기도 한 두 사람이 탈당을 결행할 경우 최소 30명 이상의 의원들이 집단으로 탈당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어 현재 108석인 열린우리당은 친노 그룹과 중도그룹, 그리고 비례대표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70석 안팎의 정당으로 축소될 수도 있어 보인다. ■ 정동영, “노 대통령은 나에게도 비판할 것” 정 전 의장은 2일 “십자가 지는 것을 피하지 않겠다”며 “이달이 가기 전에 결심할 것이고, 열린우리당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탈당’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정 전 의장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유불리가 있겠나. 한나라당은 좋아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그는 “범여권의 싹을 잘라버린 거니까. 상황은 좀 더 간명해졌다”며 “이제 당 바깥만 쳐다볼 때는 아닌 것 같다.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이 탈당의 직접적인 이유로 든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는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사수론자지만 나는 아니다”며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정 전 의장은 이어 “열린우리당 해체는 불가능하다”며 “대통령이 당 해체를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또한 “당에 사수세력이 있다”며 “통합을 위해 분화가 불가피하다. 5월은 정치권 전체에 빅뱅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간 범여권 내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손꼽히던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강력히 비판했던 사실을 중시했다. 노 대통령은 고 전 총리에 대해서는 “실패한 인사”라고 비판했었고, 정 전 총장에 대해서는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를 잘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은 대단한 전략가”라면서 “대통령이 그런 언급을 그냥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느 시점에선 나한테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 이른바 ‘친노 그룹’에 대해서도 정 전 의장은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그는 “누구를 배제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정치란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권 핵심에 이런 생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정책이 옳았다는 긍정부터 해야 한다”는 최근 한명숙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도 정 전 의장은, “권력에서 제일 나쁜 건 ‘예스 맨’이다. 역사가 증명한다”고 한 전 총리를 비난했다. 그는 “모든 일엔 공과가 있다”며 “나는 노 대통령의 대연정론, 대북 송금 특검, 코드인사를 막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하고 후회한다”고 노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판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서도 정 전 의장은 “민심은 정확하다. 그러나 정동영 정치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나는 대학 시절 평화시장에서 옷 만들어가며 공부한 월급쟁이 출신”이라면서 “서민의 삶을 살았던 것이 경쟁력이다. 큰 무대가 만들어지면 지금 같은 민망한 지지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3일에는 “탈당은 통합으로 가는 절차적 의미”라고 부연하고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5월 말 이전에 통합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정치적 해산을 선언하는 것도 질서 있게 하는 한 방법일 수 있다”며 “이날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나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지난 1일에는 독자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김한길 의원을 만난데 이어, 2일에는 민생정치모임을 이끌고 있는 천정배 의원을 만났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의 회동도 추진하는 등 정치권 및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활발하게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의장의 한 측근은 “탈당을 한 뒤에 통합신당모임에 갈 것인 지, 아니면 제 3지대에서 통합운동을 할 것인 지에 대해서는 시계제로 상태지만, 어쨌든 기득권을 버린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 “우리당 경선 리그는 의미 없다”는 김근태 정 전 의장의 강경한 입장에 김근태 전 의장 역시 동조하고 나섰다. 김 전 의장은 3일, “열린우리당의 경선리그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참여를 하지 않을 것이며, 열린우리당은 하루 빨리 해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열린우리당을 계속 사수하려는 세력이 있어 해체가 힘들어질 경우 모종의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당 해체가 불가능할 경우 탈당할 것임을 나타냈다. 김 전 의장은 또 “이번 5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은 없고, 이달 내 상황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의장은 “이른 시일 안에 범여권의 예비후보들과 회동을 갖고 통합의 물꼬를 터나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의 이러한 입장과 관련해 이인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같은 날 “우선 진보적 민주개혁세력들을 세력화하면서 대통합을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는 생각”이라며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즉, ‘선(先) 진보진영 세력화 - 후(後) 탈당 결행 수순’을 고려중이라는 말이다. ■ 단호한 우리당 지도부, “당 모함해 자기 살길 찾는 사람은 떠나는 게 낫다”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의장의 탈당 시사 발언이 알려진 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말 그대로 ‘격앙’된 분위기다. 3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단 회의는 전날 탈당을 시사한 정 전 의장에 대한 성토대회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의 정강정책이 그대로 있는데 본인도 변하지 않고, 이해관계가 안 맞다고 탈당을 밥 먹듯이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정 전 의장을 비난했다. 장 원내대표는 “노선이나 정책에 대해 당이 변했거나 본인이 변했을 때 당을 떠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도저히 우리당에 몸담고 있을 자신이 없다거나 해당 발언을 할 수밖에 없다거나 당을 모함해서 자기의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사람은 당을 떠나는 게 낫다”고 정 전 의장을 성토했다. 정세균 당 의장 역시 “5월을 비장한 심정으로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정 의장은 “통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 우려 이런 것들이 적정수준일 때는 약이 될 수 있겠지만, 너무 지나치면 이것은 걱정이나 뭔가를 잘 되게 하기위한 약이 안 될 수도 있다”며 “통합작업을 추진한 당사자들에게는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비수와 같은 것이 될 수도 있고, 통합을 기대하는 당원 동지나 국민들께는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통합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에 대한 불신을 키워주고, 본인에게도 득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한 마디, 한 마디를 진중하게 해주셔야 되겠다는 부탁을 드린다”며 “정치적인 이해관계는 좀 접어두고 대통합의 큰 뜻을 위해서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주어야 되겠다고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 통합을 위한 마지막 노력의 시간에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주시고 동참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김동철 의원 역시 전날 정 전 의장의 노무현 대통령 관련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말 한 마디 해 가지고서 어떤 주자가 중간에 낙마를 하거나 했다면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문제가 아니고 그 사람 스스로가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며 “그런 점에서 대통령 때문에 주자들이 그만뒀다고 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가 없다”고 정 전 의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공박했다. 김 의원은 “아직도 당내에서 해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대통합을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며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는 국민들이 알고 있기에 통합반대론자로 비쳐지고 있지만, 그분은 적극적인 대통합에 찬성론자이다. 그런 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당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분오열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합주의자인 박상천 대표까지도 열린우리당을 흔들면 완전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우리 스스로 심어주고 있다. 그것은 입장을 바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3개월이 지났지만, 대통합을 얘기하면서 열린우리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개별적인 언행들이 잘못으로 인해서 대통합이 지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도부를 비판하기 전에 그런 분들의 언행부터 조심해야 된다”고 비판했다.

정 전 의장의 노 대통령 비판에 대해 옹호하는 주장도 나왔다. 주장의 주인공은 문학진 의원. 문 의원은 “대통령이 꼭 영화 람보 주인공 같다는 그런 느낌을 짙게 받았다. 람보가 영화 속에서 밀림에서 기관총을 어깨에 메고 전 방위로 난사하는 모습을 즉각적으로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과연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범여권의 예비주자들을 거의 지칭하는 듯한 표현으로 한사람, 한사람 집어내듯이 비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문 의원은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 실패한 인사였다고 직격탄을 날려서 고건 전 총리가 얼마 후에 낙마, 불출마선언을 했고 정운찬 전 총장이 불출마선언을 했는데 정 전 총장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얼마 전에 경제학을 했다고 해서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다 하는 표현을 직설적으로 한 바가 있다”며 “시중에는 고건에 이어서 정운찬 불출마를 했는데, 이런 것들이 대통령이 상당한, 일정한 목표와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내리쳐서 낙마하게끔 한 게 아닌가하는 썩 질이 좋지 않은 음모론 비슷한 것들이 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꼭 논에서 피를 하나, 하나씩 뽑아내는 듯한 이런 아주 단계적이고 계획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어 “대통령 직위를 이용한 심대한 반칙행위”라며 “고건·정운찬 그 다음은 또 누구냐. 논에서 꼭 피처럼 뽑혀 나갈 그 다음 예비주자는 누구냐. 이런 얘기들을 지금 정치권 안팎에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이러한 일련의 발언들이 2월 14일 전당대회에서 결의한 열린우리당 해소를 통한 대통합신당 창당 전당대회 결의사항에 대한 전면적이고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당적이 없는 대통령이 과연 지금 열린우리당과 그 밖의 제 정파들이 추진하고 있는 대통합에 대해서 이런 식의 일련의 발언을 하는 것이 과연 당적이 없는 대통령이 취할 태도인가. 저는 매우 적절치 못한 언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께서 이렇게 하는 것은 열린우리당을 사수하면서 대통령의 입맛에 맞고 노선에 맞는 그런 후보를 만들어내기 위한 일련의 발언들이 아니냐”고 따졌다. ■ ‘쓰나미’가 될까, ‘찻잔 속의 태풍’이 될까 그렇다면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의장의 탈당 시사가 현실화 될 경우, 열린우리당 등 이른바 ‘범여권’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결론만 놓고 본다면, 이들의 탈당은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부 변수가 너무 큰 탓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3일 “아무리 해도 김근태·정동영의 움직임은 ‘찻잔 속의 태풍’”이라며 “지금은 외부 변수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이 탈당했을 때 손학규 전 지사가 환영하며 ‘대통합 신당 논의를 위한 테이블을 만들자’고 나오지 않으면 하다못해 민주당이 만나주겠느냐”며 “손 전 지사가 광주나 북한 방문 등 속도감을 내고 있지만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무대를 만들어야 하는 김근태·정동영 입장에서 손학규 전 지사 카드에 올인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 전 의장이 탈당을 통해 손 전 지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올인’하겠다는 뜻”이라면서도 “탈당 후에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는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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