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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 롯데호텔 룸메이드

간접고용과 여성차별로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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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호 ⁄ 2007.07.02 14:09:16

호텔업계에서 비용절감과 기업 이익 극대화를 위한 ‘아웃소싱(outsourcing)이 대세론이 된 지 오래다. 공공지역 청소, 객실청소, 식당기물 세척 업무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경비, 주차장 관리, 시설부, 직원식당, 헬스클럽 접객원 등 직종까지 외주화가 늘어나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이 2006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호텔 12곳에 있는 전체 인력 12%에서 37.3%가 외주화됐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호텔에서 객실 청소·정리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이른바 ‘룸 메이드(Room Maid)’ 업무는 여성업무에 대한 편견이 더해져, 외주화 대상 ‘0순위’가 되고 있다. 외주화로 인해 간접고용은 용역노동자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담보로 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 외주화 물결 속에 룸메이드 노동자, ‘거리로 내앉다’ 사례 1 = 윤금옥 씨(48)는 1996년부터 롯데호텔에서 객실 청소와 정리 등을 하는 ‘룸메이드(Room Maid)’로 일했다. 윤 씨는 지난해 11월 16일, 호텔 측이 그녀가 다니던 용역회사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윤 씨는 외주화로 인해 심해지는 노동강도와 저임금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분회장을 맡았다. 롯데호텔 룸메이드들은 한 달 100만원이 조금 넘는 임금을 받았는데 비성수기에는 10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았다. 그녀를 더 불안하게 했던 것은 원청과 하청 계약과정에서 해지될 경우, 꼼짝없이 거리로 내앉을 수밖에 없는 고용불안이었다. 롯데호텔 측은 하청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그녀를 포함한 9명이 노조 핵심 인사라며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다. 윤 분회장은 노조를 지키고 간부와 조합원의 해고를 막기 위해 지난 한해 동안 서울지방노동청·국회·국가인권위원회·롯데호텔 등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롯데호텔 본사에서 9명, 잠실점에서 7명의 룸메이드 노동자들이 끝내 일자리를 잃었다. 윤 씨는 “원청과 용역회사의 계약 자체가 불공정하고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현실임에도 모든 책임을 감수하는 것은 용역이며, 용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고 말했다. 윤 씨는 “노동조합을 만든 후 행복했던 일터가 거의 지옥이 됐다”며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던 관계가 다시 관리자에게 잘 보이는 관계로 변해가고 노조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두 개의 회사로 용역을 주고 근로조건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례 2 = 이옥순 씨는 르네상스 서울호텔에서 18년 동안 정규직으로 일하다 일자리를 잃었다. 호텔이 개장한 1998년부터 일했던 그녀였다. 호텔 측은 2001년 구조조정을 하면서 16개월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주는 조건 등으로 명예퇴직 희망자를 받았다. 희망퇴직자가 한 명도 없자 호텔 측은 나이 많은 여성들에게 우선 ‘포기각서’를 받기 시작했다. 이 씨는 “부서장이라는 사람이 한 사람씩 사무실로 불러 책상을 치면서 온갖 협박을 다했고 너만 안 했다면서 서류를 보여줘 어쩔 수 없이 각서를 썼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동자에서 하루 아침에 간접고용 노동자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이 씨 등은 2002년 용역회사에서 4년 동안 일했지만 2005년 12월 31일로 호텔 측이 용역회사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길거리로 내쫓겼다. 노동부는 2004년 5월 18일자로 불법파견 판정을 하고 직접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호텔 측은 노동부 결정을 무시했다.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 검찰에 기소됐던 르네상스서울호텔에 대해 2006년 11월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사용사업주의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 여부보다 원-하청 간 도급계약관계에 중점을 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검찰수사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던 해고자들의 실망은 컸다. 해고된 룸메이드 17명은 현재 500일에 가까운 원직복직 투쟁을 하고 있다. ■ 아웃소싱에 여성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아웃’ 룸메이드 업무는 호텔 서비스 가운데서 중요한 업무로 꼽히며 만족스러운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장기간 기능을 습득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룸메이드 업무는 지난 1999년부터 집중적으로 정규직에서 간접고용의 고용형태로 바뀌어왔다. 호텔업계는 새로 입찰된 용역회사가 고용승계를 해야하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호텔과 용역회사의 요구를 100%로 수용하는 사람만을 고용승계하고, 노조가 있는 경우 간부를 해고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무력화했다. 또한,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지난해 6월 서울시내 호텔에서 일하는 룸메이드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받는 평균연봉은 1,180만원으로 한 달 98만원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룸메이드 업무처럼 100%가 여성노동자인 분야에서 여성노동의 가치는 성차별적 편견까지 더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남희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룸메이드 여성노동자들과 투쟁하면서 호텔과 용역회사쪽으로부터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은 ‘룸메이드 업무는 단순 청소업무이기 때문에 용역화(아웃소싱)의 대상이 되었고 임금을 점점 최저임금에 맞춰간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룸메이드 업무를 단순한 청소일이라서가 아니라 여성 직종인 룸메이드 업무와 건물청소 등의 일을 중요도와 상관없이 용역화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안)도 “호텔에서 객실정비 업무에 대한 집중적인 외주화는 여성전용 직종, 그 중에서도 주로 중장년층 여성들이 집중된 업무를 대상으로 선정해 이들 여성들의 근로조건을 더욱 저하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진행되어온 전형적인 여성의 비정규화 과정의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아웃소싱만이 유일한 선택인가 외주화가 단기적인 이익을 주는 측면이 있지만, 이로 인한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은 ‘일하는 빈곤층’을 만들고 있다. 서종식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보좌관은 “OECD가입-IMF외환위기-한미FTA로 이어지는 ‘묻지마 개방’이 진행되면서 사회경제체제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면서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기업의 ‘인건비 절감에 기초한 단기수익 극대화’ 경영전략, 노동조합의 저항력 약화 등이 맞물려 양질의 일자리가 파괴되고 비정규직-저임금 일자리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김진 변호사는 “외주화를 통해 용역업체의 전문성이나 경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이름과 법인격’만 빌리고 노무제공이나 이에 대한 지휘 감독의 형식과 내용은 외주화 전과 비교하여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 전형적인 ‘위장근로관계’ 또는 도급을 가장한 ‘불법 파견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름뿐인 외주화는 업무의 전문화나 사업구조나 인력운용의 구조적 합리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중간착취를 통해 고용관계만 불안정하게 하고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용자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호텔업에서의 간접고용 확대가 호텔업의 중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유리한 불가피한 선택인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다른 방식의 인적자원관리, 경쟁력 제고방안은 없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 연구위원은 이어 “정규노동이 기본적인 고용형태여야 한다는 입장, 즉 호텔업에서의 간접고용은 최소한의 수준, 정규직 노동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간접고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간접고용에서 불합리한 차별에 대한 규율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남희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호텔 룸메이드 여성노동자의 노동가치가 적절히 평가받아야 한다”며 “룸메이드를 포함, 중장년 여성노동자들의 직종인 청소·간병·보육·가사 등 여성이 대부분 수행하고 있는 돌봄노동에 대한 성차별적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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