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가 생긴 후 10년이 지난 지금 대안학교는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안학교는 ‘학교에 부적응하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특별한 학교’라는 이미지에서, 최근 ‘공고육의 획일적이고 수동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자유롭게 아이의 특성에 맞는 창의성과 다양한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교육의 장’으로 인식의 전환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국 대안학교마다 철학과 지향점은 다르지만, 대체로 ‘생태주의’, ‘공동체적 삶’, ‘자유와 자율을 중시하는 교육’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대안학교의 창시자인 양희규 간디학교 교장을 금산간디학교(이하 간디학교)에서 만나보았다. 최근 양 교장은 한 강의에서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수준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앞으로의 대안교육의 방향과 전망을 말한 바 있다. ■ “진정한 대안교육은 ‘무엇에 대한 대안’이 아닌 ‘무엇을 위한 대안’” 양 교장은 현재의 대안교육 실태에 대해, “현재 대안학교는 110여 개 정도 있다. 그 중에 인가학교가 28개이고 나머지 학교는 비인가학교다. 교육의 질도 학교마다 차이가 좀 나고, 학교마다 성격도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양 교장은 “몇 가지 공통점은 있지만 막 생겨난 학교가 많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편이기 때문에 초기상태라고 할 수 있다”며 “과거 1990년대에는 대안학교 하면 기존의 교육에 부적응하는 학생을 위한 특별한 학교 정도로 인식되어 왔는데, 2000년대 들어오면서 대체적으로 기존 교육과는 상당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교육, 전반적인 다양한 교육을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고 말했다. 양 교장에 따르면, 간디학교에서는 전통적인 학교의 개념을 깬 ‘수업이 없는 학습 패러다임’을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또 ‘작업장 학교’와 ‘인턴십 학교’ 등을 통해 평생 학습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소통하는 능력, 관계 맺기 등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는 학생들이 강의를 개설할 수 있게 했는데, 수업계획이나 평가, 학점을 주는 것까지 교사와 동등한 권한을 지닌다. 수업을 진행한 학생의 교과진행이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평가 면에서 교사들보다 더 인기가 많고 내용이 충실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은 교사들의 노고에 더욱 감사하게 되었고, 이 전통은 계속 내려오고 있다고 양 교장은 설명했다. 그는 “이 학교의 특징은 다른 대안학교랑 비슷하게 학생과 교사 간에 우선 이해, 존중, 배려가 먼저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있어서 ‘사랑의 관계’, 또 교육 이전에 ‘자발성의 관계’ 즉, 억지로 하는 교육은 하지 않는다는 게 ‘간디 공동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장은 “여기 ‘자유학교’라는 말이 있듯이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굉장히 많이 주고 있는 중”이라며 “교사와 학생이 똑같이 생활규칙을 만드는 것, 생활규칙을 어겼을 당시 처벌하거나, 처방하는 것도 1인 1표(식구총회에서)로 결정하는 것이고 학습 영역도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것만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정규, 비정규라는 과목이 따로 구분이 없고 한 학기에 네 과목만 이수하면 된다. 지식·교양·감성·노작교과가 있는데 대체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4과목만 해도 되고 10과목만 해도 된다. 보통 대학원 수준인데, 자기가 원하는 과목이 개설이 되지 않았을 때는 스스로 과목을 개설해서 이수하면 되고, 지도교사 한사람을 요청해서 신청하고 개인적으로 배우면 된다”고 양 교장은 말했다. 양 교장은 대안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에 대해서도, “진정한 대안교육은 우리 삶 전체의 변화를 요구하고 ‘무엇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무엇을 위한 대안’이 되어야 하고, 학교를 넘어선 학교로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의 창조자로서의 적극적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 근원적 원리로 증오가 사랑으로, 무기력이 생명력으로, 패배감이 긍지로 변하게 되는 삶의 에너지를 사랑과 신뢰, 자발성의 원리”를 들었다. 인간이 인간다운 교육을 하겠다고 학교 설립 당시의 철학을 세우고 지금까지 왔는데, 관념적인 교육과 막상 아이들을 교육했을 때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다. 양 교장은, “전인교육을 모토로 하니까 대안교육은 다 그렇게 시행착오가 있다”고 토로하고, “우선 이런 교육이 그렇게 어려울 것이란 생각은 잘 못했다. 기존 학교의 맹점들이 ‘헤겔적’이다 혹은 ‘교사 권위적’이다. ‘여러 가지 단점들을 고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바로 경험 했다”고 전했다. 그가 든 첫 번째 오류는 “우리가 이렇게 교육을 펴면 학생들이 잘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은 그동안의 수동적인 교육에 길들여져 있어서 귀찮아하고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를 안 하니까 그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양 교장은 두 번째 오류로 “학부모들 생각이 다 다르다”는 것을 들었다. 그는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 중심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교사와 학부모와의 갈등도 있었다”고 말했다. 양 교장이 마지막으로 든 것은 ‘재정문제’다. 그는 “‘인간교육 한다는데 돈이 많이 들겠느냐’고 하는데 실제로는 교사들도 먹고 살아야 하고 교육이라는 것은 계속적으로 투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대부분 대안학교들이 탄탄한 재정의 투자가 없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 “누군가의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받게 되면 아이들이 변한다” 간디학교는 ‘비인간적인 사회구조(억압·무지·부패의 구조)에 대한 불복종 운동’에서 시작됐다. 양 교장은 <녹색평론>에 기고한 글에서 기존 교육을 있는 그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신념의 ‘불복종의 정신’을 강조하며, “학교가 단순히 대학입학의 준비장이나 지배이데올로기 학습의 장으로 전락해 가는 것에 복종하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건설해 가고자 하는 사람에 의해서만 탄생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자유교육의 실천이 무엇보다도 어려웠다”고도 했다.
양 교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일방적으로 중학과정(중 1,2,3)과 고등과정(고 1,2,3)해서 이것은 공부해야 한다는 식으로는 안가고, 그 아이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에 맞춰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까 ‘맞춤 식 교육’이라고 하는데, 학습도 60명인데 60명의 시간표가 다르다.학교는 한 인간이 독립적이고도 자족적인 인간으로 떳떳이 살아가는데 진정으로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야 하고 그래야만 타협하지 않고 자신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학생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판단하고 처벌하기도 하고 처방을 내리는 과정 중에 자유가 무엇이고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체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정말로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 힘을 보면 우선 교사들의 헌신적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누군가의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받게 되면 아이들이 변한다”고 했다. 양 교장은 그것을 “‘아,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굉장히 그것에 대한 고마움이랄까, 이런 것들이 아이들을 철이 들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고 바라봤다. 그는 “구체적으로 변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마도 다양한 교과나 체험을 통해서일 것”이라며 그 예로 “금산 지역이든 대전권이든 일주일에 이틀 정도 가서 인턴십을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아이들은 소록도 봉사를 한 달 동안 갔다 와서 인생이 완전히 변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이런 노인들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겠구나’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소개하고 “학교문을 개방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과 교육이 간디학교의 교육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간디학교의 학생선발 기준은 공동체적 생활” 간디학교의 학사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입학 후 첫 학기 전체를 이동수업만으로 진행하는데, 명상공동체 체험, 농장공동체 생활, 소록도 봉사활동, 국토순례를 통해서 인생의 지혜와 가치를 배운다. ‘해방 학기’라 불리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고 위축시키며, 억압했던 인생의 여러 조건들에서 해방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양 교장은 귀뜸했다. 특히 몇 년 전 간디학교의 한 학생이 서울대에 입학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새로운 교육방식, 자유로운 분위기를 원하는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6년의 경우, 산청 간디학교의 입학 경쟁률이 5 대 1이었고, 금산을 포함한 학교가 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간디학교에서는 학생을 뽑기 전에 입학원서를 낸 모든 학생들 전부와 같이 생활해 보는 ‘예비학교’라는 게 있다. 이는 아이가 입학하기 전에 학교에 대해 이해를 넓히고 공동체 생활에 잘 맞는지 알아보는 제도를 말한다. 양 교장은 간디학교의 학생 선발 기준에 대해, “제일 중시하는 게 공통체적 생활이다. 교사들이 학생을 평가하기 위해 접근을 하는데 학생 선발위원이라고 해도 좋을 선배학생들 일부가 같이 수업도 해보고 또 기숙사 생활도 해보고, 등산도 가고 여러 활동을 같이 하면서 그 아이의 어떤 여러 가지 측면들을 보게 된다”며 “개중에는 이런 학교가 자기한테 안 맞는다고 해서 지원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면담을 해보면, 학교에 오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또 “학교마다 성격이 달라서 고등학생의 경우를 들자면 특별히 부적응아만 데려다가 실험하는 곳이 아니라서, 고등학교 때는 자기가 원하는 진로에 맞춰서 교육을 하려고 하는데, 심각한 정서적인 장애를 가지고 들어오면, 그 아이 하나 때문에 다른 아이 교육을 할 수가 없다”며 “그러다 보니까 너무 많은 관심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 아니면 너무 많은 아이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아이들은 배제한다”고 밝혔다. 양 교장은 특히 “공동체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자기 관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제도적인 개혁과 부모들의 의식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간디학교의 아이들이 자발적이든 부모에 의해서든 선택받은 아이라고 본다면 나머지 99%의 아이들은 지금 어쨌든 획일적인 교육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로 대안교육이나 이런 것을 하지 않고 공교육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질문에, 양 교장은 ‘국가의 교육관과 사회에 만연한 학벌위주의 사고’를 지적했다. 양 교장은,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어차피 상대평가에 의해서 일부만 좋은 대학에 가는 건데, 그런 게임에 아무나 다 집어넣어서 고생시키지 말고 자기 소질과 적성에 맞게 시간표를 짜서 공부하면서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공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며 “제도적인 개혁과 부모들(사회)의 의식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장은 또한 “각자가 자기 사는 방식대로 살면 되지 않느냐라는 그런 의식이 이미 서구에서는 있는데 한국사회에서는 오로지 성공에 목을 매는 경향이 있다”며 “그게 안 바뀌면 공교육이 어떻게 바뀌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안학교의 재정문제에 대해서도 양 교장은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네 곳의 간디학교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문제로 학비, 자금 후원이나 정부보조금, 기업의 지원” 등을 언급하면서, “학교의 자립성을 높이는 방안이 가장 좋은 방향으로 ‘대안기업’ 혹은 ‘녹색기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양 교장은 “천연비누 농장과 허브농장과 생태 건축현장 등 학교와 연계된 작업장을 통해 지역경제도 살리고 돌아오는 농촌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양 교장은, “산청(간디학교)은 인가학교니까 정부지원을 받고 있고, 미인가인 나머지 간디학교(금산·군위·제천)는 없다. 기업지원도 없고, 후원금보다는 아직 학비에 의존한다”면서 “그래서 사단법인을 다 만들고 후원금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서, 일반 개인 후원, 지자체·기업 후원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자체 수익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밝히고 “우리들이 지금 마을 만들고 건축을 하는데, 이게 사실 수익사업이다. 그 회사가 개인집들을 지어주는 것이다. 적정 이윤만 받고, 이윤의 약 3~5% 정도를 학교에다 기부한다. 우리가 건축회사를 하나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 와서 우리가 주민이 되서 살고 농사도 짓고 마을을 아예 이어받자는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골에는 두뇌가 많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도시에서 고급 인력들이 오면 할일이 또 있어서 우리는 여기서 자체 고용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나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에 관심이 좀 많은데, 혼자사시는 노인, 이주민, 부모 없는 아이들, 낙후된 지역문화 살리기, 돌아오는 농촌 만들기 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신입생들에게 “내년에는 일주일에 15시간 정도 노동할 생각이니까 그럴 각오로 학교에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양 교장은 “점차 그런 학교와 연계되어서 마을에 기업들이 생기면 우리 아이들이 일자리가 생기고 일하면서 교육도 되고 자기의 학비도 될 수 있으니까 어려운 아이들도 얼마든지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구조로 계속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진화 과정이 한 10년 걸리는데, 목표는 자기 학비를 해마다 10%씩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다. 나중에 여기 오는 아이는 100% 여기서 벌어서 학비를 댄다는 인식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장은 최근의 한 강의에서 핵문제·환경문제 등 아이들이 개인을 떠나 사회와 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좀 더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교육을 말했다. 양 교장은 말한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순수하게 받아들인다”고. 그는 “바로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갈 것인지가 문제인데, 그런 것 때문에 환경단체나 시민단체 쪽으로 가려는 아이들이 우리학교에서도 꽤 나온다. 학교에서도 대안기업을 한다고 했는데, 올해 이 학교의 목표를 대안 문화의 리더를 기르겠다고 아예 못 박았다”고 말했다. 바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대안적인 모색’을 양 교장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모든 분야가 화석화되는 교과서를 공부해서 시험을 치르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좀 더 개선하고 타개해 나가는 솔루션을 발견하는 쪽으로 그 교과가 재편성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론과 실천이 같이 갈 수 있도록 실천 쪽에 중점을 두는 교육 말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서연 객원기자>