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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려, ‘막장’에 내몰린 엉성한 판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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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호 ⁄ 2007.07.02 13:03:28

‘대출광고 출연 연예인’에 대한 비판이 뜨거운 요즘, 출연한 연예인보다 정책 결정권자나 무성의하게 법을 통과시킨 국회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여러 번 이야기했듯이, 출연 연예인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미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판단력이다. 연이율 66%나 되는 대출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CF 출연에서 유발되는 이미지 효과 역시 연예인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했던 모 침대 광고에 출연했던 배우 역시, 그 침대 광고가 큰 이미지 효과를 연출했다. 그 배우의 이미지와 광고의 파급 효과와 맞물려,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을 물었던 초등학교 시험문항에 많은 어린이들이 ‘침대’라고 답했다는 오래된 농담도 있다. 고백한다. 나 역시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무이자~무이자~무이자~”를 중얼거린 적이 있다. 30초 내외의 시간 동안 최대의 홍보 효과를 유발해야 하는 광고의 특성상, 인상적인 문구와 노래, 액션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요즘은 어린이들조차도 심심하면 부르는 광고 로그송이 바로 이 ‘무이자송’이라고 한다. 연예인의 광고 출연 역시 그런 이유로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본인의 이미지 효과와 맞물릴 파급력을 계산해야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무이자’조차도 사실과 다르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열심히 ‘무이자~’를 가창한 연예인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책임일까? 경솔한 판단력으로부터 비롯되는 책임이다. 누군가는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광고 출연을 취소했고, 누군가는 광고를 권한 매니저를 해고하면서 ‘사죄’하는 움직임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극복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대중은 한 번 품은 의혹은 절대 잊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사실과 다른 의혹도 많아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있지만, 어쨌든 대중은 그 ‘의혹’에서 유명인의 품행과 판단력까지 유추한다. 경솔하게 찍은 광고 한 편이, ‘플러스알파’가 포함된 많은 돈은 벌을 수 있을지언정, 연예인 경력에 있어 평생 따라다닐 낙인을 찍어 줄 수도 있다. ■김미려와 ‘미려는 괴로워’ 제작진, 이쯤 되면 ‘자해 수준’ 김미려는 초등학생까지 세뇌시킨 ‘무이자송’을 멋지게 부른 장본인이다. 그 뛰어난 가창력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20대 중반의 나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런 빼어난 가창력을 썩히지 않고 싶었던 것인지, 그녀는 가수 데뷔를 준비한다. 원래 꿈도 가수였다고 한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에서 비롯되는 코믹한 이미지가 성숙하고 진지한 여성가수 데뷔에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 것인지, 그와 소속기획사, 그리고 케이블 음악전문프로그램이 준비한 컨셉트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였다. 마침 이름도 ‘미려’다. 그래서 그 프로젝트의 이름은 ‘미려는 괴로워.’ 그런데 그는 생방송 도중 ‘사고’를 냈다. ‘눈물’을 흘린 것이다. 이 ‘눈물’은 요즘 유행한다는 ‘여성 연예인의 눈물’에 따른 ‘고도의 마케팅’일 수도 있고, 진심일 수도 있다. 그 속뜻은 김미려 본인만이 알 것이다. 그녀가 밝힌 이유는 “나는 지금 가수로 데뷔했는데, 아직 개그맨으로 기억하는 것 같았다”는 것. 그래서 관련 발언을 했던 진행자 서인영이 비난에 시달린 적도 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그 눈물이 ‘쇼’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프로젝트 ‘미려는 괴로워’를 더 많이 알리기 위한 ‘쇼’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반응하고 반론한 ‘미려는 괴로워’ 제작진의 수준에 의심이 간다. 그들은 당연히 ‘쇼’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김미려의 가수 도전 다큐멘터리 ‘미려는 괴로워’ 측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소문과 달리 이번 프로그램은 ‘엠카운트다운’ 사고와는 전혀 무관하다. 방송 사고로 인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던 중 엠넷 측은 5월10일경, 그녀의 가수 준비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자는 제안을 했고 김미려 측 역시 신중한 고민 끝에 함께 하자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미려는 괴로워’측은 이어 “김미려가 ‘어차피 개그우먼이 가수 한다고 하면 안 좋은 소리 들을 수밖에 없다. 각오는 했지만 이왕 가수할 것, 팬들에게 모두 공개하고 당당히 인정받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기획된 프로그램은 5월 말경 촬영이 들어갔으며 방송 이후에도 계속 촬영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프로그램 진행 중 컬투 측에 ‘작곡가 김형석이 도와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며 “(이때부터) 김미려의 가수 도전기는 본격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중략) 이어 “Mnet에서 준비 중인 ‘미려는 괴로워’ 프로그램 역시 김미려가 눈물을 흘렸을 당시에는 전혀 계획되지 않았던 프로그램으로 그 사건 이후에 제작 제의가 들어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머니투데이> 6월 19일자 기사 <‘미려는 괴로워’측 “김미려 울음퇴장, 쇼 아니다”(종합)>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가십 기사’가 발견됐다. 이니셜 장난을 좋아하는 스포츠신문 특유의 ‘가십 기사’의 C양 관련 기사 중, 그녀의 이야기와 일치하는 기사가 있었던 것이다. 제작진은 5월 10일에 프로젝트 제의가 들어와 5월말부터 촬영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이 ‘가십 기사’는 ‘눈물 방송사고’가 있던 4월 26일 이전인 4월 20일에 작성됐다. ‘쇼’가 아니기 위해 서둘러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사소한 부분에서 거짓으로 몰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정확한 것은 본인들만이 아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소한 경솔함은 ‘쇼’에 대한 의혹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쯤 되면 ‘자해 수준’이다. 가뜩이나 ‘무이자송’으로 인해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무엇이 진실일까? ‘자해’를 넘은 ‘자살 시도’ 나는 TV에 큰 흥미를 갖지 않는다. 브라운관 속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어차피 연출이다. 원래 연출은 재미없는 법이다. 내가 관심 갖는 부분은 그 이미지가 형성되거나, 혹은 무너지는 ‘과정’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연예인도 ‘정치인’이다. 국회의사당에서 하는 것만이 정치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도 일상 속에서 흔히 하는 ‘이미지 관리’도 곧 정치다. 보여지는 ‘이미지’로 어필하는 것은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나 똑같다. 이미지는 대중으로서 유명인을 판단할 수 있는 1차적인 판단근거다. “노인은 투표안하고 쉬셔도 된다”는 말 한마디 잘못한 모 대선주자는, 아직도 그 말 한마디에 시달리고 있다. ‘프로젝트’가 기획인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거기엔 당연히 여러 계산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산’을 숨길 줄 아는 센스도 필요하다. 계산이 눈에 띄는 것처럼 촌스럽고 속 보이는 일도 없다. 해명을 하고 싶거든, 사소한 ‘이니셜 가십 기사’라도 적절히 처리했어야 했다. 날카롭게 이슈를 파헤치는 누리꾼도 많다. 하물며 연예면은 누리꾼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 소속사의 엉성한 판단은 ‘자살행위’로 보인다. 대한민국 누리꾼들, 결코 우습게보면 안 된다. 최고의 인프라를 안고 다양한 ‘격론 문화’를 형성한 장본인들이다. 때로는 기자보다 날카로운 안목으로 현상을 파헤치는 눈도 있다. 그런 누리꾼들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한다. 엉성한 판단력으로 쉽게 대처했다간 시쳇말로 ‘막장’에 몰린다. 이제 연예인에게 ‘고도의 판단력과 정치력’은 필수나 다름없는 것이다. -박형준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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