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이 ‘중도통합민주당’으로 통합을 선언한 이후 범여권의 정파 간 힘 겨루기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독자세력화에 힘을 쏟고 있다. 오는 17일 ‘선진평화연대(이하 선평련)’의 발대식을 앞두고 40대 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는 선평련 전문직 추진본부와의 초청간담회가 그 대표적. 5일 세종로 모처에서 가진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의 민주화 세력이었던 전문직들로 현재 금융계·법조계·의료계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 40대 민주화 인사 100명 손학규 지지 천명 이날 선평련 추진본부의 100여명이 한 목소리로 단합되는 이유는 반(反)한나라당 기치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차기 정권 집권을 개발독재시대로 회귀이자, 역사의 후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反)한나라당 기조로 80년대 직접 거리로 나가 피를 흘린 이들이 손 전 지사를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정치세력화하고 있는 것. 87년 당시 이들의 희생을 의미있게 평가하고 민주화에 일조해야 겠다는 의지를 뭉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노사모에 유시민 지지자까지 손 전 지사에 희망을 내걸 정도. 손 전 지사는 이날 “새로운 정치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을 만드는 일 ”이라며 “새로운 주역이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과거 민주화 운동의 리더였던 자신과 새로운 정치질서에 의기투합하자는 의지다. 손 전 지사와 선평련 추진본부는 “6월 항쟁의 정신을 이어받아 선진평화연대의 한길로 매진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도 채택했다. 40대 전문가 뿐만 아니라 현역의원들도 30명 이상이 손 전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김부겸 의원이 그 대표적이다. 지난 26일 극비리에 천안의 한 수련회에서 가진 워크숍에는 김 의원과 함께 경기 시흥을 지역구로 가진 조정식 의원도 참석했다. 열린우리당 신학용 인천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안영근·한광원 의원도 손 전 지사의 인천대 강연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손 전 지사와의 오찬자리에 모습을 함께한 송영길·문병호·김교흥 의원도 주시할 만하다. 선평련에 몸을 담고 있는 국회의원들과 함께 추진위원 1000명, 발기인 3만여명이 손 전 지사의 세를 확장한다는 태세다. ■ 孫, 정당 초월한 러브콜 이와 함께 손 전 지사측은 5일부터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공모 광고를 냈다. ‘선진평화’의 새로운 비전에 동의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추진위원과 발기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것. 이에 손 전 지사측은 이명박·박근혜·정동영·김근태·한명숙·이해찬·천정배 등 유력 대선주자는 물론 한나라당·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정당과 정파를 초월한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최근 선평련 신임대변인으로 임명된 배종호 전 KBS 라디오뉴스 팀장은 “특정 계층과 정파에 국한하지 않고 국민운동 차원에서 새로운 정치의 구심점을 세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선평련의 출범을 앞두고 배 대변인은 “(선진평화연대 건립단계에서)아직 구체적 숫자를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30~40대 직장인들이 대거 합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배 대변인은 “손학규 전 지사가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의 실현은 국민의 직접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도 “선진평화연대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열망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 전 지사측 공보실에 따르면 선평련의 소그룹 리더인 추진위원의 경우 출범일을 보름 정도를 남겨둔 시점에서 7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추진위원들은 각자 선평련에 회비 10만원을 납부한다. 회비 1만원을 내는 발기인도 30~4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게 손 전 지사측 전언이다. 이에 손 전 지사는 오는 선평련 발대식을 “실용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세력 구축의 시금석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 손학규·진대제 한자리 왜? 손 전 지사의 정치 내용을 생산할 정책자문그룹의 조직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각계 전문가와 기업인을 주축으로 지난 4월 30일 출범한 ‘선진평화포럼’에 이어 ‘과학기술선진화정책포럼’이 오는 11일 구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당초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 시절 정운찬·진대제·손학규 드림팀을 주창했었던 점에 비춰볼 때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과의 교감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개최된 ‘서울디지털 포럼’에서 손 전 지사와 진 전 장관은 나란히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사회를 맡기도 한 진 전 장관은 당초 정치와 상관없다는 강경한 자세와 달리 범여권의 지속적인 출마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지사가 주창했던 드림팀의 한 축이었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정치신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손 전 지사측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예비주자들에 대한 비판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지적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제정신 가진 사람이 대운하 민간 투자에 참여하겠냐’며 대표적인 대운하 공약을 겨냥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이 손 전 지사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은 노 대통령도 간과하지 않았다. ■ 노 대통령, 손학규와 손잡아 이와 관련, 6일 현충일 추념식 행사에서 손 전 지사와 노 대통령이 나란히 손을 맞잡는 장면이 연출돼 관심을 모았다.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노 대통령과 우연히 자리를 함께한 손 전 지사는 당초 자신의 정치행보를 비난해 왔던 노 대통령과 밝은 모습으로 악수했다.
앞서 2일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에서 “손학규 씨가 왜 범여권인가, 이것은 정부에 대한 모독이다”라며 손 전 지사의 정체성을 문제삼았다. 노 대통령은 손 전 지사가 탈당을 선언한 다음날인 지난 3월 20일 국무회의에서도 손 전 지사를 ‘보따리 장수’라고 비유하며 탈당을 비판했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흔드는 것”이라며 불쾌한 심정을 강하게 표현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국립현충원에서 손 전 지사와의 만남에 대해 맨 앞자리에 배석한 인사들과 의례적으로 악수를 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차단했다. ■ 한반도 평화정책 행보 이어가 현충일 오후 손 전 지사는 방한 중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의 대담을 통해 사회 양극화와 교육 시스템의 개혁을 통한 창의적 교육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앨빈 토플러는 손학규 전 지사가 경기지사 시절 구성한 파주 영어마을을 지적하며 새로운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손 전 지사는 자신의 주된 대선공약인 북한경제 재건 10개년 계획과 연관된 남북한 통일문제, 북핵문제, 북한난민문제 뿐만 아니라 내년 미국 대선에 관해서도 광범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앞서 5일에도 손 전 지사는 국제 환경단체인 ‘터너재단’의 마이크 핀리 회장을 만나 ‘DMZ 평화공원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며 자신의 정책을 세워나갔다. CNN의 창립자인 테드 터너 회장이 세운 비영리 환경단체인 터너재단은 지난 2005년 손 전 지사가 경기지사 시절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DMZ 프로젝트를 제시한 바 있다. 핀리 대표와는 지난 2005년 ‘세계평화축전 고양 DMZ포럼’을 통해 인연을 맺기 시작했으며 DMZ는 ‘한반도 평화의 문’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평화는 자신의 핵심이슈라면서 “(지난달 초) 방북에서도 느꼈지만 북측이 철도와 DMZ 개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손 전 지사는 “(한반도)평화가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유익하고 더 나아가 동북아와 전 세계 번영에 기여할 것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경영정책에 대해 역설했다. 이에 핀리 대표는 “지사님의 리더십은 (대통령을 해도) 잘 할 것”이라고 화답했으며, 이날 면담은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됐다고 손 전 지사측은 밝혔다. -최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