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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의 대가로 받은 훈장, “못돌려주겠다”는 전두환·노태우

경남 합천군은 ‘일해공원’ 명칭 공식 사용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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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호 ⁄ 2007.07.03 09:31:00

‘5·18 광주민중항쟁’ 기념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남·광주를 비롯한 전국에 추모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진압 작전에 참여해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서훈이 취소된 이후에도 ‘버티기’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5월 9일 행정자치부가 이인영 열린우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5·18 관련자를 포함한 176명에 대해 서훈을 취소한 후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훈장을 반납한 사람은 9명에 불과했다. 서훈 취소 대상자 중 84명은 “증서와 훈장을 잃어버려 반환할 수 없다”는 취지의 미반납 사유서를 제출했다. 나머지 83명(추서자·사망자 31명 포함)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와 관련해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훈장 반환을 통보한 뒤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훈장 반환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5·18’ 관련 서훈 취소자 중 중사 출신 1명만 훈장 반납 특히 12·12 쿠테타와 5·18 진압에 공이 있다는 이유로 훈장을 받았다가 서훈이 취소된 83명 중, 훈장 반납자는 3명에 불과했고 이 중 한 명은 훈장 5개 중 1개만을 반납했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규정에 의해 서훈이 취소된 67명 중 80년 당시 제11특전여단 중사를 지낸 조진수 씨만 유일하게 인헌무공훈장을 반납했다. 조 씨 외에도 김철우·이양호 씨 등 6명도 지난해 4월과 5월 훈장을 반납했다. 이들은 형법 등에 의해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아 서훈이 취소됐었다. 준사관 급 서훈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장성급들은 대부분 훈장을 반납하지 않았다. 12·12와 5·18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은 태극무공훈장과 건국훈장대한민국장 등 9개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을지무공훈장과 청조근정훈장 등 11개의 훈장을 반납해야 한다. 또 정호용 7개·황영시 11개·이학봉 6개·주영복 8개·허화평 5개 등의 훈장을 반납해야 하지만 이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5공화국 당시 공수여단장을 거쳐 안전기획부장(현 국정원장)을 역임한 장세동 씨의 경우 보국훈장통일장과 청조근정훈장 등 6개의 훈장을 지난해 4월 반납했다. 하지만 공수여단장과 총무처 장관을 지낸 장기오 씨는 청조근정훈장과 충무무공훈장 등 5개를 반납해야 하지만 보국훈장국선장만 반납했다. 행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훈장 반환통지서를 보냈지만 83명이 훈장 반납을 거부하며 미반납 사유서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행자부는 “서훈 취소자들이 훈장 반납을 거부하며 버티는데도 불구하고 행자부가 강제 반환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상훈법 등 관련 현행 법의 한계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서훈 박탈자에 대해 훈장을 환수하도록 돼 있지만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반환을 강제할 수 있는 법 규정이 없다”는 게 행자부의 고민이다. 또 ‘행정 대집행’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행정 대집행’의 경우 “대집행 이외에 다른 수단이 없거나 대집행을 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공익에 현저하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할 수 있다”고 행자부는 밝히고 있다. 결국 서훈 취소자들이 이러한 현실적 법률 한계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 행자부가 사실상 훈장 반납 방치 행자부는 지난해 “서훈 박탈자에 대한 훈장 반환 관련 규정을 완화하거나 행정소송을 검토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행정소송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는 당시 내놓은 ‘미반환 서훈에 대한 박탈 추진 계획’에 대해 관련 자료에서, “훈장의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서훈 취소와 함께 훈기부상에서 훈장 수여 사실이 삭제된다”며 “취소자 전원에 서훈 취소 사실 통보와 반환 공문도 발송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행자부 상훈팀 한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에 “강제 반환할 법 규정이 없다”면서 “두 차례 반환 통보를 보냈고 할 것은 다 했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한 것 같은데 계획에 대해서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미납사유서를 제출한 84명의 신상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이인영 의원은 “행자부가 사실상 훈장 반납을 방치한 것”이라며 “행자부의 추가적인 계획에 대해서 질의서를 보내고 조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5·18유족회 정수만 회장도 “내란 목적으로 살인을 한 사람들이 정부의 훈장 반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이들이 오만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행자부도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회장은 “당연히 반납해야 할 것을 미온적으로 미루고 안하고 있으니까 역사가 자꾸 뒤틀린다”며 “일해공원을 추진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 아니냐”고 주장했다. ■ 합천군, ‘일해공원’서 ‘어린이 대잔치’ 행사 한편 경남 합천군은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붙인 이른바 ‘일해공원’의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천군(군수 심의조·한나라당 소속)은 지난해 12월 새마을지도자와 마을 이장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뒤, 올해 1월 29일 군정조정위원회를 열어 ‘새천년 생명의 숲’의 명칭을 ‘일해공원’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었다.

그 뒤 경남과 전국 단위의 반대단체가 결성됐고, 합천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중앙당과 경남도당에 대한 항의방문과 집회가 열렸다. 반대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합천지역 단체들이 ‘일해공원’ 지지 집회를 열기도 했다. 네티즌들도 합천군청 홈페이지가 한때 접속 장애를 보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참 동안 합천군청 홈페이지에는 ‘일해공원’과 관련한 글들이 계속 올라왔으나 최근에는 뜸하다. 그러던 합천군이 최근 들어 ‘일해공원’이라는 명칭을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합천군은 5월 5일 ‘어린이 대잔치’ 행사를 ‘새 천년 생명의 숲’에서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합천군은 이 행사를 알리면서 현수막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장소를 ‘일해공원 야외공연장’이라고 표현했다. 합천군청이 ‘일해공원’을 공식적으로 표현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합천군청은 ‘새천년 생명의 숲’에 있는 안내판은 아직 바꾸지 않고 있다. ‘일해공원’ 명칭 변경 실무를 맡았던 합천군청 기획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안내판 교체는 다른 부서 담당인데, 아직 교체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합천지역 한 인사는 “합천군이 ‘일해공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현수막과 공문 등에서 먼저 명칭을 사용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안내판도 교체할 것 같다”면서 “당장에 할 경우 반대 측의 훼손 등을 우려해 곧바로 교체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두환(일해) 공원 반대 전국대책위’와 ‘'전두환(일해) 공원 반대 경남대책위’, 그리고 ‘새 천년 생명의 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 등의 반대 단체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 경남대책위 관계자는 “지난 1~2월 사이 반대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직 성과를 얻지 못했다”면서 “당장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여, 적절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천군민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도 “올해 5·18 기념행사를 합천에서 여는 방안을 한때 논의했는데 지금은 폐기됐다”면서 “구체적인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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