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4년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강원도 평창이 막판 투표에서 러시아의 소치에 역전패했다. 투표 직전까지도 유력한 듯 보였던 평창이 소치에 패배한 것을 두고, 주요 외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저돌적인 추진력에서 그 해답을 찾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이 프레젠테이션에서 모국어인 러시아어 대신 공식석상에선 처음으로 영어로 연설한 것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 마음을 끌었다”고 평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푸틴이 보여준 모습은 2005년 싱가포르 IOC 총회 때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2012년 여름올림픽 유치를 위해 로비를 펼친 것과 비슷했다”고 분석했다. 즉, 총회 이틀 전 현지에 도착해 표심을 집중 공략하고, 판세를 뒤집은 과정이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닮았다는 것이다. AP통신은 5일 “국제적인 권위를 가진 푸틴의 로비력과 카리스마, 정부 지원이 흑해의 휴양지 소치에 겨울올림픽 유치를 안겼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푸틴이 소치에 역사적 승리를 가져다 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소치가 평창을 제치고 2014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되자 일본 언론은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오는 2016년의 하계올림픽 유치 때문이다. 지난 5일 교도통신은 2016 도쿄올림픽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대륙별 순환 유치’로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됐던 관례에 비춰볼 때 평창 대신 러시아 소치가 2014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것은 도쿄의 201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순풍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역시 반갑기는 마찬가지인 표정이다. 호주의 AAP통신은 호주올림픽위원회(AOC) 크레이그 필립스 사무총장이 “여름 휴양지로 잘 알려진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게 된 것은 매우 잘된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AAP통신은 “호주와 비슷한 시간대에 있는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면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과는 달리 우리에게 이득이 될 것이 없다. 왜냐하면 시기가 호주에서 훈련을 하기 어려운 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소치가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낼 수 있었던 데는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IOC 위원장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외국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미국 NBC 방송 인터넷판은 소치의 승리를 보도하는 기사에서 “사마란치 전 위원장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며, “주(駐)소련 스페인 대사 출신인 사마란치는 1980년 모스크바에서 IOC 위원장이 된 뒤 2001년 역시 모스크바에서 열린 IOC 총회를 통해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며 사마란치와 러시아의 인연이 매우 끈끈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평창과 소치 두 도시 간의 유치 경쟁에서 평창이 ‘돈의 전쟁’에서 패배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AFP통신은 익명의 평창 유치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평창이 500억 원(4000만유로) 정도를 유치전에 쓴 반면 소치는 그보다 많은 750억 원(6000만유로) 이상을 쏟아 부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평창은 현지 실사에서 나타난 우위를 바탕으로 이성과 감성을 적절히 조화시켜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점잖은 방법’을 택했으나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의 자금력을 앞세운 소치의 저돌적인 공격 앞에 힘을 잃은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또 다시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록 과테말라 현지에서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지금 시점에서는 전혀 생각하거나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고는 했지만, 다른 도시들의 전례에 비춰볼 때 평창이 3번째 유치에 나선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2차례씩 고배를 맛보면서도 계속 도전한 도시는 많다. 캐나다의 캘거리는 1964년과 1968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모두 2위를 했지만, 마침내 1988년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도 1972년 유치전에서 4도시 중 꼴찌를 했고, 1998년 대회는 나가노에 패배했지만, 2002년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김 지사도 “언젠가는 한국이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지구인의 축제인 올림픽 개최를 향한 강원도민과 평창군민들의 그간의 열정에 비춰본다면, 그리고 한층 더 성숙할 대한민국의 국제역량을 고려해본다면 평창의 세 번째 도전은 이제 결정만이 남은 셈이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