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지지율 변화…朴“토론회 덕에 역전 가능” 李“내달초 반등할 것” 한나라당이 정책 선거를 하겠다는 야심찬 목적으로 계획한 대선 후보들 간 정책비전대회가 3차례 열렸다. 경제 정책에 관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교육·복지 분야에 대한 토론회에 이어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토론회에 이르기까지 각 대선 주자들은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토론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홍준표 후보이다. 그는 특유의 날선 공격형 질문과 예리한 지적으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말문을 막고, 두 후보의 정책들을 거리낌없이 비판했다. 하지만 홍 후보 스스로도 “생각보다 자신이 덜 주목받았다”며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를 비난했듯, 정작 이번 토론회를 통해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박근혜 후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박 후보측은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두 후보 간 격차가 한자릿수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난다”며 “최대 30%P까지 벌어졌던게 불과 두달만에 10%P 이내로 줄어든 것”이라고 자평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표의 여의도 캠프 사무실은 토론회 이후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졌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자체 분석 보도 자료를 통해 “정책 토론회가 결정적이었다”며 “체감 격차는 더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캠프 관계자는 “불과 한달 전보다 찾아오는 당원과 원외 위원장이 두 배 정도 늘었다”며 “또 당내 분위기도 요즘 들어 우리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20일에는 47명의 전직 당 사무처 국장 출신들이 캠프에서 박 전 대표 지지 선언을 하는 등 박 전 대표의 최근 지지율 상승을 반증했다. 박 후보측 관계자는 “지지율 격차는 조만간 더 줄어들면서 이달말이면 오차범위내로 접어들 것”이라며 “내달 중순 청문회와 지역연설회를 거치면서 역전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재원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는 네거티브 방어에 급급한 상황인 만큼 우리는 이와 차별화해 포지티브 전략으로 나가겠다”며 “이달 말이면 지지율 역전의 가시적 조짐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지율 변화는 최근 언론사와 여론조사전문기관의 조사추이에서 더 뚜렷이 나타난다. 동아일보 조사에선 한달만에 지지율 격차가 20.7%P에서 13.0%P로 감소했고, SBS 조사에선 격차가 한자리수인 8.7%까지 줄어들었다. 한겨레신문 조사에선 22.5%P에서 14.7%P로 좁혀졌고,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 조사결과에서는 24.8%P에서 이달들어 19.0%P로 줄었다. 반면 이 후보측은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가 멈췄고 내달초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공방을 거치면서 격차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이제 더 이상 지지율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정책토론회도 지지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네거티브 공방이 시작되면서 격차가 12%P까지 줄어든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리측 반격이 살아나면서 어느정도 바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노선을 8%P로 보고 있는데 거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2]세 경쟁…고진화측 “집단적 토론방해 책임자 처벌, 후보 삼진아웃 시켜야” 한편, 토론회 횟수가 늘어가면서 후보들의 공격과 반격이 강해지고,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관람객들까지도 지지하는 후보들에 대한 응원과 타 후보에 대한 비난을 높여나갔다. 결국 세 번째로 열린 토론회장은 유세장을 무색케 할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급기야는 한나라당의 ‘왕따’로 불리는 고진화 후보가 한나라당의 대북 노선을 비난하며,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거론하자 방청석에서는 ‘빨갱이’니 ‘탈당하라’느니 등의 비난이 이어져 토론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고진화 후보는 “발언 중에 후보를 비방하면 젊은이들이 한나라당을 떠난다”며 방청객들을 향해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당원들은 사회자가 여러차례 만류한 것에도 소용없이 점점 더 심하게 고 후보를 향해 욕설을 쏟아냈다. 당초 한나라당은 토론회를 국민에게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장으로 만든다는 계획 아래 후보자 간 합의를 통해 일체의 세과시 동원이나 피켓, 현수막, 연호 등을 자제하기로 했다. 이를 어길 경우 문제를 유발한 후보가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후보 간 합의도 했다.
고 후보는 “토론회장이 세과시의 대결장이 됐다”며 “룰을 지킨 사람은 바보가 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박 양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뤘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1차토론회에서 박 후보측이 약속을 어기고 인원을 동원하고 꽹과리를 쳤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측은 “우리는 동원한 적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이 후보측 사조직에서 대거 동원한 것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이에 고진화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 △후보자 진영의 약속 파기 행위 공개와 3진 아웃 적용 원칙 공표 △이번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공개 사과 등을 요구했다. 선대위 관계자들은 “당 지도부는 세과시 동원과 피켓, 현수막, 연호 등에 대한 문제를 야기한 진영에 대해 패널티를 주기로 합의했던만큼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며 “지금부터라도 당이 전면에서서 3차 정책비전대회에서 발생된 집단적 토론방해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광주와 부산 정책비전대회에서 점차 상승해온 이-박 진영의 가파른 세과시 대결로 대전 정책비전대회의 파행은 미리부터 예견됐다”며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명박-박근혜 진영의 조직책임자만 불러 구두로 재발 방지 약속을 받는 허술한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야유와 폭언을 일삼은 청중 대부분은 이명박·박근혜 진영의 지지자”라며 “당지도부는 룰을 세 번 이상 어긴 후보는 3진 아웃시키는 엄정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 [3]김선일 동영상 방영…“파병 찬성한 한나라당이 무슨 염치로” 비난도 한편, 3차 정책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홍보 영상물에 고 김선일 씨의 피살직전 동영상을 반영한 것도 논란이 일었다. 이 영상물은 한 토론회 시작전 후보자들이 단상에 오르기 직전에 행사장 스크린을 통해 방영됐다. 영상물에서는 ‘조국이 나를 버렸다?’ ‘자국민보호 불감증’이라는 자막과 함께 고 김선일 씨가 총기를 든 3명의 무장단체 테러범들 앞에 두건을 쓴 채 앉아서 절규하며 “To President 노무현. I want to live. I want to go to Korea. Please.”라고 외치는 장면이 그대로 방영됐다. 한나라당은 고 김선일 씨 영상물이 끝난 뒤에는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우리 대한의 젊은이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할 수 없었겠지만 당신이 그를 지켜줄 수 있다는 말 한마디가 간절했습니다’라는 자막이 띄워졌다. 이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해외교민들의 인터뷰가 덧붙여졌다.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 정책토론회에 앞서 고 김선일 씨의 생전 모습 동영상이 방영됐다는데 파병이 없었더라면 있지 않았을 비극”이라며 “한나라당은 파병에 동의한 정당인데 무슨 낯짝으로 고 김선일 씨의 동영상을 틀었느냐”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의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에 구역질이 날 지경”이라며 “지금도 한국의 젊은이들이 죽음의 현장에 있는데 한나라당이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파병연장 중단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이라크 파병반대론자인 무소속 임종인 의원은 이와 관련해 “파병에 적극적으로 찬성한 한나라당이 이같은 영상물을 활용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파병철회를 당론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김선일 동영상 논란에 대해 “포인트는 그것이 아니다”라며 “비디오의 취지는 외교부가 당시 피랍된 해외주재자에 대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4]‘냉전시대적 사고’ 여전… 朴, 유신정권·인혁당·햇볕정책 등서 도드라져 첫 번째와 두 번째 토론회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공격의 주 대상이 됐지만, 세 번째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맹공격을 당했다. 토론회 주제가 통일과 안보라는 점 때문에 보수적 색채가 강한 박 전 대표가 주요 공격대상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홍준표 의원은 기조발제에서도 박 후보를 겨냥해 “어느 후보의 대북정책은 우파의 포로가 돼 헤매고 있다”고 공격을 시작했다. 원희룡 의원은 “박 전 대표가 7·4남북공동성명의 성과를 이야기했는데 이를 이용해 유신독재가 시작됐다”며 “유신의 그늘은 대통령이 될 사람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진화 후보도 “박 전 대표가 하자는 대로 했다면 한반도는 지금 전쟁 중일 것”이라고 거들었다. 홍준표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 대해 “북한은 이미 유엔에 가입된 국제법상의 국가”라며 헌법의 영토조항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해서 평화가 찾아온다고 착각하지 말라”며 “남북은 특수 관계다. 헌법을 지키면서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며, 북한의 국가성을 부인했다. 이어 박 후보는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해서 “‘6·15 남북공동선언’에 찬성한다”면서도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2항에 대해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개인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후보는 “포용정책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까지 개발하고 더 문을 걸고, 변화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실패한 것은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호정책에 입각한 포용정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며 “북핵 실험 후 미사일까지 쏜 이후 한반도의 근본적인 상황이 변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해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박 후보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에 대해서는 “그로인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서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법원에서 정반대되는 두가지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어떤 것이 진실인가는 앞으로 역사가 해명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박 후보는 “민주화 운동에는 순수하게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도 있지만, 친북좌파가 민주화 탈을 쓴 경우도 있다”며 “순수한 희생자들에게는 사과하지만, 후자에게 사과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원희룡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유신정권 하에서의 대북정책도 박 후보의 주장대로 포용정책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 원 후보는 “유신시대의 각 자산과 부채가 있다면, 자산만 내 것이라고 주장하고 유신의 그늘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국민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박 후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편,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와 관련, 이명박 후보는 “국가보안법이 찬양 고무, 불고지죄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하지만, 북한과의 대치 상태에서 국가보안법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 아닌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고진화 후보는 “인혁당 사건에서 하루아침에 죄 없는 사람 8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낡은 수구를 버리고 분단의 상황을 종결시켜야 하는 시대적 흐름과 발맞추어 전향적으로 헌법적으로 단일화시켜야 한다”며 국가보안법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