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가 탕평으로 이전하는 동시에 삼성은 무너질 것이다. 우선 이유는 간단하다. 더이상 판로가 없기 때문이다. 램의 경우 이미 한계에 봉착했고 플래시메모리도 용량에서는 한계에 도달했다. 남은 것은 빠른 시기 안에 더 큰 용량의 플래시메모리 개발에 성공해야 하는데, 딱 한사이클만 놓쳐도 무너지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결국 한발을 앞서가는 기업은 막대한 부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지만 한발 늦은 기업은 반대로 치열한 경쟁속에 제대로된 이윤창출이 불가능한 것이다. 소니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뒤처진 것도 결과적으로 보면 삼성에 2년 뒤처진 것이 원인이다. 투자의 결정시기가 늦었고 삼성이 탕평으로 간다는 것은 그만큼 쓸데없는데 시간을 낭비한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온라인상 어느 네티즌이 올린 글) 이번 법원에서 내린 삼성에버랜드의 편법상속 판결을 놓고 삼성그룹 문화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삼성그룹은 창의력을 말살하는 기업 문화에다가 노조가 없는 희한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다가 최고의 인재가 다모여 있다는 자만감이 팽배하고 일류와 경쟁만을 외치는 허접한 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 삼성그룹 기업문화, 1인 위한 문화뿐 일부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짖으면 재계가 따라 짖는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샌드위치론’ 맞다. 그러나 노블레스 모블리즈가 중요하다. 이것을 지키지 못하는 기업가는 샌드위치론을 아무리 강조한다고 한들 사회에 먹혀들지 않는다. 지금 이건희 회장의 주변을 되돌아보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편법상속을 거침없이 한데 이어 귀중한 딸의 죽음들이 이어진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노블레스 오블리즈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고 이병철 회장은 생전 시 매년 연말·연초에 일본에 건너가 사업구상을 했다. 자신의 부가 그곳에서 나왔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삼성은 일본의 기업 문화를 보고 배운 것만은 틀림없다. 스타일이 얼마나 흡사하기에 미국 대학생 절반 이상이 삼성을 일본회사로 알 정도인가와 워낙에 미국 애들의 무관심이 합쳐진 일이다. 사업구상과 영역뿐 아니라 사원교육까지도 일본을 그대로 따라 했다. 삼성의 신입사원교육은 유명하다. 교육프로그램의 핵심은 ‘개인의 가치 해체’며 이를 ‘집단화 과정’으로 삼는다. 그래야 인간이 기업의 한 부품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대출신들이 가장 꺼리는 기업이 삼성으로 삼성 계열사의 총 임원수 1048명 중 서울대출신은 287명에 불과한데, 이는 경직된 기업문화가 창의력을 말살하기 때문이다. ■ 삼성, 유독 노조가 없다 일본은 체질적으로 산업화 시대에 가장 효율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그들의 일사불란함의 질서를 늘 동경해온 이병철 회장은 노조란 혼란을 야기시키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절대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세계 일류를 자부하는 거대 기업이 노조가 없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고 그만큼 폐쇄적인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법인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데도 구멍가게처럼 당당하게 운영하는 대한민국 기업 문화는 초일류 기업이라고 자랑하는 삼성과 현대에서 나온 것이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노조발생을 탄압하는 데 들인 노력과 비용이 노조와 협상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공을 들였다. 삼성그룹에는 언젠가는 노조가 생길 것이고, 노조 협상의 노하우가 전혀 없는 삼성으로서는 미래 경영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정권 인수위원 명단이 발표되었을 때 이들 중에 삼성그룹에서 통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절망’이 아닐 수 없었다고 표현했다. 이는 노 정권과는 같이 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삼성, 정권과 야합에 길들여진 기업근성 대통령 탄핵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몰라도 어서 끌어내리기를 숨죽여 지켜보았을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 국가 기간산업을 하면서 국가 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하여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라, 반칙과 몰상식한 야합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후진국일수록 기업과 정권은 야합이 판을 치게 되어있다. 이런 야합으로 대기업은 점점 커졌지만, 그럴수록 대한민국은 계속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어야 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투기와 반칙을 허용하지 않아야 기술개발과 진정한 투자가 이루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훨씬 쉽고 확실한 투기와 반칙을 통해서 부를 쌓으려고 한다. 삼성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은 오래 동안 반칙을 즐겨서 중독되었다. 1987년 11월19일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후 바로 다음 달인 12월1일 삼성을 승계한 이건희 회장에게 1986~1991년까지 삼성물산회장으로 있었던 신현확은 정권과의 연결에서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우연이겠지만 이병철 회장의 탁월한 선택에 놀라울 따름이다. 위로는 국가의 최고위 정책과정부터 아래 하부 정부조직까지 전방위 유착을 일삼아 오면 우선 좋기는 하지만 시장경쟁의 원리를 무시하는 것이고 이는 진정한 경쟁력이 아니다. 유독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들이 다 그 야합을 숨기기 위함이다. 참여정부 내내 정권과 야합이 없었던 삼성은 불법을 저지르고 8천억을 토해낸다고 하면서 감옥행을 막으려고 했다. -김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